-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이말자 = 평소 어지럽게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저출생 문제의식에 대한 상념들이 한 줄기로 모여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30대 미혼여성으로서 주변에서 결혼, 출산 관련 말들이 많습니다. 강압적인 권유 아니면 비혼에 대한 공감, 그로인한 저 자신의 고민도 많았습니다. 결혼하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걸 제 개인적인 문제로 보고, 결혼하지 말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걸 사회적 문제로 보더군요. 사회적으로 요즘 특히 문제되는 건 남녀갈등인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가 주로 소통하는 공간인 인터넷을 보면 남초/여초 사이트가 극명하게 나뉘거든요. 그만큼 남녀가 소통이 안되죠.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지역갈등, 세대갈등 보다 더 극심한 갈등이 남녀갈등이 아닐까요? 여성가족부 라는 명칭도 여성은 가족의 테두리 안에 있는 존재로 보는 것 같아 '구리다'고 생각했는데 '인구가족'은 더 '구려요'. '인구가족양성평등'에서 제일 뒤에 오는 게 '양성평등'이죠. 양성평등만 제대로 이뤄내도 가족문제가 해결되고, 가족이 행복해야 아이가 태어날텐데... 문제의식이 이토록 다르니 정부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요.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회차를 통해 인구 문제는 비단 ‘인구’의 문제가 아닌 젠더, 일자리, 분배 등을 아우르는 문제라는 점을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인구가족양성평등’이라는 이름을 처음 보고서 느낀 묘한 감정이 지난 회차를 쓰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부터 지적해야할지 아득한 느낌이였달까요…

👤Juicy = 인구 문제에 대한 시각의 문제점들을 잘 짚어주셔 좋았습니다. 다만, 저출생률의 원인으로 경제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임기 여성이지만 출산 계획이 없는 저의 경우,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첫째, 신체 변화가 두렵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여성의 몸은 필연적으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것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요.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에겐 아직까진 제 몸이 제일 소중하기에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둘째,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것,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저의 말, 행동, 식습관 하나하나 한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텐데, 과연 제가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어른일까요? 저는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셋째, 물론 돈도 없습니다. 제가 부모님께 받은 것만큼의 지원을 내 아이에게 해주지 못할 것 같아서 낳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위 세 가지 이유는 개인적인 것이라 누군가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대신 다음 두 가지 이유는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회 구조적 문제라 생각합니다. 넷째, 세상이 너무 무섭습니다. 임산부와 아이를 환영하지 않는 태도, 각종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 등은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무섭습니다. 뉴스에서는 날이 갈수록 기후 변화를 떠들어대고 있는데, 실제로 변하는 것이 있나요? 역병이 돌고 극한의 더위와 극한의 추위, 식량 위기로 인한 국제적 분쟁... 이런 곳에서 미래를 꿈꾸고 아이를 키우는 마음은 저절로 사그라들어버렸습니다. 이번 회차를 읽으면서 내가 아이를 낳지 않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고, 만약 그게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유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만... 이런 목소리를 열심히 내어도 왠지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조금 슬프네요. 아무쪼록 비관적인 제 생각을 고쳐줄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스피 =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는 ‘결정’에는 정말로 수많은 이유들이 얽혀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인구’라는 단어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하려(해결하려) 할 때, 가장 안좋은 방식으로 문제들에 접근하게 된다는 생각을 했고요. 많은 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세상이 과연 이미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세상일지에 대해 고민해봅니다.

👤유징 = 인구 보너스와 인구 오너스의 개념에 대해 새로 알게되어 제 노트에 옮겨적었습니다. 항상 주제에 대해 깊고 넓은 해찰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인구’ 문제를 논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임여성’으로서, 그리고 언젠가는 ‘짐이 될 인구’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청년’으로서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내 삶이 이렇게 팍팍한데 아이를 낳게 생겼냐고 외치고도 싶고, 부모님 세대나 미래세대에 대한 죄책감도 들고,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젠더 문제에 대한 일종의 복수심까지. 여러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뭉쳐, 한 가닥 한 가닥을 풀어내기 어려운 마음에 이 주제는 자연스럽게 외면하곤 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대한민국의 번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외따른 곳에 인구를 배양하는 우주 식민지 개척 본부‘라고 표현해주셔서 통쾌하기도 하고, 웃음도 났습니다.^^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라니 이름이 너무 묘하지 않나요! 마지막 묘사(우주 식민지 개척 본부)는 너무 개인적인 표현인가 싶어서 마지막에 지울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기쁩니다 😂

👤무명 = 고구마 백 개 얹힌 심정으로 격하게 공감하면서 슬퍼졌습니다. 구조적인 원인도 해결 방안도 이미 나와있는데, 그것밖에 답이 없는데, 왜 정부는 골로 가는 걸까요? 기혼 가임기 지방 거주 여성으로서 이번에 새롭게(?) 절감했습니다. 앞으로 5년간 나와 더불어 많은 여성들이 '자'궁(그들의 시선에서는 포궁이든 자궁이든 상관없겠지만)을 닫는 투쟁을 더 외롭게 하리라는 것을요. '인구여성양성평등본부'가 얼마나 추잡한 심통인지, 혹시라도 아이가 생긴다면 이러한 현실을 살게 하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이라는 걸 정말 조금이라고 알까요, 그들은! 온 힘을 내어 말하기도 지친 요즘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목소리를 내야겠지요! 미프진 승인을 위해, 여성들의 더 안전한 삶을 위해! 이번 레터로 제가 조금 더 차분해졌고, 조금 덜 외로워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김스피 = 제 레터가 힘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 각자 처한 자리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면 조금 더 문제 해결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무명 = 전부터 여쭤보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해찰'은 표준국어대사전에 1.마음에 썩 내키지 아니하여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침. 또는 그런 행동 2.일에는 마음을 두지 아니하고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함. 이라고 나옵니다. 다소 부정적인 의미인데 글의 첫머리로 항상 사용하셔서 다른 뜻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스피 = (닉네임을 소개하지 말아달라고 하셔서 일단 무명으로 적고 질의에 응답드립니다.) 말씀하신대로 ‘해찰’이라는 단어는 사실 얼핏 보기엔 부정적인 단어같지만, 통상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야기들 외에 다른 부분을 / 좀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오히려 더 의미있는 성찰이 가능하지 않을까 했기 때문에 해찰을 주요 단어로 정해보았습니다. ‘해찰’ 의미와 관련해서 궁금하시다면, 인스피아 소개 글(👥인스피아의 세계관)을 읽어보셔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