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From. 김스피

피드백란을 통하여, 그간 많은 응원과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인스피아는 오늘로 마지막이지만…그리고 현재로선 확실한 기약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꼭 연구자님들의 남은 질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날까지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해찰도 잊지 마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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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 안녕하세요, 평소 조용히 레터를 읽고 지나가는 구독자였습니다만 이번 레터는 저에게 굉장히 유의미한 도움이 되어 이렇게 감상을 보내봅니다. 서로에게 적당한 폐를 끼치며 사는 사회, 겸사겸사 대충대충 도움을 준다. 이런 말들이 평소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방향이라 저에게는 기분 좋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침 오늘 아침에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요, '나는 타인을 도와주는 내 모습이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비춰질 지 상상하며 행동하는 이타기주의자(이타주의자+이기주의자)다.', '결국 나 자신의 이미지를 챙기기 위해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차라리 이런 생각이라도 하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괜찮은 게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었네요. 오늘 레터를 읽으니 이런 생각 또한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희생적인 행동이고 그를 수행하는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이를 돕는다는 것을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사소한 것으로 인식하고 겸사겸사의 마인드를 장착한다면 도움을 줄 때 모순적인 저의 모습을 마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조금 안심이 됩니다. 물론 그런 태도에 완전히 익숙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항상 유익한 내용의 레터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보내주시는 레터의 내용이 종종 생각할 거리가 됩니다.

⏩김스피 = 레터를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생각 또한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희생적인 행동이고 그를 수행하는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문장이 와닿네요. 정말 저 또한 지난 회차를 쓰면서, 누군가를 돕는다/좋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통상 그저 좋은 일을 하면 된다-그것은 무조건 훌륭한 일이다, 라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현실의 영역으로 왔을 때 실은 실제로 좋은 일을 하는 것과, 자신이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며(=굳게 믿으며)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의 행동은 크게 다른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후자의 경우, 일단 ‘좋은 일’의 기준이 자신에게만 존재하며 - 즉 도움을 받는/선물을 받는 상대방의 관점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며, 자신이 좋은 일을 베푸는 입장이므로 권력적으로 위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대상의 행동을 좌우하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많죠. 단적으로는 지난 레터의 각주에서도 간단히 소개했던 부모-자녀간의 문제가 있겠고요.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은 일’을 한다는 자각을 강하게 가진 사람은 그것을 ‘겸사’하지 못하고, 자신의 ‘수고/투자’를 계속 자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수고롭게 일부러 하는 거니까요. 어떤 일을 하든, 저 역시 앞으로도 그런 생각을 마음 속에 담고 주의하려 합니다.

👤징구리 = 매번 감사히 보고 있는 레터지만, 오늘은 답장을 드리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좋아하는 내용으로 가득차서 감사함의 답장을 드려요. 최근에 [우연]에 관한 책을 읽고 삶의 대한 태도가 점점 더 긍정적으로 단순하고 가볍게 바뀌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그러던 와중, 지난 몇 편의 레터에서 [우연]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더라구요. 마치 내가 최근에 [우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걸 아시는 것 처럼요!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었어요. (지난 레터들도 너무*100 좋았어요) 앞서 말씀드린 책은 <<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 미야노 마키코 >> 입니다. '우연'을 주제로 깊이 연구하던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가 우연히 암을 투병하게 되고, 우연하게 인류학자 이소노 마호씨를 만나 서신을 주고 받은 내용을 묶은 책이에요. 259페이지의 한 문장을 보여드릴게요. [ 뚜렷이 나타난 상황의 우연성과 직면하여 정열적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무력한 초력이 운명의 자리 ] 계속 곱씹으며 드는 생각을 이번 레터와 연관지어 생각해보았어요. 좋은 상황과 나쁜 상황은 잘잘못에 따라 벌어지는 일이 아니거든요. 그저 우연히 생기는 것이라고 해요. 다양한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우연인 거에요. 우연한 누군가에게 우연하게 도움을 청해야 할 만큼 힘든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그저 인정하고 흐름에 따라 가볍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거에요, 물론 누군가의 손길을 마주했을때도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좋은 일이 다가 온다면 그 우연을 꽉 잡아 또 수많은 우연의 갈래를 정열적으로 만들어내는거에요. 그게 운명이라고 우연이라고 하네요. 저도 우연히 좋은 레터를 만나 가슴 울림을 느껴 좋아요. 우연에는 무력한 초력으로 맞서기.. +)인스피아에서 다루는 내용들 다 잼있고 좋아요.. 얼마나 사회 곳곳에 애정어린 시선을 나눠주시는지 부지런함이 글에서 뿜어져나와요. 예전에 읽었던 어떤 사회학 책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거나 듣거나 읽을때, 나도 모르게 강자의 시선으로 안쓰럽게 본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내가 약자의 자리에 서 있을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구요. (책을 알려드리고 싶은데 기억이 안나요.. 사회 책이고 초록색 표지의 한국인 저자네요) 제가 느끼는 인스피아는 (맘대로 생각하는 부분 죄송해요) 시선이 직선으로 냉정하게 흐르지만 그 온도은 뜨겁게 어른대는 거에요... 마음은 이만 줄이고 언젠가 우연한 시기에 '트라우마' 에 대해 다뤄주실 수 있을까요? 오늘 뱅기 타구 따뜻한 나라로 수영하러 떠나요. 저는 아직 어린이때 바다 파도에 휩쓸려 물을 무지 먹었던 감촉이 생생해서 물을 무서워 하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심호흡 몇번하면 스노클에 의지해서 물 위에 뜰 수는 있어요. 인스피아님 알려주세요 트라우마가 뭐길래!!!

⏩김스피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최근 저의 키워드가 ‘우연’이었는데, 징구리님과 통하는 부분이 있었네요! 원래 저는 사실 굉장히 폐쇄적이고, 목적적이고, 원래 알던 사람이 아닌 낯선 사람과 소통을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고, 특정한 삶의 궤적을 계획하면서 살아가는 스타일 이라고 생각해왔는데 - 요새 책들을 읽고 또 이런저런 생각, 경험을 하게 되면서 점차 삶의 가치관이라든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우연’이라는 키워드 자체에 주목하게 된 것은 최근이지만, ‘우연’이 불러오는 새로운 세계 그리고 내가 원래 의도치 않았던 만남이 불러오는 느낌표/영감이란 인스피아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중심에 두어온 ‘해찰’의 핵심 개념과도 이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딱히 관심이 없던, 혹은 적던 분야의 글이라도 환대하는 마음으로 일단 산책하듯 읽어보고 거기서 새로운 만남을 기뻐하는 식으로요. 이는 사람/사건과의 만남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 징구리님께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우연을 불러오는, 다채로운 삶을 사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