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Rad = 에전에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위로를 받고싶은 마음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민글을 올렸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글을 올린지 1분도 안되어 ‘이까짓 거 가지고 왜 고민함?’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고 상처받고 속상했는데, 과연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대화였다면 그때도 똑같은 반응을 받았을까? 혹은 대면이었다면 나와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통해 조금 더 유의미한 소통을 할 수 있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네요. (모르는 일이지만요) 별개로 레터에 언급된 시라스의 케이스를 읽고 조금 씁쓸하기도 했어요.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규모의 공동체에 속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요. 그런 제약이 없어도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전에 보내주신 ‘제3의 공간’에 대한 레터가 떠올라서 다시 읽었어요.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관없이 진심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 안전한 수치심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공동체, 제3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김스피= 으…😭 어떤 느낌인지 너무 알 것 같습니다. 저도 꽤 옛날에 한번 어떤 익명 커뮤니티에 굉장히 진지한 고민을 썼는데 비슷한 답변을 받고서 굉장히 낙담하고 슬펐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대면 소통이 짱이고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다!’라고 할 건 아니지만,(실제로 만약 대면 소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그 오랜 인류 세월 동안 많은 문제들은 있지 않았겠죠…) 우리 시대엔 통념과는 달리 꽤 감정적인 부분을 충족해주는, 친밀한 엔터테인먼트/가벼운 소통 조차도 이전에 비해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실은 시라스가 ‘유료’라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많이 걸린 부분이기도 한데요.(저는 개인적으로 그 책을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이 책을 레터에 인용해도 될지와 관련해서요…) 이 부분 관련해서는 일단 간단하게 현재로서 저의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 적어도 저는 약간의 돈(후원 혹은 그 공동체에 대한 애정의 차원에서)을 내게 되더라도 어떤 의미있는 소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바람”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실은, 제가 직접 이런 공동체를 운영해본 적은 없지만 상상 이상으로 공동체를 적정하게 유지하는데는 노동력/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공동체는 아마도 앞으로도 (아무리 유료라고 하더라도) 누군가 특정 개인의 헌신이나 지원이 없다면 존재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ㅠㅠ 특히 오늘날처럼 일상적 커뮤니티가 거의 전멸상태인 상황에서는요…). 적정 수준에서 어떻게 하면 유연하게 이런 공동체를 조성할 수 있을까…하는 건 저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 경우에 따라 좀 더 가입비를 유연하게 받거나 등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좀 더 관련 고민을 저 또한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lecter = 역설적이지만, 인터넷 공간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유료화를 하고 댓글창을 관리하고 하는 등의 조치가, 오히려 그 안에서 필터 버블을 만들고 익명 기반의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더 크게 만드는 것에 일조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유료화된 언론사 사이트에서 정제된 댓글을 남기는 것은 어렵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밈이나 날리는 것은 쉬우니까요...언론사들 입장에서는 달리할 방도도 마땅치 않아서, 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네요. +) https://youtu.be/xuTOnTVrIk4?si=paLRxJZPtPLwJeZF AI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가 갈수록 쪼그라들 수 있다는 내용의 유튜브 컨텐츠입니다.
⏩김스피= 어떤 맥락에서 말씀을 하신 것인지 이해가 됩니다. 사실 해외 유수 언론의 인터넷 기사 유료화의 극초기부터 ‘만약 돈을 지불한 사람만 기사를 보게 한다면 그 돈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은 오히려 더 열악한 환경(=무료, 정제되지 않은, 관리되지 않은)에만 모이게 될 것’이라는 문제제기 및 우려가 있었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애초에 인터넷 기사 유료화 자체가 본격적으로 시도되어 성공한 케이스가 전무하다보니 그런 현상이 역설적으로 아예 일어나질 않았지만요. (그나마 유료 뉴스레터가 그런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텐데, 그마저도 해외에 비해서는 지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다만 저널리즘의 역사를 보았을 때, 애초에 대중이 ‘양질의 정보’를 거의 무료에 가까운 수준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으로 지극히 짧은 기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통상 20세기의 ‘객관적인/공적/대중’ 저널리즘에 익숙해져있지만, 신뢰할 만한 정보를 폐쇄된 집단 간에, 사적으로 주고받아온 역사는 그보다도 훨씬 길고 - ‘정보’에 대한 대부분의 역사는 실은 극소수만이 아는 정보원에 대한 거래의 역사라고도 볼 수 있겠죠. 대중 대상의 나머지 영역은 대체로 눈길을 끄는, 거짓에 가까운 시간때우기용 읽을거리(재미나게 부풀려진 가담항설, 픽션, 광고 등)들로 채워져있었고요.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에 돈을 내지 않은 대중들은 의미있는 정보도, 관계도 맺을 권리가 없다고 내쫓자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고요.(”내 수고엔 정당한 대가를 내놓으라고!”라는 윽박지름은 사실 생산자가 할 말은 아니죠.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곤 하더라도, 저는 결국 소비자의 마음이 동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좋았던 옛날(존재했는지도 모를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 이상의 도전이 오늘날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확장-더 많은 정보를 읽어야 한다는-’보다는 ‘축소’의 길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아즈마 히로키의 ‘축소지향’의 접근은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의 숨결이 닿을 수 있는 만큼으로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관계 역시) 줄이자는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AI에 친숙해지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덜 읽게 되고 - 그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주신 영상(댓글까지 포함해)을 흥미롭게 시청했는데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쩌면 인터넷 공간의 ‘의미없는 과잉’에 대한 환멸과 함께 ‘축소’에 대한 욕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 축소가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맺음과 함께 결합한다면 어떤 종류의 시너지가 발생하고, 비로소 저널리즘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도 다시금 회복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복잡한 이야기다보니, 다소 뭉툭하게 이야기를 한 부분도 없잖습니다만 - 저널리즘과 미디어 관련된 이야기는 제 가장 중요한 관심사기도 하기 때문에 언젠가 레터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요는 이와 관련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축소 지향은 단순히 무언가를 ‘단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더 의미있는 소통/경험을 추구하고 일구어나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ps. 약간 사족일 수도 있지만, 저는 AI의 대중화보다 훨씬 전부터 그러한 시도(=축소지향적이면서도 대중적 소통의 시도)의 일환 중 하나가 뉴스레터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뉴스레터를 시작하고 지속해오고 이런저런 소통을 함께 연구자님들과 함께 나누어왔던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어떤 시도가 가능할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가보려 합니다. 다만 어떤 시도를 하든지 간에, 결국 제가 하는 시도란 돈을 버는 효율성보다는 아마 그냥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한 해찰이 주가 될 것 같기는 합니다 ㅎㅎ😂
👤코난 =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메신저나 이메일로 의견을 적을때 내 자신이 너무 까칠하게, 공격적인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때까 종종 있습니다. 대면으로 얘기했다면 웃으면서 가볍게 얘기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익명이 아니라 신분이 공개된 상태에서도 온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건 대면 커뮤니케이션과는 차이가 큰것 같습니다. +)오징어게임이요. 어제 마지막편까지 봤는데 재밌더군요. 인스피아에서 오징어게임을 다룬다면 어떨까 궁금해지네요.
⏩김스피= 저도 업무상 이런저런 분들을 뵙다보니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아무래도 전화나 메일로 소통할 때는 조금 사무적이고 딱딱하게 대하게 되다가, 직접 뵙게 되면 느낌이 확 달라지는 식으로요. 아무래도 그런 전환의 핵심은 ‘직접 대면하기’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한 사람’으로서 보지 않기 어려우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실은 저는 오징어게임을 보지 않았습니다…! 시즌1의 1편정도는 봤었던 것 같은데, 그닥 제 취향이 아니라서 초반에 하차했는데 시즌3 소식도 듣고 하다보니 조금 궁금해지긴 하더라고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한번 챙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