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민트 = 요즘 안 그래도 지브리 원작자의 인터뷰를 보고 마음 한 켠이 참 안 좋았어요.. 마냥 즐겁게 사진을 바꾸지는 못하겠더군요.. 학교에서 저작권 수업을 들은 적이 있던 터라 규제가 점차 어려워질 것 같다고 예상은 했지만 참 안타깝더라구요.. 원작자에게 보상이 이루어지면 물론 지금보다야 좋겠지만 이 방법도 어찌보면 근본적인 문제(ai의 무분별한 수집)의 해결책이라고 보긴 어렵겠죠.. 결국 ai의 학습능력이라는 것도 사람이 만들어둔 기반 안에서 짜깁기(?) 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얼마전 친구와도 그런 얘길 했었는데..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감사드립니다! +)혼자있기 좋은 방 이라는 책 추천합니다. 미술관에 가서도 작품을 잘 감상하지 못하는 문외한인데.. 이 책을 통해 미술 작품 여러 편을 감상하고 있어요! 그림에 대한 관심도 늘었고, 예술가들의 삶과 시대 배경도 궁금해지게 되더라구요!
⏩김스피 = AI가 이처럼 대중화되기 이전에도 - ‘표절’이라든지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꽤 다양한 논쟁이 존재해왔는데요. AI가 대중화되면서 저작권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해지고, 각 분야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례론,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AI의 대중화 이후 언론사들이 기사의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고요. (기존에는 뉴스(’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왔습니다·링크 레터에서도 각주 정도로 짧게 언급했었던 것 같은데, 구텐베르크 혁명 이후 ‘저작권’ 개념의 정립이 향후 수백년(오늘날까지) 출판계의 모습을 결정했듯 - 지금 AI 관련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법적으로 정할지가 향후 수백년 콘텐츠 관련 생태계의 모습을 결정하게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엄격하게만 하는 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되도록 콘텐츠 생태계가 다양성, 독창성을 존중받고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겠죠. 오, 책 추천도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요새 미술 전시회를 좀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홍땡땡 = 항상 유익합니다. 신격화된 AI의 이면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셔서 좋았습니다. +)켄리우(천생연분) 이 책도 AI기술의 어두운면을 소재로 쓴 소설인데 편리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쓰는 AI에 잠식당하는 내용입니다. ++)학교폭력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가해자에게 모든 죄를 덮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거 같습니다. 또한 학교의 방임이라던가
⏩김스피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추천 및 주제 추천도 감사드려요. 소설의 컨셉이 강렬하네요. ‘학교폭력’은…참 복잡한 문제죠. 예전에 SNS에서 어떤분이 학교폭력과 오늘날의 모든 종류의 갈등의 ‘사법화’ 추세를 비판적으로 엮어 써주신 메시지를 인상깊게 본 기억이 있는데요(대강 요약하자면, 어떤 종류의 사소한 갈등들도 모두 당사자간에 해결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공식절차’에 맡기는 경향). 물론 폭력은 지양해야 합니다만, 폭력 그 자체보다도 한편 오늘날 사회에서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봉합’되고 있는지, 과연 그 갈등이 제대로 해소되고 있는지, 그게 과연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한번쯤 짚어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고 = 제가 요즘 딱 관심 가지고 있던 부분에 대해 짚어주셔서 좋았어요. 유행이라지만 지브리 풍 AI 이미지를 만들어보지는 않았는데요. 저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이 열풍이 조금 기이하고 다소 불쾌하기도 합니다. AI가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아직까지 명확한 저작권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요. 이건 개인이 재미로 창작물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2차 창작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상업적 이용만 하지 않으면 괜찮지 않냐는 의견들도 많이 보이던데 누구도 상업적 이용은 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지브리 풍의 유행은 금방 지나갈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을지 아닐지 더욱 판단하기 애매한 분야들로 이런 유행은 번져갈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그렇게 누군가가 고생스럽게 만들어낸 창작 스타일을(비단 그림뿐만이 아니라 다방면에서요) 비용을 많이 지불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대로 쉽게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는 것이 우려됩니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다시 바꾸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창작자들이 피해를 입고 싸워야 할까요. 저작권은 창작자의 것이지만 그것을 향유하는 것은 소비자이기에, 더 신선하고 깊이 있고 풍요로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소비자들이 이런 유행을 경계하는 태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스피 = 정말 지난 2주 정도는 지브리 AI 유행으로 각종 SNS가 난리였던 것 같습니다. (최근엔 갑자기 놀라울 정도로 인기가 식은 것 같기도 하지만요. 이미 해볼 사람들은 다 해보아서 그런지…) 그런데 이 괄호 안의 ‘해볼 사람들은 다 해보아서 그런지’라는 말은 좀 더 생각해볼만한 부분이 있는데, 지난 레터를 보내고 나서 곰곰 생각을 더 해가다보니 - 어쩌면 대중 사이 지브리 AI 유행을 몰고왔던 중요한 요소는 ‘지브리’라는 것 말고도 ‘자신의 모습을 특별한 그림으로 남길 수 있는 점’도 있지 않았나 하는 부분입니다. 마치 유원지에 놀러가서 돈을 지불하고 가족 캐리커처를 그리듯요. 다만 마고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대중 인식’의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AI가 대중화되는 것에 발맞추어 이에 대한 저작권 등의 규정도 명확하게 결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핑 = 이번 레터도 무척 좋았습니다. “수십년 인터넷의 역사에서 만약 어떤 것이든 좋은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기계나 시스템의 신묘한 작용 때문이 아니라) 오직 ‘사람’ 때문이다!”라는 것입니다. 저는 말하자면 천리안 하이텔의 마지막 세대이며 인터넷 1세대에 속하는 사람인데 그 시절의 오리지널한 컨텐츠들을 많이 잊어버리고 있지 않았나는 생각이 듭니다. 스피님은 대체 저보다 훨씬 어린(것 같은)데도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책들을 읽고 흥미로운 생각을 하시나요. 정말! 멋집니다!! (그들이 숨기는 것도 있겠지만) AI가 어떻게 생각/동작하는지 도대체 우리가 알고있기는 할까요? 지금까지 엔지니어들의 설명은 언어모델의 크기를 키웠더니 마치 인간이 생각하는것 처럼 됐다,라는 것으로 대충 설명하고 LLM의 신경망 내부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하지요. 가끔 저는 인간의 영혼이나 생각이라는 것도 이 LLM처럼 환상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조금 다른 식으로 발전해온 언어기계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LLM이 가장 먼저 AI가 되는 이유는 당연하죠. 우리는 언어 외의 방식으로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말할 수 없는것에 대해서는 침묵할수밖에 없죠. 그러므로 우리의 세계는 언어의 세계로 한정지어져있고, 우리는 아무리 뛰어나봤자 뛰어난 언어기계밖에는 될 수 없는 것일까요? AI가 저의 업무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저에게는 시안작업이나 개념설명에 아주 효과적인데요 (미드저니를 썼었지만, 한글로 프롬프트 입력이 되고 세부 수정이되는 이번 4o Image Generation 업데이트가 무척 좋고 이 정도면 별도의 이미지 생성 앱을 쓸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미드저니는 바로 구독취소를 했어요.) 그런데 아주 색다른 것이나 완전히 다른 개념에 대해서는 제대로 만들기가 아직 어렵긴 해요. 딥리서치도 영어는 모르겠지만 한글 보고서는 아직도 뭔가 열심이지만 나사빠진 인턴이 만든 것 처럼 어딘가 어색한 컨텐츠이긴하거든요. 문제는 단순한 글쓰기가 귀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도형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거나 파워포인트의 도형을 조합해서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고 프롬프트를 쳐넣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결국은 프롬프트를 더 효율적으로 입력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이게 이렇게 해도 되는 일인지는 좀 고민이 돼요. (카카오톡 답변도 AI가 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러다가는 생각하는것 마저 AI에게 시키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네요. 마치 SF에서 처럼) 그리고 이렇게 하고있다가 보면 묘한 생각이 들게 되죠. LLM은 인터넷의 모방기계입니다. 그가 논리적으로 옳은지는 전적으로 인터넷의 전체 경향에 좌우되지 않을까요? 최소한 스피님께 쓰는 편지는 AI와 무관하게 작성하고 있긴합니다만, ... 우리는 산책과 자동차를 통한 이동을 다르게 생각하듯이 업무적이고 전형적인 글의 작성은 자동화에 맡기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각자가 각자의 거의 완벽한 언어기계를 가지게 될까요? 그리고, 우리는 자동차가 있지만 조깅을 하듯이 자신의 단련을 위한 글쓰기를 결국 하게 될까요? (이건 지금도 비슷한것 같긴하네요.) 그래서 완벽한(이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언어기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언어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소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운전을 잘하는 사람과 잘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그 차이가 나겠지만, 차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수준으로 드라마틱한 차이는 아니겠지요. 아마도... +)컨텐츠를 열심히 접하고 있지 않아서, 부끄럽네요. 이번주부터는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전자책도 있지만) 모노 에디션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참,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이라는 앱이 있는데 (써보셨나요?) 요가, 필라테스 같은 5분에서 30분정도의 운동들을 따라할 수 있답니다. 아침마다 내킬때 따라하고 있는데요 크게 어렵지 않은 것을 하면 재미도 있고 적당한 성취감도 생기는것 같아요. 무엇보다 외국 트레이너들의 목소리를 한국인 성우가 더빙했는데요, 저는 그 느낌이 묘하게 좋더라고요.
⏩김스피 = 레터를 읽어주시고 소중한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넷 1세대시군요! 저는 하이텔을 직접 이용해본 경험은 없고, 어렸을 때 친척 집에 놀러가면 삼촌이나 손윗사촌들이 묘한 연결음(?)을 내며 파란 바탕의 하이텔에 접속하는 걸 옆에서 구경한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간혹 그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만날 때면 경험을 여쭸는데, 대체로 오늘날의 인터넷과 달리(물론 그때도 악성 게시물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꽤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이었다고 회상하시더라고요. 오늘날의 인터넷 경험과 그때의 경험에 차이가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플랫폼이 그 안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설계했느냐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겟죠.
우리가 생각을 하는 것은 대체로 ‘언어’에 기반한 것이 대부분이고(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을 한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 거기서 언어를 뺀다면 남는 것이 얼마 없겠죠)…LLM과 인간의 ‘사고’의 차이를 어떻게 생각해야할지도 애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문제고, 앞으로도 많은 학자들이 이와 관련해서 (지금까지처럼) 궁리를 해가겠지만 - 일단 현재로서, 저는 그것이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적인 시각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튜링테스트의 핵심 포인트가 ‘결과를 구분할 수 없다면, 컴퓨터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다’이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새롭게 상상해봐야 하는 지점이겠습니다.
‘전형적인 종류의 글(형식적인, 읽히지 않기 위한 글)’을 써야 할 때면 저도 종종 AI에 문의를 해보긴 하지만, 그런 글을 쓸 기회(?) 자체가 별로 없어서 아직까지는 많이 직접 사용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핑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단순 글쓰기’와 그 외의 글쓰기 사이의 격차는 꽤 커질 것이고, 상당부분의 글쓰기가 ‘대체’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언어능력은 중요하게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어쩌면 앞으로는 독자의 즐거움만큼이나, 글쓰기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부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나이키 앱은 써본 적은 없는데, 소개해주신 이야기를 들으니 흥미가 생기네요!(예전에 달리기 관련 앱은 한번 써본 적이 있습니다 ㅎㅎ 듣고 있으면 달리기할 때 신으면 좋은 양말(?)을 소개해주는 등 팁을 이것저것 알려주는 앱이었어요) 콘텐츠는 기회가 닿고 사정이 될 때 그때그때 접하면 되는 거죠 😄 저야, 책을 가지고 글을 계속 써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계속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책은 친구를 만나듯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친구를 더 많이 만나야 하는데, 라고 강박관념을 갖기보다는 여유가 될 때 재미를 느끼기 위해 친구와 노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