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로렌초 = 결국 경제다. 일상의 문화도 결국 돈을 무시할 수는 없는 걸 체감합니다. 가난할수록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부유할수록 오프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이야기를 봤던 게 생각나네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이미 19세기에 지금은 모두의 공간이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모두 폐쇄적이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변할 거라 일갈했던 게 점점 더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김스피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로의 글에도 이런 내용이 있었군요. 저도 사실 지난 레터를 쓰기 전까지는 제3의 공간 문제라든지 도시에서의 교류의 문제를 ‘경제’의 측면에서 정식으로 바라볼 기회는 없었는데, 새삼 경제라는 렌즈로 바라보니 그간 제가 가져왔던 많은 고민과 답답함의 실마리가 보이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김스피구독자김아무개 = 오늘 레터 잘 봤습니다! 전 90년대 후반생이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90년대 후반과 00년대초반의 감성이 너무 좋은 사람인데요 그 이유를 좀 알 것도 같네요. 사진 찍고는 바로 편집하고 인스타에 올리느라 흐르는 정적이라든가 실제로 만날 수도 있었는데 그냥 안부 카톡으로 끝나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든가…영화를 보려고 굳에 영화관에 가고, (그냥 넷플릭스나 왓챠가 아닌..! 그리고 이때는 영화비도 쌌음!) 겸사겸사 팝콘도 먹고 끝나고는 핸드폰으로 사람들 반응을 찾아보는게 아니라 상대와 곧바로 날것으로 이야기해보고…그냥 지금은 우리가 잊어버린 그런 것들이 좋았던 거 같아요 그 시대가 아니라 그런 사소한 감성들을 그리워하는 거겠지요 그걸 제대로 겪지도 못한 제가 그리워하는 걸 보면 그 감성의 뿌리는 결국 현실속 결핍일테고요 기분이 묘해집니다…레터에서 말하듯이 모두에게 좋지도 않은 결핍을 우리는 자꾸 키워만 가네요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기 싫은 거 같기도 하지만..) 이것마저도 과연 온전한 우리의 선택일까요•••••?

⏩김스피 = 저도 사실 어렸을 때부터 도시 생활을 했다보니 제3의 공간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제가 겪은 추억(?)같은 것은 없는 편인데요. 그래도 아주 어렸을적, 가끔 할아버지가 맞은편 철물점에서 동네 할아버지들과 함께 장기를 두시는 것을 본 기억이 따뜻하게 남아있습니다. 지금같으면 그럴만한 장소도 거의 없고, 사실 대부분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어디를 가야(대체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장소)’하죠.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오프라인에서든 온라인에서든…계속 적극적으로 고민해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단지 개인의 힘으로만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요구도 필요하겠죠!

👤정우 = 항상 좋았지만 유난히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주제를 다뤄주셔서, 관련 텍스트들도 많이 알게되고, '제3의공간'이라는 언어도 획득했어요. 공간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시간적 측면들에 대해 함께 고민한 사람들이 역시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슬픔에 이름붙이기 라는 책이 좋았는데요, 감정어휘를 풍부하게 갖고 있으면 감정을 잘 다룰 수 있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김스피 = <제3의 공간>이라는 키워드가 참 매력적이고,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소구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레터를 보내고 나서 메일을 통해서도 제3의 공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말씀을 해주신 연구자님도 계신데요.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제3의 공간을 원하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라면, (비록 지금으로서는 막막해보일지라도) 아주 약간의 계기라도 있다면 예상 외로 정말 재밌는 의외의 변화들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슬픔에 이름붙이기>는 추천해주신김에 최근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발견한 김에 빌려왔습니다 😊 추천 감사드려요! 주제도 추천 감사합니다.

👤오울 = 적당히 예의있고 거리감 있게 서로를 호기심과 존중으로 대하는 느슨하고 산만한 공동체.. 에 정말 소속되어 보고 싶네요. 횡설수설하지만 편지를 남겨봅니다. 제주에서 2년, 괴산으로 귀촌해 4년. 도시를 떠나 지내고 있습니다. 귤나무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지며 열매가 열리는 과정을 보면서 마트에 영롱하게 포장되어있는 귤과 진짜로 만나는 귤이 얼마나 다른지를 느꼈습니다. 괴산은 제주도 보다는 조금 지루하지만 그럭저럭 자연을 벗삼아(?) 마을 어른들과 어울리며 지냈는데, 아기가 생기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도시러버’인데 어찌저찌 시골살이를 하게됐지만 육아를 하면서 도시가 정말 그리워지더라구요. 잠깐 집앞 편의점이라도, 유모차 끌고 아파트 단지 산책이라도, 맛집의 배달 음식이라도, 친구와 가벼운 수다라도,,, 있었더라면 우울감과 고립감이 조금은 덜어졌을까? 여기 살자고 한 남편도 많이 원망했답니다. 아기가 조금 커서 주말에 종종 청주로 나가는데 이번 주말은 유난히 사람이 많더라구요. 추리닝만 입고 다니다가 도시에 가니 이런저런 좋은 차, 좋은 옷, 신발이며 가방, 유모차, 아기옷들이 다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아 나만 이렇게 후줄근한가, 아이한테 더 좋은 환경을 줘야하나 주눅들기도 하구요. 그러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도시에서는 많은 것이 ‘돈’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귀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는 세수도 안하고 마당에 나가 봄을 맞이하는 이웃 이모와 인사하고 차 한잔하고 애들 크는 얘기, 강아지 고양이 뛰어놀고.. 하루 중에 크게 돈을 인식해야할 일이 없구나. 누구에게 잘 보일 일도 없고. 그러면서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도시도 시골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좀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받아들여진다면 좋겠다.며 마무리 해봅니다. +)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숨만 쉬어도 돈이 줄줄 새어나가는 현대인의 삶.. ㅎㅎ

⏩김스피 = 경험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지난 레터를 쓰면서…제3의 장소를 한번쯤 꼭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심 계속 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거의 평생(?) 그런 장소에 대한 경험 없이 살아왔다보니, 진짜로 그런 장소/기회가 생긴다면 과연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역시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법이겠죠.

저는 도시에서 계속 살긴 했지만, 어렸을 때는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살았던지라 (그리고 어릴때는 역시 혼자서 너무 멀리까지 나가기가 어려웠던지라) 대부분은 그냥 동네에서 지내다가 아주 가끔 그나마(?) 번화가에 나가면 그게 그렇게 리프레시가 되고 설레더라고요. 거기서 딱히 누군가와 직접 교류를 하거나 하진 않더라도 도시의 익명성과 그로부터 오는 자유로움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울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도시에서는 어떤 장소(카페, 백화점 등…)에 들어설 때는 아무래도 옷차림이라든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좀더 자유롭게 우리가 어울리고, 또 다양한 레이어의 관계와 삶들을 누리며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추천 주신 주제도 고민해보겠습니다. 돈…🥲 정말 중요하고도, 심오한 문제인데 - 또 그만큼 ‘작정하고 해찰’(?)을 해볼 기회가 적은 주제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