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키키 = 매우 재밌었어요! 1. 최근에 사람에게는 '외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던 중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는 직장 밖(집에서 쉰다든지, 회사 외의 사람들-가족, 친구 등-을 만난다든지, 회사 일을 꺼버릴 수 있는 활동-운동, 취미 등-을 한다든지) 시간이 필요하고, 집에서 고립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집 바깥에서 교류할 사람과 활동이 필요한 것처럼요. 정말 이 외부의 시간이 없으면 사실상 내부라는 것이 존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러 이유로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기댈 수 없고 주거지도 불안정한 상황에 오래 있었는데, 그럴 때 회사를 잘 다니기가 어려웠어요. (회사 일에 몰두한다고 한들 집중력의 강도가 좋지 않은 채로 시간을 질질 끌면서 일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제 경험이나 생각이 이번 레터에서 말하는 '사람에게는 딴짓이 필요하다'라는 내용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2. 수도자들이 '자기 수양과 환대'라는 서로 상충하는 책임에 대해 고민했다는 내용이 참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레터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에게 이익이 되거나 나를 보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과 세상의 일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고 뛰어드는 일, 이 두 가지는 엄밀하게 가를 수 있는 일이 아닐 테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의 정도를 미묘하게 조정해야하는 부분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경제적으로,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느낄수록 사회운동이나 정치 참여에 힘을 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처럼요.(물론 그러한 고통이 단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요.) +)언젠가 레터에서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고쿠분 고이치로 저)라는 책을 소개해주신 적이 있었죠? 그 책의 저자인 고쿠분 고이치로의 또 다른 책이 최근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더라고요. [책임의 생성: 중동태와 당사자 연구]라는 책입니다. 철학, 언어, 장애, 정신질환, 의지와 책임, 주체와 타자 등 여러 주제를 오가며 멋진 통찰을 주는 책이었어요. 이 책을 김스피 님이 좋아하실 거라 확신합니다ㅎㅎ

⏩김스피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해찰거리를 던져주셔서 감사해요. 키키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일에 제대로 집중을 하기 위해선 약간 아이러니하게도? 외부에 대해 어느정도 적절히 에너지를 안배하고 다양한 지점으로부터 자극과 새로운 에너지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엔 인스피아를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절대적인 외부 자극은 책으로부터 올 수밖에 없긴 한데요. 그래도 ‘책’ 그 자체가 워낙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나마 적절한 산만함이 유지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또한, 우리는 통상 수도자들이 자기수양에만 힘을 쏟고 그 과정에서 굉장히 괴로워할 것이라는 이미지(예를 들어, 본문에 소개했었듯 잠을 쫓기 위해 줄로 몸을 묶는다든지(…))를 가지곤 하는데- 저 역시 지난회차를 쓰면서 ‘자기수양과 환대’ 사이에서도 흔들림과 갈등이 많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편, 저는 어쩌면 (그 책에서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오히려 환대에 힘을 쏟는 것을 통해 역으로 자기수양의 에너지를 얻은 수도자들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교수가 자신의 연구에 집중하고 싶어서 학생들의 질문을 성가셔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 어떤 경우엔 학생이 굉장히 참신한 질문을 던져서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새로운 관점이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테니까요. 혹은 예상치 못했던 조우로 인해 오히려 더 자기수양을 할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도 종종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 균형 안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때론 진절머리를 내고, 때론 신나하는 게 아마 삶이겠죠!

+오오!! 고쿠분 고이치로 책은 꽤 이전에 다루었었는데, 기억해주셨군요! 책 추천 정말 감사드립니다.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

👤푸른숲 = 항상 흥미롭게 읽고 있지만, 이번 레터는 더욱 좋았습니다. 집중력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딴짓하는 것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있다. 기꺼이 내 삶을 바칠 수 있는 무엇인가(혹는 누군가)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집중'할 수 있다. 결국 집중력이란 '삶' 그리고 '관계'의 문제인 것이다. +)김성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추천합니다. 김스피님께서 이미 다루셨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저자의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너무 좋았어요. 김스피님의 어조와 너무나 유사하다 느꼈습니다. 아마 김스피님께서도 김성우님의 책이 마음에 드실 거에요.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합니다. 이 선언에 부응하듯 지난 한 해에만 수백 권의 인공지능 관련서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교육도 기업도 미디어도 이 거대한 변화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욱신거립니다. 우리는 언제 '나무의 시대' '이끼의 시대' '돌고래의 시대' '미생물의 시대' '어린이의 시대'를 선언한 적이 있었던가요? 빙하를 살리려고 세계 유수의 기업이 경쟁하고, 강·하늘·대지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다루는 책이 하루가 멀다고 출판되고, 매체는 권리 잃은 이들의 목소리를 매일 앞다투어 전했 던 적이 있었던가요? 다양성·공존·형평성과 사회정의를 위해, 그 누구도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는 학교를 위해 사회 전반이 목소리를 높였던 적이 있었던가요?” "역사상 읽히지 않는 글이, 청취되지 않는 오디오가, 시청되지 않는 비디오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금, 우리가 더 나은 존재로 변화하고 있는지 엄중히 물어야 합니다. 대규모의 생태계 파괴와 저임금 노동 착취 위에 지어진 생성형 인공지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디지털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가치 없는 미디어의 대량생산은 행성을 파괴하는 재앙입니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선언하고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리터러시 생태계를 변화시키려하기보다, 깊게 읽고 정성껏 쓰고 마음을 다해 소통하는 일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시 되돌아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번역가는 존재할 수 있을까? 온라인 서점 시대에 헌책방은 존재할 수 있을까? 시대의 변화와 함께 '낡은 것'이 될 수 있는 존재들에 대해 해찰해주세요. 특히 번역가와 헌책방(또는 동네책방)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김스피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지난 레터를 쓰면서 했던 생각의 핵심 포인트를 정확하게 잡아주셔서 놀랐습니다. 실은 저도 지난 회차를 미리 처음부터 머릿속에 계획하고 쓴 건 아니었는데요. 지난 레터를 쓰기 위해 읽고, 또 쓰는 과정에서 어렴풋이 따라붙는 생각의 실마리를 따라가다보니 푸른숲님께서 짚어주셨듯, 집중이란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의 문제와 결코 떨어뜨려놓고 볼 수는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추천 및 주제 추천도 감사드립니다. 김성우 선생님의 책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저도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랍니다! 다만 저도 읽은지가 좀 되어서 내용이 아주 구체적으로 떠오르지는 않았는데, 구절을 소개해주신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책장에서 꺼내어 읽어보았습니다. 다음에 레터에서도 다룰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저도 종종 동네책방을 다니는데요. 동네책방 관련 이야기도 꼭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역가 관련해서도요! 😃 (응원도 감사합니다😄)

👤헌드레드 = 와, 인스피아는 지난주 구독해 오늘 처음 받아봤는데 말이죠. 저는 여러 개의 뉴스레터를 구독중이라 보통 한 번 읽은 뉴스레터는 삭제하지만 오늘 읽은 인스피아는 삭제할 수 없겠어요. ㅎㅎ 거의 대다수의 매체에서 현대인 = 집중력을 잃고 산만하며 그저 숏 콘텐츠에만 매몰되어 있는 문제 있는, 개선이 필요한 사람들 이라는 관점에서 콘텐츠가 시작되는데 인스피아는 다른 관점이라 정말 재밌었어요. 'brain rot'이 무려 1800년대 처음 등장한 단어라는 것부터 그 외 같이 읽어볼만한 책 추천까지...무료로 읽기에 황송한 뉴스레터였어요! 아침부터 꽉 찬 읽기를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김스피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rain rot이 1800년대에 이미 있었던 단어라는 내용을 지난 레터에 작은 글씨(각주)로 적어서 잘 보일까 걱정했는데 주목해주셨네요! 관련 기사를 읽었을 때 가장 흥미롭게 눈길이 가닿았던 부분이었습니다. 오늘날의 많은 문제들이 마치 단지 ‘기계때문에’ 일어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열심히 해찰해보겠습니다 😁

👤hoon =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외부의 요인이 아니라는 점과.. 자기 마음의 문제.. 알고는 있었지만 더욱 확실해진 느낌입니다. +)사실 요즘 읽은 책이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입니다.. 또 두껍지 않고 굵직한 내용들로 집필해주세요.. // 도시의 소멸, 인구의 감소, 고령화 문제

⏩김스피 = 책을 읽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올해에도 아마 인스피아의 내용을 엮은 책이나 다른 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책이 출간되면 레터나 SNS에도 간략하게 소식 알려드리겠습니다. 주제 추천도 감사드려요. 도시 소멸 및 인구 감소, 고령화 문제는 아마 (최소) 수십년간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일 것 같은데요.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