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제이유 =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신청해 두고 뭔가 설렁설렁 읽으면 안될 것 같아서 나중에 나중에 미루어 두었는데요.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좋았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번 회차는 사실 제가 요즘 많이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윤대통령 탄핵을 두고 양극단으로 나누어진 집회를 보고, 서부지법 난동사건을 보면서 과연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해를 해보려고 했거든요. 제 결론은 일종의 팬심 같은 것인가로 귀결되긴 했지만, 오늘 쓴 글을 보면서 그들의 입장을 들여다 보려고 한 제 생각이 마냥 이상한 것만은 아니구나 느끼기도 했습니다. 언급하신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덧붙여 저는 요즘 신문을 3가지를 보고 있는데요, 굳이 모든 뉴스를 다 읽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같은 주제를 가지고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걸 보면서 꽤 흥미롭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는 최근에 김승섭 교수님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를 읽고 있는데요. 세월호 참사의 유족분들과 천안함 장병들이 결국 어떤 면에서는 동일한 트라우마를 가졌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나 여러가지가 섞이면서 갈라치기랄까요. 그런 것이 되는 것에 대해 저 역시도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있어서 무척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20대의 젠더이슈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가끔 저 친구들 나중에 서로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첨예한 느낌인데, 이게 단순히 뉴스나 기사로 봐서 그런거인지, 아님 실제로 그러한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김스피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생각이 복잡해지곤 합니다만, 그럼에도 그들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가능한 일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그들의 말에 면죄부를 준다거나 100% 동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의 차원에서도요. 신문을 3부를 읽으시는군요! 핵심은 신문 3부 분량의 ‘정보’들을 모조리 들이마시는 것 그 자체라기보다는, 제이유님처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것’을 파악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눈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 그게 여러 정보와 입장을 접해봐야 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겠죠.

책 추천 및 주제 추천도 감사드립니다. 젊은층 젠더 이슈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인스피아에 다루어본 적은 없지만, 사실 근래 제 머릿속을 붙잡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다루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아직까지 글로 쓸 정도로 생각이 정리되진 못했습니다.😢)

최근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 세대론이 비판받은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로(빈부격차 등), 젠더 문제를 세대론으로 바라보는 것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한편, 사실 예전 커뮤니티 관련 회차에서도 생각했지만, 오늘날 ‘젠더 문제’라고 이야기 되는 것이 왜곡되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는 없는 문제를 키운다거나 하는 차원이 결코 아니라, 지난 레터에서도 다루었듯이 <자기 땅의 이방인>에서 티파티 지지자들을 직접 만났을 때 하는 이야기와 그들의 ‘내면의 이야기’기 달랐듯이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있어서도 어떤 것이 (미디어를 통하여 기만적인 방식으로 전파되는 프로파간다적인) ‘내면의 이야기’이고 어떤 것이 그들의 현실인지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책을 살펴 보고 있는데, 최근엔 <스티프트>라는 책을 천천히 두고 읽어보고 있습니다.(링크)

👤비기너 = '자기 땅의 이방인'은 제가 예전에 읽은 책이었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저는 '필터버블'에 어느정도 공감하고 문제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침 얼마전에 친구와 그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어 유튜브에 몇 번 검색을 하고 찾아보면(업무나 뉴스), 그 이후로 그쪽 주제가 너무 많이 뜨고, 그동안 제가 즐겨보던 다른 카테고리의 컨텐츠(예능, 스포츠)가 잘 뜨지 않는데, 이런 경향이 체감상 요즘 좀 심해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나만 그런 것인지 친구한테 물어봤었습니다. 가장 민감한 정치에 관련해서도, 최근에 친구와 논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 우리가 논쟁하는건 어떤 사안에 대한 '판단'이 다른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알고 있는 '정보'가 다른 것인가. 얘기하다보면 저는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는 사실에 대해 친구는 아예 들어보지도 못한 경우도 꽤 많아서요. TV뉴스를 안보고 유튜브 정치채널만 보는 사람은 그런 경향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정치뉴스도 자신이 보는 성향의 유튜브들만 계속 뜨게 되고, 그 반대되는 채널은 아마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어떤 사람이나 집단의 '세계관'이나 '정체성'에 대해 요즘 생각을 가끔 해보는데요. 최근 오요안나 사건과 관련해서 MBC에서 내놓은 입장문에서 그런 생각이 새삼 더 느껴졌습니다.'MBC를 흔들려고 하는 준동...'이라고 언급한 부분이요. 왜 뜬금없이 저런 내용이 나올까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제가 예전에 대학 다닐 때 운동권에서는 '우리가 군사정권이란 거대한 악과 싸우는데, 내부의 흠결을 들춰내서 적전분열을 일으키면 안된다.' 라는 정서가 아주 강했었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의 연장선이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하는데요. '우리가 윤석열 정권의 내란에 맞서 싸우고 있는데, 이런 비판을 하면 좋아할 세력은 저쪽 뿐이다.' 라는 정서가 강한 것이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고액의 연봉을 받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정규직이지만, 그들의 정체성은 아직도 '정의로운 저항자' 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민주당 의원들도 나이는 50대에 180석 거대정당인데도, 아직 '불의에 맞서는 저항자' 정체성은 강하지만, '내가 주류다.' 라던가 '내가 국가를 이렇게 운영하겠다.'라는 생각은 잘 안 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당이 되면 좀 힘빠져하는 것 같고, 오히려 윤석열 같은 저항의 대상이 생기면 자신들이 제일 잘 하는 투쟁의 단계가 되니 활기가 도는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자신의 20대에 형성된 정체성이 평생을 가는 경향이 강하다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요즘입니다.

⏩김스피 = <자기땅의 이방인>을 최근에 읽어보셨군요. 필터버블 현상은 아무래도, 어떤 사람의 개인적인 지향이나 기기-플랫폼 이용 습관, 서치 습관 등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기 떄문에 개인차가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대부분의 웹 게시물을 볼 때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콘텐츠를 보는 게 아니라 검색을 통해서, 혹은 SNS에서 가까운 지인들의 ‘큐레이션’을 통해 보는 경우가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필터버블의 영향을 덜 받은 것 같기도 하고요.

정치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다보니(예를 들어, 동물원 판다의 탄생 소식이라든지 물가상승률 관련 기사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경우는 잘 없지만 정치는 반대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지 않는 경우가 없는 편이죠), 필터버블의 영향이 크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추가로 말씀주신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고액의 연봉을 받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정규직이지만…’이라는 대목이요. 오늘날 정파라든지 지향을 불문하고 ‘피해자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가 실제로 피해자이냐 아니냐의 이슈는 일단 차치하고라도 피해자 의식을 가진 사람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면 일단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지 못하고, 자신이 틀렸다는 가능성 자체를 인지(인정)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주의하고 있습니다. 양비론으로 빠지지 않되,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곤지 = 넘 흥미로운 주제라 즐겁게 읽었어요. 요새 들어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 안 맞는 사람과 안 만나고 살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는데 왠지 반성하게 되네요.

⏩김스피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레터를 쓰면서, 저는 의견이 나와 같은지 혹은 다른지의 여부보다도 - 의견이 다른 사람이라도 그의 말을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지난 회차에 써볼까? 고민했던 책 중 최현숙의 <할배의 탄생>(링크)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이 책에는 기구한 삶을 살아온 빈곤층 남성 노인 두명의 심층 인터뷰가 실려있고, 대부분의 사회에 대한 의견이라든지 삶의 방식에서 저와 전혀 접점이 없는 이들이었지만…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역시 ‘잠깐 스쳐가는 인상/인터넷에서의 공격적인 말들’로는 불가능하겠죠.

👤너무빠른세상을살아가는거북이 = 김스피가 꼭 다루어줬으면 하는 소재입니다. 김스피만의 시선이 궁금해요 사랑은 재발명되어야만 한다(랭보의 유명한 말) 사랑은 과연 죽었을까? 그렇다면 언제부터..?가 궁금해진달까요 참고도서) ‘에로스의 종말’(한병철), ‘사랑은 노동’(모이라 와이글) 사랑은 늘 죽어있던 거 같기도 하고 우리가 사랑 그 자체를 너무 사랑하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거 같기도 합니다. 깔끔하게 제 마음을 정리해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