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짧게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 개인적인 말씀 등을 보내주신 분들의 편지는 제가 감사히 읽고 따로 아래에 옮겨적지는 않았습니다 😊 감사드려요!!

👤쿠로키 = 앞부분의 계엄 관련 내용은 시의성이 높아 시선을 잡아 끌었습니다. 오늘 레터 내용도 시국과 연관됩니다.(왜 다른 정당의 정치인을 그토록 증오하는가) 좋은 유머는 '우리는 모두 바보다'라는 합의가 핵심이라고 쓰신 구절에 공감합니다. 저는 이 말을 조금 바꾸어서 '우리는 모두 취약한 존재다'라고 이해합니다. 나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도 취약성이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화내지 않고) 유머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자신의 취약성을 유머로 승화할 수 있으려면, 나를 둘러싼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만약에 누군가 취약성을 보였을 때, 그것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환경이라면 취약성을 감추는 것이 자연스러울 테니까요.(학벌, 가정 형편...) 취약점을 다룰 수 없을 때 '외부를 향한 공격성'으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문장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도 자신과 타인에게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오늘날의 세태'라는 표현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는 오늘 레터를 읽고, 마음 놓고 유머를 던질 수 없는 환경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스피 = 안녕하세요, 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지난 레터를 쓸 때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두고 쓴 것은 아니었는데, 쭉 책을 읽으며 생각을 풀어나가다보니 마지막쯤엔 '악의적 유머는 결국 비웃음당하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고, 스스로의 부족함도 (남에게 비웃음당하지 않기 위해) 애써 숨기고 피해야하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서로 그냥 편하게 웃어넘기면 될 문제를 굳이 일일이 사소한 것에서까지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시대랄까요... 사실 오늘날 이게 많은 부분에서 연결되는 지점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 좀 더 맘 편하게, 헐렁하게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메롱꼴리= 세상에 이번 레터, 무슨일이죠. 너무 좋습니다. 증오범죄자의 동기가 증오, 잘못된 신념이 아닌 오히려 아무것도 없음에서 비롯한 무언가일 수 있다는 그 해찰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는데요. 한발 더 나아가 결여의 포인트로 유머를 짚어주시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유머의 핵심은 '너와 나의 없음'이라는 흐름이 자연스러우면서 기발했습니다. 최근에 생각이 반듯한 사람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도 제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는 남성이지만 페미니스트였고 자기인식도 분명하며, 자신의 생각을 똑부러지게 풀어놓을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요. 그 사람을 깊이 알게 될 수록 점점 괴리를 느꼈어요. 그 불편함의 지점이 무엇이었을까 고민해보니 '나는 달라, 나는 특별해'라는 상대방의 나르시스즘이었다는 소결을 내렸습니다. 저는 나의 특별함이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 '너와 나와, 모두의 것이었구나'를 깨달아가는 게 참 중요했어요. 그것이 재능이든 경험이든,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의 특별한 통찰인줄 알았던 것이 흔하디 흔한 유행가 가사에 툭툭 튀어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러다보니 본인의 특별함에 취해있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거리감과 불편함을 느끼게되나봐요. 풍자와 유머의 핵심 또한 너의 바보같음이 아니라, 나와 너 우리의 바보같음이 전제되어야 함께 웃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짚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한번 더 읽으러 갈래요. 오늘 레터. +)몸, - 김관욱 / 의료인류학이라는 분야를 처음 알게된 책이예요. 저자는 의료인으로 활동하다가, '몸'과 '아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이어가고자 인류학을 공부하기도 한 살아있는 의료인류학자입니다. 국가와 문화에 따라 같은 증상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 약물의 화학작용을 넘어 심리학적 작용에 대한 통찰(문화적 화학), 생리학적으로는 설명가능한 원인이 없는 집단 심인성 질환에 대한 이야기 등등. 에피소드와 흥미롭고 새로운 질문들이 잘 조화되어 있는 책이었어요. 인스피아님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와 집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박근혜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똑똑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왜 바보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지가 의문이예요. 우물 안 개구리, 내 주위에 내가 원하는 말만 해주는 사람들만으로 배치했을 때 인간이 얼마나 바보같아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례인걸까요..?

⏩김스피 = 공감하며 읽어주셨군요! 말씀하신대로 어떤 주제에 대하 어떤 의견을 가진 사람이든간에...아무래도 자신이 완벽하게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조금 껄끄러워지곤 하죠. 그건 단순히 '비호감인 태도'나 매너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신이 불완전할 수 있다는 여지를 전혀 두지 않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은 이는 '말'에서 뿐 아니라 '글'에서도 비슷한 것 같아요. 얼핏보면 책들(특히 제가 읽는 논픽션책들?)은 모두 확신에 찬 글들만 담고있는 것 같지만, 잘 살펴보다보면 그 안에서도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여지를 재어두는 저자들도 꽤 많거든요. 그런 사람이 쓰는 글은 왠지 어려운 이야기를 다루어도 계속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추천주신 책과 주제도 감사합니다. 추천주신 이야깃거리 관련해서는 어쩌면 이번에 보내드린(탈진실) 레터가 이어지는 부분이 있을 것도 같네요! 사실 주변에 원하는 말만 해주는 사람을 두는 것도 보통 사람들은 갖기 어려운 권력이죠 … 하지만 그런 권력이 거꾸로 자신의 목을 죄는 방식으로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슈크림모어 = 증오는 (+)지만 공허는 (-)라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고, 자신의 일이 무의미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모든 사람이 같을 텐데요. 그런 행동에 공허범죄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허를 찌르는 느낌이었어요

⏩김스피 = 사실 사람의 현재-삶은 그간 자신이 쌓아온 경험이라든지 노력, 관계의 합계일텐데 이를 단 한순간에 ‘만회’하려는 욕구가 증오 범죄와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요즘 듭니다. 하지만 단 한 순간에 수십년의 시간을 만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만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단 한순간에’는 불가능하죠) 그것이 결국 좌절과 범죄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증오 범죄들 혹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들이 실은 ‘자살 감정’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링크)

👤이집트메뚜기 = 증오범죄와 유머가 뭔 상관이고? 하며 봤는데 나이프란 책에서 증오범죄와 유머의 연관을 보고 유머를 탐구한 김스피님께서 재밌게 풀어 설명해주신 덕분에 월루 즐겁게 했어요..! 사실 월루라면 뭔들 재미없겠나 싶지만,,? 인종차별 반대 포스터가 떠올랐어요..! 그 포스터는 다른 인종이지만 똑같이 못생겼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번 레터 읽으면서 '우린 각기 다르지만 바보인 건 똑같다~'라고 저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니 이 팍팍했던 인생살이가 한결 편해지네요 바보가 행복하다고들 하잖아요 저 오늘부터 행복한 바보가 될 거예요~ 감사해요^^ +)틴틴팅클 이유: 초3동생이랑 같이 읽었는데 초등학생 이야기라 세대가 통합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즐거웠어요^^.. 사실 최근에 접한 게 이것밖에 없어서 뭐라도 적은 거예요 ++)초민감자란 뭘까... 저번 레터인 노캔과 소음 관련 주제에서 그럼 초민감자는 어떻게 해야하지... 하며 궁금증이 있었거든요 근데 막연한 궁금증이라 넘겼는데 오늘은 용기내어 적어보아요^^ +++)항상 편지 보내기를 열심히 작성하다가도 에잇!하며 그냥 포기하기를 반복했어요 왜냐!!? 피드백 페이지에 의견을 남긴 다른 독자님들께서 말빨이 보통이 아니라서 좀 위축되었거든요 내가 편지 보내도 되나...? 똑똑해보이는 사람 속에서 진짜 상식이라곤 하나도 없는 바보가 껴도 될까? 하고요... 평소에도 여러 매체에서 댓글을 꽉 채울 만큼 혼자서 열띤 토론을 펼친 후에, 남의 반박이나 생각이 무서워서, 그리고 댓글 쓴 거를 두고두고 후회할까봐 그냥 댓글 입력했던 거를 지우고 나와요. 익명인데도 왜 무서운 건지... 이런 제가 참 답답했어요 그래서 인스피아 편지 보내기도 썼다 지우길 반복하고~ 그런데 오늘은 이 세상 사람들은 바보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해져서 제출 버튼을 누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인스피아를 보며 감사한 마음과 용기와 지혜를 얻는 저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어서요!!! 스피님 그리고 똑똑한 독자님들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_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