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메롱꼴리 = 처음 주제를 맞닥뜨렸을때는, 음.. 별로 관심없는 주제인데?하며 무심코 시작했다가, 읽으면서는 그 어느때보다 고개를 많이 끄덕끄덕거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됐어요. 이렇게 지나가기 쉬운 이슈들을 해찰해볼 수 있게 해주는 인스피아의 장점이 다시 한번 빛나는 레터였습니다ㅎㅎ 요새는 출퇴근 시간에 모두 이어폰으로 다른 걸 듣고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내는 소음? 솔직하게 예를 들어서 참지못하고 발생해버리는..생리적 소음에 죄책감이 덜해지는 거 같아요. 스스로 화들짝 놀라다가 '에이, 다들 자기 소리 듣고 있느라 아무도 모를거야'라며 합리화하게 되는거죠. 그러다가 어느날 제 에어팟이 고장나서 음악없이 출퇴근을 며칠 했었는데요. 제가 에어팟을 안끼고 나니, 끼고다닐때는 몰랐던 무수히 많은 귀에 아무것도 안 꽂혀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더라구요. 체감하기에 귀를 막고있는 사람들보다 안막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보였습니다. 역시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간의 저의 생리적 소음을 반성하게 되었다는 뻘소리. 그리고 에어팟 없이 다녀보니 지하철 자체가 내는 소음이 꽤 크더라구요. 소음으로 소음을 덮는다를 제가 매일 실천하고 다녔구나 싶었어요. 현대인은 눈 뿐만이 아니라 귀 또한 엄청나게 혹사시키며 살고 있네요.
⏩김스피 = 읽어주시고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실 저번 회차를 쓰면서 너무 저만 관심이 있는 주제일까봐(ㅜ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닐 때도 잘 살펴보면 이어폰을 끼지 않은 분들도 많지만... 반면 제 경우는 굉장히 청각이 예민(?)한 편이라 중학생 때부터 거의 이어폰을 달고 살았거든요.
저번 회차를 쓰고서 저도 의식적으로 자주 이어폰을 일부러 착용하지 않은 채 대중교통을 타거나 걷기도 하는데요. 여전히 버스광고라든지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들려올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긴 합니다만…(’소리를 소리로 덮는다’는 말에 공감이 가네요) 앞으로도 소리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익명 =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오랜만에 기차를 탔어요 정말 한 30년 이상 된것 같습니다 옛날 기차는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놀랐고 옆사람과 조용히 떠들고 있는 네게 차가운소리로 '이젠 그만좀 하시지요' 하는 소리가 왠지 씁쓸하게 닥아왔습니다 같은 말인데 저렇게 밖에 하지 못할까 우리는 너무나도 메마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차안에서 인스피아를 보는데~ 주제가 소음 이네요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사는 냄새가 그리웠습니다 옛날 기차안에서 삶은계란과 주전부리를 팔며 다니던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기차가 그리웠네요
⏩김스피 = 기차를 굉장히 오랜만에 타셨네요! 저는 종종 KTX를 타곤 했는데, 그러고보면 어느샌가부터 기차(KTX) 내부는 독서실이나 비행기처럼 굉장히 조용한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예전에는 좌석 틈사이로 승무원이 주전부리를 판매하기도 하고, 여러명이 놀러갈 때면 기차에서 카드놀이같은 것을 하기도 했는데 말이죠.. 다른 사람이 내는 소음을 참지 못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다른 사람을 친해질 수 있을만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잠재적으로 내게 폐를 끼칠 수 있는 장애물’같은 것으로 바라보게 되는 도시 생활의 폐해일까 싶기도 하네요.
👤귤락 = 처음으로 읽은 레터였는데, 굉장히 좋았습니다. 접근하기 쉬운 문체로 쓰려 노력하신 점이 보여, 어려운 주제이지만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는 제주의 기숙사에서 사는 학생입니다. 방학을 맞아 서울에 올 때면 항상 두통이 심해지고 너무 시끄럽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바람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가 먼저 들리는데, 서울은 소리 지르는 초등학생들, 차 소리, 가족들 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울리거든요. 그래서 도시로 올라올때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거의 빼지 않습니다. 단순히 도시와 시골을 자주 오가는 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사운드스케이프에대한 고찰을 개인적 경험을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습니다. +)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교육의 미래
⏩김스피 = 처음 읽어주셨군요. 구독 감사합니다 😊 제주에서 지내시는군요..!! 저는 태어나서부터 거의 서울을 벗어나본 적이 없어서, 여행이 아니고서는 일상적으로 새소리, 풀벌레소리, 바람소리가 먼저 들려오는 상황을 체험해본 적이 없는데… 상상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드네요. 도시에 오실 때마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하신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실은,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소리만이 들린다면 굳이 막을 필요는 없겠죠. 위에선 제가 ‘태생이 청각이 예민하다’고 쓰긴 했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확실히 제가 도시에서 내내 산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자각할 일도 없는 예민함(?)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번 레터에도 적었듯 도시가 번잡하고…정말 엉망진창인 것은 대체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 ‘활기’는 도시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어떻게 가꿔갈 것인지 사회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와아, 우연의 일치(?)인지 마침 수능을 계기로 시험에 대해 이번 레터에 다루었습니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우리는 대체 뭘 안가르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만. 레터에서 길게 다루진 못했지만 <옥스퍼드 튜토리얼>이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같으면서도, 또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는 흥미로운 글들입니다. 이 책으로 마지막주 에세이를 쓰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재이 = 소음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주제였는데, 오늘의 인스피아 덕분에 수백 년 전 사람들이 거닐던 거리에 함께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어요. 이런 소리가 있었겠구나, 이런 소리는 없었겠구나 생각하는 동안 잠시 과거와 연결된 것 같았습니다. 공감을 통한 시간 여행이라고 할까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어린이가 있는 가구가 많아서 주말 낮 시간대마다 놀이터를 누비는 아이들 소리가 들려요. 느긋하게 오후를 즐기다 보면 열린 창을 타고 우다다 뛰는 소리, 빽빽 화를 내는 소리, 찢어지는 비명 소리들이 흘러듭니다. 그런데 저는 그 소리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마음을 다르게 먹으면 소음이 소리가 될 수도 있고, 예전에 발행된 레터 속 이야기처럼 새의 소리가 노래처럼 들릴 수도 있는 거겠죠 ☺️ 김스피 님과 다른 연구자님들은 어떤 소리를 좋아하실까요?
⏩김스피 = 어린이들이 많은 아파트군요! 현재 제가 사는 곳은 아이들을 정말로 찾아보기 힘든 동네인데요. 가끔 용무가 있어 다른 동네를 걷다가 아이들이 왁자하게 놀고 있는 동네 놀이터를 지날 때면 옛날 생각도 나면서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곤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마음을 먹기에 따라’ 어떤 소리가 소음이 되기도 하고, 흡족한 소리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소리를 만드는 사람(혹은 동물 등)’이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가 핵심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제 플레이리스트에 담겨있는 음악 등 ‘인위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제외한다면, 제가 듣기 좋아하는 소리는 역시 아침에 새가 우는 소리나 매미 소리(반년정도는 못듣겠지만요!) 정도일까요. 아니면 해외여행을 갔을 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외국 사람들의 수다떠는 소리를 그냥 듣는 걸 좋아해요. 의미를 알아듣는 순간 ‘정보값’이 되어 머리가 어지럽지만, 흐릿하게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