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사나 = 사라지는 기록에 관한 기사를 특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도 매일의 일기(지)를 워드로 타이핑하고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놓는데, 모종의 이유로 클라우드 서버가 먹통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유실된다면 어쩌나?하는 생각을 종종 하거든요. 실제로 카카오나 아마존의 서버 다운 사태가 있었기도 하고요. 최근 개발자분들이랑 소통해보면 물리 저장공간보다 클라우드가 훨씬 안전하고, 점점 더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추세다라고 많이들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러나 연결이 전제된 클라우드도 언제고 단절의 위험이 있고, 좀 비약하자면 데이터의 주체가 클라우드에 있으니 자칫 내것이 아니게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되더라고요. 저만 해도 많은 자료를 용량 문제, 필요 문제로 지우고 있기도 하고요. 말씀하신대로 일부러, 굳이, 번거롭게, 괜히 해야 하는 일이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일이겠구나 생각합니다. 이상 나의 기록이 후세의 어느날 발견돼서 사사로운 21세기인의 하루 같은 것으로 출간되는 공상 따위를 수시로 하는 구독자 드림. +)희곡 <빵야>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일본제 소총의 생애(!)를 따라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겪어내는 이야기인데요. 가슴아파요. ++)어떤 발전은 일부러 멈추어야 할까? 성장이라는게 최우선 가치가 아닌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김스피= 정말 그렇습니다. 저도 과거에 이런저런 블로그 서비스들에 글을 썼었는데, 그중 상당수가 서비스를 종료해버려서 제때 다운받지 못했고 그렇게 영영 잃어버린 기억들이 정말 많습니다. 지금 와서는, 꼭 종이 일기장이 아니더라도 사나님처럼 그냥 워드로 일기를 써서 그걸 개인 클라우드에 저장해두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클라우드도 실은 어느정도 취약한 건 마찬가지라서 결국은 돌고 돌아 종이노트로 가게 될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독서 노트를 몇년째 죄다 노션에 적고 있는데, 예전에 한번 에러가 나서 계정 접속이 안됐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머리가 새햐얘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 레터에 다룬 책(<옥스퍼드 책의 역사>)에서 - 이 주제와 관련해서 흥미롭게 읽을만한 대목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양피지 두루마리가 종이 책으로 바뀌게 된 핵심적인 이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양피지는 13세기 기준 종이에 비해 무려 여섯배나 비쌌다고 하는데요. 대신 질기고 종이에 비해 훨씬 튼튼해서 보존력이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결국 종이로 대체되었다는 거죠. 즉, 종이로의 변화는 일방향적인 진보라기보단 명백한 장점(=저렴함)과 명백한 단점(=불안정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었는데 - 가끔은 어쩌면 오늘날 종이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역시 그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장비용이 저렴하고 자리를 차지않는 등 명백한 장점이 있긴 하지만, 종이에 비해 디지털 데이터의 보존력이 더 나쁘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이를 몇십년 기준이 아니라 몇백년 기준으로 바라본다면요. 조금 엉뚱한 생각인 것 같긴 합니다만.
+추천주신 책(희곡)과 주제 모두 감사합니다. 한줄 소개만 봐도 너무나 흥미롭네요(소총의 생애라니!). ‘성장’이라는 키워드도 오늘날 입체적이고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한 단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누구의, 그리고 어떤 성장이냐는 것에 대해서요.
👤마고 = 좋았습니다. 책을 읽고 무언가를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도움이 되는 레터였어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너무 겉핥기식으로만 읽어서 읽고 나면 '읽었다'는 기억 외에는 아무것도 안 남는 책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읽으면서 뭐라도 좀 써두자,라는 마음으로 메모를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꾸 책의 내용을 요약하려고 들더라고요. 그거야말로 어디 써먹을 데도 없는데 말이죠. 오늘 레터를 읽으면서 책을 읽고 메모를 남기는 방향성에 대해서 한번쯤 정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정해연 작가의 <2인조>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오랜만에 깔깔 웃으며 후루룩 읽기 좋은 책이었어요. 그동안 이런 책을 너무 멀리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스피=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저 역시 ‘읽었다’라는 정도만 기억에 남는 책들이 정말 많고요…(심지어 샀었던 책인걸 까먹고 또 사려고 할 때도 많습니다. 모 인터넷 서점에선 샀던 책을 또 결제하려고 하면 경고 멘트가 나오는데 그 멘트가 없다면 두권씩 있는 책도 많았겠죠😂) 그런데 인스피아를 하면서 약 3년동안 이렇게 대중없이 책을 읽고 또 엮어쓰다보니 그냥 개인적으로 몸으로 체감한 메모와 관련된 가장 큰 교훈(?)이 하나 있다면, 결국 ‘읽자마자’ ‘제일 개인적으로 쓴 해찰(개인적 인상)’은 몇년이 지나도 잘 잊히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바이사람이겠지만 제 경우는 그렇더라고요. 마치 어떤 스쳐간 사람의 TMI는 잘 기억이 안나도, 그 사람의 첫인상은 잘 기억에 남듯요.
그래서 주로 저는 메모를 할 때도 되도록이면 가장 개인적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그래서 보통 책의 줄거리 정리는 따로 하지 않고 그냥 잘 정리된 신문사 서평이나 출판사 보도자료를 링크해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ㅎㅎ) 그런 메모를 쓰다보면 기억이 잘 되는 것 외에도 그냥 재밌기도 한 것 같아요 :) 나중에 끌어다 쓰려고 할 때 접근성도 좋고요! 재미난 책 추천도 감사합니다!!
👤타미 = 너무 좋았어요! 최근에 갑자기 또 기록에 대한 강박(?) 이 왔거든요. 기록하면 지금 당면한 문제를 돌파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나봐요. 물론 원래도 강점테스트 하면 <수집>이 나오는 성격으로 제 사진첩엔 스크린캡쳐가 수두룩합니다…. 다시 보지 않고 클라우드 어딘가에 묻히는 게 대다수인건 당연하고요. 한번씩 그 사실에 대해 알게모르게 계속 죄책감에 시달려왔어서 이번 해찰해주신 주제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번 회차와 관계는 크게 없을 것 같은데…^^;) 불안세대(책) : 디지털을 아동청소년기에 접하고 자란 세대가 왜 이전 세대와 다른지, 문제점은 무엇이고 저자가 제안하는 솔루션(극단적))은 무엇인지 보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와 잘 살기~ 라는 주제는 아동기에 있는 사람 뿐 아니라 지금 어른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그걸 체계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어딜 가서 배우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디지털 저장 강박도 거기에 포함되는 주제 중 하나이고요. 그래서 최근에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요즘 가사일(청소,요리,빨래,정리 등)이 너무 힘들게 느껴져서 외주를 주고 싶다는 생각 많이 하는데요! 근데 또 이게, 외주 주는것도 애매한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아깝다는 의미보다, 생존에 필수인 이런 의식주 종류의 일을(?) 중요한 게 아닌 것 마냥, 돈이 안 되니까 덜 중요한 일로 치부하게 되는 제 스스로가 약간 이상하게 느껴져서요! 그럼 이것보다 뭔가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걸 회사 일로 하고 있는지? 물으면 회사는 돈 벌려고 (생존) 다니고 있는데… 그럼 생존을 위해서 돈을 벌고, 그걸 더 잘 하기 위해서 생존에 필수적인 가사일을 돈을 주고 남에게 맡기고, 그 돈을 벌려고 회사에 가고, 이게 맞나? 해요. 필리핀 가사도우미 이슈를 보면서 더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고, 여성으로서 아이를 가지게 되면 ~ 회사를 다니면 (일정 기간)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요런 고민이 있는 것 같네요! 가사일의 주체, 인식의 변화 등을 다뤄주시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아 말씀드려보아요
⏩김스피=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스샷을 자주 하곤 하는데, 나중에 다시 살펴볼 시간이 잘 없다보니 결국 맨날 스샷만 하고 지나가는 것 같아요😂…! 문제는 이렇게 한번 ‘수집함’에 들어간 사진이나 메모 등이 다시 ‘나올’ 일이 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아둔 것을 찬찬히 멍하니 살펴볼 시간 - 혹은 모으기보다는 그 순간에 집중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거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교수가 인터뷰에서 ‘칠판 판서’에 대해 말한 대목을 재미나게 읽었었는데요. 아무래도 수학자와 분필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인데, 여전히 수학자들은 칠판에 한가득 판서를 하면서 수식을 궁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때 칠판에 써놓은 것들을 폰카로 찍어서 영원히 저장해두려는 충동을 느끼곤 하는데, 그렇게 한번 찍은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 그리고 오히려 한번 쓰고 ‘지워진다’는 감각이 있어야 그 순간에 더 집중할 수 있기에 어느순간부터는 사진에 크게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메모와 관련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이었습니다. (기사링크) 이하 관련 대목을 짧게 옮겨봅니다.
“종이에 적으면 그 지식이 영원할 거라는, 소유하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칠판은 달라요. 뭘 쓰더라도 이해하고 소화한 만큼만 내 것이고 지우는 순간 영원히 안녕입니다. 지식의 휘발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칠판이 더 매력적이에요. 순간이 소중해지니까요. 종이에 적어두면 혹시 길을 잃어도 구제받을 거라는 환상을 갖지만, 칠판은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차갑게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