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김폰드 = 딱 제가 주말에 고민한 부분에 대한 레터라 놀랐어요! 지난 주말, 미뤄뒀던 방청소를 했어요. 저는 꽤나 맥시멀리스트고, 작년에 이사를 할 때도 가족들 방들 중에서 제 방의 짐이 제일 많다고 이사 아저씨들이 놀라시기도 했지요. 그런 제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책장과 앨범 및 굿즈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근데 정리하다 보니 버릴 책이 없고, 덕질의 역사가 담긴 앨범이나 굿즈를 버리자니 또 아쉽더라고요... 눈에 보이는 책장에는 읽을 책만 꽂고, 앨범은 눈에 안 보이는 벽장에 넣게 되었습니다. 좋아했던 시간의 산물이 처치곤란 물품이 되었다는 것도 꽤나 슬프더라고요. 오늘 인스피아를 읽으며 이게 박애주의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사랑과 결함> 지난 주에 예소연 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제목에는 사랑이 들어가 있지만 소설집의 모든 주인공들은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과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면 '죽고싶다'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중에서도 저는 표제작 <우리 철봉 하자>가 좋았어요. 좋았던 문장 하나를 공유 드립니다. '싫어. 속으로 생각했다. 침범하고 싶어. 우리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어. 오지랖 부리고 싶어. 네가 싫대도 우리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걸 하고 싶어.'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노동요를 들으면 정말로 일의 효율이 올라갈까?
⏩김스피 = 오오, 마침 생각해보셨던 이야깃거리라니 우연의 일치네요! 앨범이라든지 각별한 추억이 담긴 굿즈는 정말로 버리기가 어렵죠. 😢 제 경우에도 집에 짐이 꽤 많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귀엽고 쓸데없는 잡동사니가 많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물건들은 버리려고 보면 애초에 쓸모가 없는 데 샀던거라 쓸모를 다해서 버리는 실용적인 물건보다 버리기가 어렵더라고요…ㅜㅜ
+책, 주제 추천도 감사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인스피아를 쓰다보니 논픽션을 위주로 읽는 편인데, 소설 추천은 대환영입니다! 일단 메모에 적어두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노동요를 들으면 정말로 일의 효율이 올라갈까?’라는 주제는 굉장히 흥미롭네요. 제 경우는 개인적으로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게 습관이 되어있어서, 지금도 마감 직전에는 헤비메탈(…)을 들으면서 글을 쓰기도 하는데 이런 습관에 대해 주변에선 다들 경악하더라고요. 한편 과거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선배는, 음악을 들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독서, 뜨개질 등도 안하면서) 그냥 앉아서 듣기만 한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의 습관이라든지 음악에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차이가 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함 궁리해보겠습니다 :)
👤익명 = 이번 주 레터도 잘 읽었습니다. 우선 호더의 특징이 섬세함과 박애주의라는 것에서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고요(굳이 하나 더 추가하자면 완벽주의? 박애주의에 포함된다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레터에도 그런 뉘앙스가 있는 것 같네요). 다행히(?) 저는 섬세함은 없고 물건 살 때마다 지구에 해만 되는 것 같아서 물건을 수집하는 습관은 없는데요. 대신 디지털 상에서 소극적으로 수집/저장을 한 역사는 꽤 되었네요. MP3로 클래식 음악을 듣던 시절에 작곡가 별로 파일 다운받아서 태그 정리를 열심히 하다가 스트리밍 시대가 되면서 관둔 적도 있고, 지금은 유튜브 나중에 볼 영상에 영상이 1200개, instapaper에도 안 읽고 저장한 기사가 1000개는 되네요. 언젠간 보고 읽겠지 하는 생각만 하다가 이거 sustainable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얼마 전부터 해서 조금씩 줄여가고는 있습니다만, 습관이 쉽사리 바뀌지는 않네요.
⏩김스피 = 아무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디지털의 경우에는 일단 북마크를 해두어도 공간을 차지한다거나 버릴 때 환경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된다는 점에서 조금 더 쉽게 쌓아두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유튜브에서 가끔 강연, 인터뷰 영상이 올라오면 나중에 봐야지…하고 앞에 한 3분정도 보다가 다 북마크만 해두는데요. 실제로 보게 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그렇다고 관심이 생긴 것들을 모조리 그때그때 챙겨볼 수도 없고…참 어려운 문제네요.
지난 레터에서는 비록 ‘실제(실물) 저장강박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지만, 디지털의 경우로 교훈을 끌고 와본다면 - 결국은 우리가 그 북마크들/수집품들과 함께 [무엇]을 할지, 그것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만들지에 집중하고 과감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번 레터(에세이)도 넓게 보아 그런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
👤밤비 = 현재 제 상태를 반영하고 있는 글이라서 정말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과거에서부터 '완벽주의', '꼼꼼함', '섬세함'이라는 것들이 저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라고 생각해왔고, 그게 좋은 결과를 내기에, 그 과정이 힘들어도 참고 견뎌왔는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 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고 버겁더라구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니까, 저는 그 흐름에서 뒤쳐지지 않고 싶어서 뭔가 더 찾아서 익히고 배우려고 합니다. 그런데 데이터 저장소에도 용량이 정해져 있듯이, 제 뇌에도 한계가 있더라구요.. 잡다한 지식들이 점점 쌓이다보니까, 정작 정말 중요한 것들은 잡동사니에 묻혀서 정말 필요할 때 생각나지 않더군요.. 이번 글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고, 덜어내고 비워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숏폼 컨텐츠가 보편화되면서 참을성이 없어진 것 같아요. 영상 위주로 보게되면서, 자연스럽게 텍스트를 접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보게 되더라도 요약된 것만 찾게 됩니다. 스스로 고치고 싶지만, 긴 글을 보는게 어느 순간 답답하고 힘들더라구요.(완독이 너무 어려워요..) 이러한 현상에서 벗어나고 참을성을 기르고 싶은데 어떤식으로 하면 좋을지, 이러한 사회 현상이 일어난 이유 등, 그에 대한 주제를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김스피 = 밤비님이 보내주신 글을 읽으면서 저도 너무 공감됐습니다…😭 특히 저는 아무래도 언론사에 있다보니 트렌드라든지 알림, 새로운 뉴스 등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기도 한데요.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오늘날엔 꼭 기자라든지 [반드시 빠르게 어떤 일에 대처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외에도 거의 모든 일반인들이 이처럼 새로운-정보 강박에 시달리는 것이 과거 상황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유사 이래 이렇게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계속 실시간으로 정치, 법, 경제, 사건사고, 연예, 테크 등의 기사를 모조리 들이삼키려고 하는 시대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물론 가치있고 필요한 정보를 제때 습득하여 자신의 삶에 의미있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만,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정말 이 시대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스피아를 쓰면서도 계속 고민하게 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 저도 숏폼을 종종 보는 편인데요. 확실히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인스피아) 보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줄었습니다. 일단은 제 경험에 국한해서 말씀드려보자면, 숏폼을 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 말씀하신대로, 숏폼을 보다보면 아무래도 긴 글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어서 : 당장 숏폼을 아예 안보겠다! 라고 하기보다는, 챌린지처럼 하루에 단 10분씩이라도 읽고싶은 책을 한권 두고 뽀모도로 타이머같은 것을 맞춰두고 읽는 경험을 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으면, 인스피아에서 소개되었던 책들 가운데 재미있었던 걸 고르셔도 좋을 것 같고요 ^^ 집중을 시도해볼 때는 어떤 책이냐도 꽤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영상’이라고 해도 팬더가 구르는 영상이랑 다큐멘터리 영상이 전혀 다르듯요.) 그러다보면, 마치 운동을 안했던 사람이 등 근육운동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등부위의 근육을 섬세하게 느끼게 되듯이 장문 읽기 근육이 깨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익숙해지다보면 조금씩 더 읽게 되고요 :)
이상은, ‘팁’의 차원이었는데 - 말씀주신 것처럼, 이런 문제가 꼭 개인의 차원(=’집중하지 못하는 개인’)은 아니고 플랫폼에서 디자인된 경험 등의 유인도 있기 때문에 이런 측면을 조금 포괄적으로 다뤄볼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습니다. 저도 평소 관심이 많은 주제라 언젠가 꼭 다뤄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