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안바오로 = 언제나 좋았지만 오늘은 더더욱 최고였습니다. 고대에는 poiesis(praxis 곧 실천과는 다른 ‘제작적 행위’에서 얻는 지혜)라는 개념이 있었고, 하이데거는 손안에 주어진 도구(Zuhandenheit)를 눈앞의 도구(Vorhandenheit)와 구분함으로써 현대 기술철학을 열었는데요, 움베르토 에코가 말한 그 자체로 완성된 도구(망치, 바퀴, 책 등)는 인간의 기능이 그 도구에 더해짐으로써 무궁무진한 활용을 여는 것들을 말하는 거였지요. 특히 “세상은 그 자체로 최고의 모델”이라는 말이 매우 감명 깊었어요. +)나르시시즘이 더욱 확대되는 듯 보이는 이 시대 징후는 정치적 냉소나 패배주의로 인해 쾌락이나 즐거움을 잃어버린 이 시대 풍조에 대한 병적 반응 아닐까 싶은데요, 가령 이졸데 카림의 최근 번역도서 같은 책들을 소개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날엔 ‘기술’이라는 단어 자체가 다소 (특히 언론에서는)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부분이 없잖은 것 같은데, 도구를 쓰는 것이 인간의 오랜 습관이자 문화의 핵심이라고 할 때 ‘기술’을 완전히 찬성한다거나, 기술에 완전히 반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기술의 발전이 빠른 만큼, 더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나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추천도 감사드립니다. 반짝이는 표지(일단 아직 표지만 본 상황입니다 ㅎㅎ)가 인상적이었던 책으로 기억하는데, 조만간 한번 읽어보고 레터에 다룰 수 있을지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e말자 =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부분을 정확히 짚고 표현해줘서 좋았습니다. 자동화가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는 수동화라는 말이 와닿았고, 최신기술이라는 디지털 기기가 되려 정보를 과소화시켜서 사람의 감각을 무디게 하고, 기기를 장악하지 못하게 한다라는 말을 보고서 그동안 제가 느꼈던 자율주행차에 대한 거부감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비교적 오래된 연식의 차를 몰고 있는데요, 최신식 자동차의 여러 기능이 없는 것이 오히려 좋을 때가 있습니다. 가령 최신 자동차는 앞유리에 센서가 있어서 빗방울을 감지해 자동으로 와이퍼 속도를 조절하는데요, 저는 비가 올 때 와이퍼 속도를 일부러 높이지 않고 비를 모았다가(?) 제거해서 앞유리를 청소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나름의 조절을 하는데 그걸 못하게 되면 매우 불편할 것 같습니다. 또 후방 카메라가 고장나서 보이지 않지만 주차를 잘 해냈을 때의 성취감도 소소하게 있구요. 또 전자동으로 제어되는 최신 차를 보며 항상 '내 손을 벗어난' 저 기능들이 말썽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꺼림칙하기도 하고요. 오늘 레터 덕분에 아날로그를 대하는 저의 관점을 더욱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해요. +)최근 AI 교과서 정책이 시행된다는 뉴스를 봤는데요, 그렇게 되면 교과서가 학생의 수준을 파악해서 내용을 맞춰주어 학습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오히려 '내 수준'을 내가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기초' 라든지 '심화' 단계의 책을 골라 보는 능력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김스피 = 오, 연식이 오랜 차를 타고 계시는군요. 와이퍼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저는 일단 운전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말씀하신 사례를 읽다보니 제가 컴퓨터의 글 작성 프로그램에 대해 갖는 집착(?)이 떠올랐는데요. 제가 거의 10년동안 써온 기사입력기가 있는데(만들어진지는 아마 거의 20년은 된 것 같습니다 ㅎㅎ), 그것이 몇년 전 아주 최신형의 입력기로 바뀌어서 훨씬 다양한 기능이 생겼지만 저는 한사코 10년동안 써왔던 입력기가 아니면 안정이 되지 않더라고요 😢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왠지 타자기로 글자를 입력하는 것 같은 옛스러운 글씨체도 마음에 들고요. 실은 핸드폰도 꼭 최신폰이라고 해서 제 용도에 완전히 잘 맞는 것은 아니기도 하니까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AI 교과서 관련해서는 굉장한 이슈죠…일단 기사를 살펴보고 있는데, 언젠가 레터에서도 한번 다룰 수 있을지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익명 = 차와 운전에 관심이 적은, 단순히 이동을 위한 수단만으로 차를 이용하는 운전자로서, 매슈 크로포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으나, 저와는 다른 생각이네요 ㅎㅎ 10년전부터 자율주행이 구현되어서 운전대를 놓는 것을 고대했었고 이제는 거의 포기 중인데, 자율주행은 기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주행보조 시스템 정도의 기술을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으로 팔아먹은 자동차 업계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매슈 크로포드와 같이 자동차를 통해 감각을 느끼고 운전의 재미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주행보조 기술이 주는 효용이 더 크지 않을까요?
⏩김스피 = 오오, 저는 실은 (지난 레터에서도 썼지만) 심지어 운전 면허조차도 없습니다…!!(😲) 아래 답변에도 조금 길게 쓰긴 했는데, 제가 지난 레터에서 매슈 크로퍼드의 글을 다룬 취지는 “수동기어 운전 짱!”이라는 주장에 공감했다기보다는, 기술에 꼭 자동화의 방향만 있는 것은 아니고 자동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보자는 차원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운전면허가 없는 이유는 일단 제가 운전을 잘 못할 것 같아서도 있고, 이동중 멍을 때리거나 책을 읽고싶다는 이유도 있는데요. 말씀하신 부분(=이런저런 이유로 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주는 효용)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기술 vs 인간이라기보다는 기술과 인간이 어우러져, 어떻게하면 가장 중요한 가치(안전성, 재미, 안락함 등)를 추구할 수 있는가의 문제겠죠!
👤autumn = 인스피아 뉴스레터가 오면 항상 꼼꼼히 읽는 편인데 오늘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항상 유튜브, 챗 지피티 같은 새로운 디지털 매체와 기술에 대해 반감이 먼저 들었는데 그 반감의 실체는 곱씹어 보지 못했어요. 이번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수동화로서의 자동화 현상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생활인으로서의 예술인에 대해서도 다루어 주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국가적 차원에서의 예술 창작 지원 기금, 또 기금을 따기 위해 수많은 서류를 내고 기금이 선정되면 그것은 창작비에 지출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얘기할 지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김스피 = 즐겁게 읽어주셨다니 다행입니다. 오늘날 운전 뿐 아니라 정말 다양한 차원에서 기술 발전이 빠른 시대라, 다양한 차원에서 기술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앞으로도 더 다양한 맥락에서 기술과 관련된 주제들을 다뤄볼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생활인으로서의 예술인이라…흥미로운 주제네요. 관련해서 이런저런 책이나 기사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기회가 되면 레터에서 다뤄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추천 감사드려요! 마지막에 적어주신 응원도 감사합니다😄 사부작사부작 운영하고 있는 누추한 편지(?)입니다만, 앞으로도 쳐지지 않도록 힘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