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유지영 = 오랜만에 답장을 쓰네요! 저는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오늘 레터와 여행의 유사한 점을 발견했어요. 저는 같은 거리를 두 발로 밟아서도 여행해보고, 이리저리 차나 대중교통을 타고도 여행을 해본 적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두 발로 꼭꼭 밟아서 걸었을 때 훨씬 여행이 재미있었고, 기억도 더 오래 남더라고요. 오히려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경험을 하고 난 뒤로는 유명 여행지만을 내려서 사진을 찍고 다시 차에 오르는 식의 여행은 더이상 하지 않게 됐습니다. 레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서 일화를 덧붙여봅니다.

⏩김스피= 답장 감사합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여행과 독서 간에는 정말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요. 여행에서도 그저 낯선 풍경을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내게 익숙한 것만 편한 것만 보려고 하면 별다른 기억이 남지 않듯 - 독서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을 들여,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곱씹는 태도가 독서에서도 여행에서도 중요한 것이겠죠! 제 경우는 비교적 독서에선 해찰을 곧잘하는(?) 편이지만, 여행은 철저히 소비자(🥲)적 마인드로 해왔던 것 같기도 해서…이 김에 여행을 잘 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bogosipu = 사람들은 왜 빨리/많이 책을 읽어'치우려'(먹어'치우듯') 하는 걸까요? 의무감?(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으나 읽고 싶지 않은 마음) / 허영심?(읽고싶진 않지만 읽은 체 하고 싶은 마음) / 죄책감?(책도 읽지 않으면서 뭔가 아는 체 하기엔 찔리는 마음) -- 저 역시도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로케 속만 '파서 먹어치우듯' 관련 부분만 읽었으면서 참고문헌 리스트를 길게 늘이고 싶었던 순간이 떠올라 참으로 뜨끔했습니다. +)김훈 작가님의 신간 <허송세월> 더운 날씨에 드러누워 선풍기 바람을 쐬며 한가롭게 읽기에 좋습니다. 읽으면서 늙으신 아버지, 어머니의 감각/마음/생각은 이렇겠구나 헤아릴 수 있었던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꼭 내(명의로 된)집이 있어야만 할까? 왜 유독 '우리나라' 사람은 '내 집'에 집착할까?

⏩김스피= 사람들이 책을 먹어치우듯 보는 데는 언급해주신 의무감과 죄책감, 허영심이 모두 어느정도 이유로 해당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감정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을테지만, 개인적으로는 - 아무래도 인스피아로 인해 강제적으로(?) 거의 매주 읽고 쓰기를 해야 했던 경험상 - 아무래도 의무감이라든지 뻐기고 싶은 마음으로 적은 글은 스스로는 조금 뿌듯할 수 있어도 남에게 큰 감동을 주진 못하기 때문에 비교적 허영, 읽기 위한 읽기 등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여튼 저는 기본적으로 ‘읽히기 위한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요. (운이 좋다면 좋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실은 꼭 인스피아처럼 독서 경험을 이후에 글로 쓰진 않더라도, ‘얼마나 많은 어려워보이는 책을 읽는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얼마나 내가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책에서 발견했는가! 그리고 그걸 얼마나 즐겼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조금 의무감을 덜고 더 흥미롭게 머무르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추천주신 책과 주제도 감사합니다. 집(혹은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저도 최근에 이런저런 책을 읽고 있는데요. 실은 어떤 안정적이고 쾌적한 삶의 터전을 갖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의 오랜 욕망일텐데, 그 ‘안정적이고 쾌적한 터전’을 규정하는 조건은 문화/시대별로 차이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그런 조건을 만드는 핵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조건이 ‘실제로’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집’을 넘어 ‘도시’의 이야기를 포함해야 할 수도 있겠고요. 조만간 관련 주제를 다룰 수 있다면 좋겠네요!

👤장씨아저씨 = 저는 괜히 마음만 바빠서 정작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넷플릭스도 이것도 보고 싶고 저것도 봐야 될 것 같고...그래서 찜만 하다가 정작 아무것도 못 보는 일도 많구요. 책도(특히 업무에 도움되려고 읽는 책은 더욱) 이것도 읽어야 될 것 같고 저것도 읽어야 될 것 같아서 구매만 해서 쌓아놓고 나중엔 그 책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제가 ADHD가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합리화^^;;) 그런 저에게 가장 도움되는 독서법이 바로 천천히 읽기 같습니다. 애초에 천천히 읽는게 목표니까 마음이 바쁠 이유가 사라지는 것 같거든요. 천천히 읽으면 뭔가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마음이 바빠져서 천천히 읽기가 잘 안되는데요. 그럴때 해결책이 필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방법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김성호 :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요. 오늘 글을 읽으니까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산만한 저의 입장에서 하루종일 새를 관찰한다는 것이 존경스럽고 수도의 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요. 천천히 읽기와도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평소 궁금했는데 교양 유튜브를 봐도 잘 안나오는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요. *승전국의 식민지는 어떻게 해방됐는가 : 식민지였던 다른 국가들도 한국처럼 친일파, 식민잔재 같은 주제들이 논쟁거리인가. 우리는 패전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방이 됐는데, 승전국인 영국, 프랑스 등의 식민지가 훨씬 많은데 그들은 어떻게 해방됐는지, 식민지 역사를 다룬 컨텐츠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화폐에 있는 인물들 : 만약 조선시대에 지폐가 있었다면 그 지폐 속 인물이 고려 사람일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고려시대 지폐에도 김춘추나 김유신이 들어가진 않을 것 같구요. 대한민국 조선이 아니고 조선을 계승한 것도 아닌데 너무 당연하게 조선과 한국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그 심리상태가 궁금합니다. *왜 대한제국 임시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는가 : 임시정부 수립할 때까지 대한민국이란건 역사에 없었는데요. 대한제국이나 조선 임시정부라고 하는게 훨씬 자연스러운 생각이었을텐데, 그때까지 없던 대한민국의 임시정부라고 규정을 지었을 당시에 임시정부 요인들간에 논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조선왕조가 얼마나 그당시 사람들에게 민심을 잃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김스피= 레터를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기쁘네요. 필사도 도움이 되고, 어떤 책에서는 ‘음독’을 추천하기도 하더라고요. 만약 목소리를 내서 책을 읽으실 수 있는 환경이라면 문학같은 경우에는 음독도 재미나게 읽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과거 ‘음독’이 일반적이던 시기에서 소리 없이 눈으로만 읽는 ‘묵독’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했을 땐, ‘묵독’을 굉장히 이상하게 보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실은 저도 ‘느리게 읽기’를 예찬하고 또 이런 형식의 레터를 거의 3년간 써온 사람이긴 하지만, 집중해서 오랜 시간 텍스트를 읽는 것은 여전히 제게도 힘든 일인데요😹 제 경우에는 사소한 팁이라면, 책을 완전 집중해서 읽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스스로를 몰아넣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빌린 책을 도서관 열람실에서 다 읽고 오려고 한다든지, 주말에 책을 들고 카페에 무작정 간다든지 별 목적 없이 지하철을 타서 읽는다든지 등이요. 아니면 출퇴근길 버스에선 무조건 폰을 보는 대신 책을 읽는다는 저만의 원칙을 정해두고 있기도 합니다 ㅎㅎ 물론 이때도 책을 읽어치우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좀더 집중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커야겠죠! 여튼 지난 레터에서는 ‘천천히 집중해서 읽기’가 좋기도 하면서도, 그것이 만만치 않은 것이라는 점(하지만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해보고 싶었습니다. 즐거운 독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궁금하다고 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실은 제가 역사에 깊은 조예가 없다보니 직접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긴 어려울 것 같긴 한데요. 저는 오히려 보내주신 ‘질문’을 읽고 놀랐는데 - 이유는, 지금까지 레터에 다루었으면 하는 질문을 꽤 오래 받아왔는데 그 중에서 이렇게까지 스스로 구체적으로(!) 궁금한 부분,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알고 계신 경우는 드물어서입니다. 원래부터 워낙 역사에 관심이 깊으셨던 것 같습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실은 저도 질문이 있어도 교양 유튜브나 구글 검색만으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책을 들고 해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요 (이누즈카 미와의 <독해력 수업>(링크)에선 실제로, 영상의 시대에 독해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 내가 어떤 분야의 ‘덕후’가 될수록 대중을 대상으로 한 영상에서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왜냐면 대체로 교양 유튜브들은 대체로 초보, 문외한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야 뷰수가 잘 나오고요.) 정말로, 이정도로 구체적인 질문이 있으시다면 직접 한번 디깅을 시작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질문도 더 구체화되고, 또 오히려 다른 재미난 질문이 생겨나기도 하거든요. 그 시작으로는 역시 구글링을 한 다음, 도움이 될만한 기본서 책을 도서관에서 몇권 읽는 것에서 시작하는 걸 추천하는 편인데요. 예를 들면, 첫번째 질문의 경우(식민지였던 국가들이 어떻게 해방되었는지, 그리고 그 잔재 청산 과정이 어떠한지)는 구글링으로 식민지였던 국가(구체적인 국가명)들의 역사 키워드만으로도 읽을만한 책/참고할 만한 기사, 글들이 꽤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구글링으로 이런 글(링크)을 발견했는데, 이런 글을 참고로 여기 언급된 국가들의 근대사와 관련된 교양서를 몇권 찾아 그 책을 도서관에서 살펴보아도 큰 도움이 되겠죠. 논문이나 기사도 좋겠고요.

이런 과정에 대해서는 짧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정보 디깅과 관련해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을 몇권 추천합니다. 꼭 이 질문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어떤 ‘검색해서 안나오는 정보’에 대해 파고드는 태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어메이징 인포메이션>(링크) <지식의 단련법>(링크)) 아니면 기회가 되신다면 역사와 관련해서 잘 아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낸다거나, 조언을 구하는 식으로 할 수 있다면 베스트긴 합니다. 언제 이런 주제에 대해 한번 다뤄볼 수 있어도 좋겠네요. (혹은 관련해서 도움이 될만한 도서관의 서비스 등이 있다면 레터에서 추후에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