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코난 = 이번 레터는 평소에 많이 생각하고 있는 주제여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현대인들은 경제적 필요 때문에 일을 시작하는데, 이 일이라는게 우연히도! 우리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함께 제공합니다. 이게 정말 우연일지, 아니면 필연일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오늘날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요? 이게 기술로 해결이 가능한 종류의 문제일까요? 오히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어오지 않았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원인이고 "정치"가 이걸 해결할수 있다는 것이겠지만 이런 막연한 답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못하겠죠. 그래서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문제들을 들춰내고 조그만 개선책들을 찾아보는게 필요한것 같습니다. 레터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레터를 쓰는 일이 김스피 님에게 상당히 만족감을 주는 일인것 같다는 부러움이었습니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하실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https://naver.me/FBedYS2n 추천이유: 잠에 대해 몰랐던 놀라운 사실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지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중요하다고 하니 꼭 읽어보시길.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I에 의해 대체될까?’라는 질문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자 짐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레터를 쓰면서, 그리고 과거 AI 관련 회차들을 다루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 실은 ‘AI의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 대부분 진작부터 있었던 문제의 심화일 뿐 아주 새로운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거대한 이야기 외에도 우리 삶에서 드러나는 세세한 문제들을 자꾸 드러내고 다른 방식으로 질문하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책 추천도 감사합니다. 그런데 표지가 왠지 낯이 익다 싶었더니 옛날 인스피아 초반에 다루었던 책이네요 ㅎㅎ(지난레터: 💌수면부족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저도 정말 흥미롭게 읽었던 책입니다.요새 안그래도 더위로 인해 잠을 잘 못이루고 밤낮이 바뀌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한번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e말자 = 오늘 레터도 굉장히 공감가는 주제였습니다. 업체에 상담하려고 하는데 ai 챗봇으로만 연결되어 답답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챗봇이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해 준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고요. 특히 어떤 서비스를 '해지'하려고 할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해지 못하게 하려고 해당버튼을 꼭꼭 숨겨두는 것 같을 정도예요. 그럴때마다 사람 상담사가 간절한데 아예 전화문의처가 없거나, 연결되더라도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아직 젊은 저도 이러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더더욱 어렵겠죠. 제 미래이기도 할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벌써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짚어주셔서 좋았습니다. +)책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 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자리에 관심이 많은데요, 현대인들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광신이 곧 종교와도 같다고 해서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김스피 = 으으! 정말 그렇죠. 저는 해지 버튼을 찾지 못해+귀차니즘으로 인해 이용하지도 않는 서비스를 깜빡 1년 이상 돈만 내고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자업자득이지만…) 그런 ‘헤맴’ ‘깜빡함’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결과 저같은 사람이 생긴 것이니(+수익이 난 것이니) 아무리 그 플랫폼이 삐까뻔쩍하고 기술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제게 있어선 그 서비스는 ‘좋지 않은것’일 수 있겠죠.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기술 그 자체의 화려함만 생각하곤 할 뿐 그것이 [실제로] 우리에게 좋은 것인지를 종종 잊곤 하는 것 같습니다.

+<컬티시>는 예전에 읽어본 기억이 있네요! 표지부터 굉장히 강렬했던 책이었죠. 실제로 그 책에서 ‘종교의 언어’를 SNS의 그룹이나 인플루언서들도 고스란히 쓰고 있었다는 연결고리가 흥미로웠던 기억입니다. 어떻게 읽어보실지 궁금하네요!

👤아리스토텔레토비 = 좋은 영감을 주었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저는 AI를 활용해 기관의 뉴스레터를 만들었어요. 저희 기관은 여러단체를 대표하는 연합회라서 요구들은 많은데 사실 예산이 넉넉치 않아 5인 이하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거든요. 각 기관의 구성원들과 소통을 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는데 AI의 도움을 받아 접촉면을 넓혀내고 있습니다. 저희같은 문화관련 단체들은 원래부터 열악했기 때문에 AI의 힘을 빌리는 것이 생산성을 높히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늘어나게 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피해보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아 제가 일이 많아져서 좀 힘들긴 한데 규모가 작고 예산이 부족한 기관 특히 비영리 기관과 같은 경우 chat gpt와 같은 생성형 AI들이 생기는 피해 대비 큰 효율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저희는 예산이 없어서 디자이너나 번역가 혹은 작곡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었거든요. 결국 AI는 피할 수 없는 방향성이라고 봐요. 다들 주가부양을 위한 찬사만 늘어놓고 있어서 사람들이 질려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소규모의 시민단체라든지 다양한 비영리 기관에서 활용한다면 사회변화의 역량이 커지고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김스피 = 오, 지난 레터에서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셨네요. 경험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최근에 한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는 관계자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직원이 몇명 안되는 소규모 플랫폼), 실제로 AI로 홍보 디자인들을 거의 다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AI라는 기술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많은 효율을 주지만, 그리고 실제로 개인들마다 처한 상황/맥락에 따라 다른 방식의 접촉면을 갖게 되지만 - 사회적으로 그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독자 = 저도 ars시스템에서 막 굴려지다가, 마침내 사람을 만났을때, 그 분이 앞부분만 말했는데도(그때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꾹 참고 말을 하니), 아, 그 문제는... 브라블라... 정말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 분에게 거듭 감사하며 복받으시라고 하고 전화끊었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세상이 편리와 효율이란 명목으로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록,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쪽도 커지지 않을까, 그리고 그 부분으로 노동이 재편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으로 분절된 노동, 저평가되는 노동의 도래가 필연적이라도 그 현장과 노동 자체가 주는 존엄함이 유지될 수 있도록 사회 연대가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김스피 = 요새는 전화를 걸었을 때 자동연결음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받는 서비스가 정말 드물어서…직원분이 직접 전화를 받으시면 정말 기쁘죠 🥲 요새는 네이버나 구글 등에서 무언가를 찾을 때 어떤 질문글에 명백히 AI가 작성한 것 같은 글이 많이 눈에 띄어서 좀 착잡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같은 글’인데 뭐 어때?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전 태양신 녹야 할아버지가 한창 활동하던 시절의 지식인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링크).

이런 소소한 소통의 맛 외에도 인간 직원이 계속 줄어들면 법률이나 복지 등 서비스 접근성이 훨씬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말씀주신 것처럼 우리가 함께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