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수우비니 = 참사 n주기라는 말 자체가 일상적 사건이 된 나날들에서 세월호 10주기 또한 인지만 하고 기억하거나 생각하지 못한 채로 흘려보냈습니다. 인스피아 덕분에 주륵주륵 봄비가 오는 오늘 아침에 다시금 제 안에 침잠해서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할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회적 참사는 이야기해야하는 주제이지만, 동시에 이야기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주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부담감이 인스피아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 인상적이었어요. 저자가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최근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점들을 나누고 싶은 마음만이 오롯이 담겨있는, 꾹꾹 눌러쓴 글들을 이렇게 편하게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 오히려 죄책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애초에' 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는데, 이 또한 인간적이고 귀여웠어요. 약간의 분노 아닌 분노가 느껴졌달까요. 애초에 이런거야! 애초에! 본디! +)짐을 끄는 짐승들 - 수나우라 테일러, 장애해방과 동물해방을 동시에 다뤄요. 합의된 진보의 주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주장을 해주어서 저 개인적으로는 뒤통수를 팍! 맞은 사고의 전환을 하게 해준 책이었어요.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은 원래 다른 주제를 다루어볼까 생각을 하다가…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을 그대로 레터에 적어보면 어떨까 해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다루어보았는데요. 부담감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무거운 주제를 다루더라도 최대한 제가 느낀 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은 타인의 고통을 제대로 느낀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고, 어려운 일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응원과 책, 주제 추천도 감사합니다! 🙂 취미나 일상과 관련해서는 저도 꾸준히 관심이 많은데(어쩌면 오늘 레터-여가-가 간접적으로 조금 관련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기회가 되면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헛개 = 진심으로 듣는 사람이 없다라는 인스피님의 해찰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동시에 진심을 외치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경청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침묵하는 이들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침묵은 무관심일까, 아니면 상처에 대한 공감일까, 괴롭고 끔찍한 상황에 대한 분노일까하고요. 기회가 된다면 추후에 침묵을 주제로 한번 다뤄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매번 정성어린 해찰에 감사드립니다.

⏩김스피 = 실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진심으로 듣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은 사람들은 어느정도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고,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공감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무관심과 관심 사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사람들의 ‘침묵’에도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헛개님께서 제안주신대로 ‘침묵’에 대해 다루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

👤익명 = 음... 조심스럽지만 요즘 인스피아레터는 해찰의 여지보다 목소리의 선명함이 느껴집니다. 물론 스스로 좌파 진보라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선 격하게 동의하는 내용들이고 절실한 목소리이기도 합니다만, 인스피아의 극장점은 해찰의 여지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묘한 소용돌이인데, 사회적 입장의 무게감이 커진 것은 아닌지(책 출간과 더불어)... 칼럼의 성격이 강해지는 것은 아닌지... 약간 갸우뚱 하는 요즘입니다 ㅜㅜ

⏩김스피 = 의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의견을 보고 오래 생각했습니다. 일단 가장 편한 변명이라면, 4월에 총선이 있었고 세월호 참사 10주기였기 때문에 비교적 ‘정치적’(이라고 판단되는) 이야기들을 하게 된 부분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하지만 조금 더 솔직하게 쓰는 과정과 관련된 날것의(?) 이야기를 드리자면, 인스피아를 쓸 때 미리 제가 주제나 이야기 톤을 정하고 의도적으로 쓰는 경우는 실은 놀라울 정도로 거의 없습니다. 2년 반동안 어떻게 계속 이런 외줄타기 같은 마감이 가능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엄밀히 말자하면 마감 날짜를 세면서 머리를 붙잡고 그때 그때 제게 ‘붙어나는’ 실마리에 집중해서 해찰을 해보는 편이었죠. 그래서 실은, 제가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 필연적으로 인스피아의 그때그때 주제는 어느정도 제가 그 시기에 관심이 있는 분야에 집중되는 측면이 없진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지난해 초의 챗GPT/AI 이슈 때가 그랬고, 최근에는 아무래도 노동이라든지 소통 관련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많이 관심이 가더라고요.

물론 이런 과정을 미주알고주알 설명드리는 것이 충분히 매력적인 글을 쓰지 못한 것에 대한 구실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분들을 다 만족시키는 글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 연구자님이 짚어주신 인스피아의 장점은 저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온 핵심 가치이기 때문에(애초에 제가 인스피아를 시작한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진영논리라든지 ‘그래야될 것 같다’라는 마음으로 앵무새처럼 읊는 이야기들이 싫고 근본적이고, 다른(때론 엉뚱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들을 읽고싶다라는 마음에서였으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해찰러 스피릿😎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에게 의미도 있고, 또 흥미로운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매번 굉장히 훌륭한 글을 쓰진 못하겠지만요…ㅎㅎ) 조언 감사합니다.

ps.사회적 파급(?)이라든지 그런 건 실은 오히려 극초반에는 조금 신경썼는데, 어느순간부터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습(못하고 있습)니다. 실은 일일이 의식할 여유도 없고, 그러다보면 혼자서 매주 저의 텐션으로 읽고 글을 써나가는 게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깜깜한 방 안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으로, 수상하고 재미난 책에 둘러싸인 채 묵묵히 마감을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