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익명’으로 통일합니다.


👤이든 = 레터가 사안을 멀리서 구경하기 보다, 발견하고 논의해야 하는 지점들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다가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늘 잘 읽고 있어요 :) 저도 개인적으로 조현병으로 투병하시는 어머니가 계시고, 어머니를 오래 돌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 주제가 더 깊이 다가왔습니다. 영 케어러들의 이야기는 참 여러 번 읽어도, 저 말이 무슨 말인지 다 알 것 같고, 그래서 더 애틋한 것 같습니다. 가끔 우리는 타인이 하는 '말' 을 듣더라도 그 말의 의미가 내게 유의미한 감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경우도 있잖아요. 예컨대 제가 직접 뉴스레터를 발행해보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김스피님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일의 수고로움.. 을 자세히 설명해주신다 해도, 애써 이해해보려 하지만 몸의 감각으로 알지는 못하겠지요. 하지만, 영케어러들의 글들은 참... 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서, 소개 받아 읽는 짧은 토막만으로도 아리고 아프게 다가오네요! 도움의 경우에도, 여러 차원에서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된 일을 감당하는 자가 애써 울지 않는다면. 그 또한 스스로를 애써 다스리고자 하는 노력으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한 것 아닌가. 그 정도의 일을 겪었다면, 울며, 쓰러졌을 듯 한데, 그렇지 않은 상대를 보는 것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일까. 요청하는 종류의 도움을 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유명인에 대해 평가하거나, 자격을 심사하는 자로서 여기지 않고 상담과정에서 내담자를 공격하지 않고, 상담윤리를 지키는 상담사 / 자신의 조직에 속해 있던 사회 초년생에 대해서 사실에 위배되는 악담을 퍼붓지 않는 상관 나아가 그 사실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는. / 소모적인 이슈 메이킹을 중단하는 언론 /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는 관계 / 온라인 커뮤니티를 경유한 무의미한 의사소통의 중단, 이 정도만 갖추어져도 상식적인 한국 사회일 것 같습니다....서로가 서로를 잘 돌볼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네요! +)연결된 위기 - 백승욱 현재의 한국의 지표를 잡아가는데 유효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대는 어디서 만나고 상상하고 등장할 수 있을까?

⏩김스피 = ‘저 말이 무슨 말인지 다 알 것 같다’는 이든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닿네요…같은 종류의 고난, 강렬한 감정을 체험해 본 사람들은 그만큼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고통을 나누며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 레터의 ‘글 속 한문장’에 실었던 발달장애 자녀를 둔 아버지들의 글쓰기 모임처럼요.

사실 지난 레터를 쓰면서도 생각한 건데, 사람들이 서로 돌보지 않는(돌보지 않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이 언제까지든 취약해지지 않고 강력하게 독립한 채 혼자 살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실패하면 그걸 그냥 ‘개인’의 실패로만 치부하고요. 실은 그렇게 개인들의 실패가 많고 각자가 고립된 사회라면 개인의 실패라기보다는 사회의 실패에 가까울텐데 말이죠… 책 추천도 감사합니다. 🙂

👤미지미 = 어제 읽은 책이 우연히 연결되는 느낌을 받아서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요한 하리가 쓴 <물어봐줘서 고마워요>라는 책의 내용입니다. " "너 말고 너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1930년대 이후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혼자 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고,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가지 일을 혼자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나는 나 자신을 돌봐야 해. 다른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를 돌봐야 하고. 나 말고 그 누구도 나를 도울 수 없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러한 생각은 울적한 사람들에게 기운을 돋워주는 위로의 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존은 이것이 인간의 역사와 본성을 부인하는 생각임을 증명했다." 혼자서도 잘 해내는,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개인으로서의 인간이라는 개념이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혼자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인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데도, 그 개념이 주는 통제력에 환상이 우리 스스로를 그렇게 믿게 만드는 것 같아요.

⏩김스피 = 마음에 와닿는 구절 소개 감사합니다. 모두가 나 자신만을 돕는 사회는 다른 사람을 돕지 않고, 또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만이 자신의 구원이 되는(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실은 누군가가 남에게 조금씩 신경을 쓰고, 안부를 묻고, 이웃에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지 살펴보고, 누군가 어려움에 처한 것 같으면 도우려고 하는 것은 - 돕는 사람에게는 실은 거의 부담이 되지 않고, 오히려 돕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몫을 개인이 모두 오롯이 부담하려고 하는 순간 엄청나게 힘들어지는 거죠. 예를 들어 과거에 다루었던 회차 가운데서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을 다루었었는데, 그 책에서 고급 아파트단지 안의 치안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거든요. 거기서 한 고급 아파트에 이사온 여성이 아들을 잘 돌봐달라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부탁하는데, 정작 어느날 이 여성의 아들이 엘리베이터에 몇시간 갇혀있었지만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 '당신의 아들인 줄 몰랐다. 당신의 아들인 줄 알았다면 도와줬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치안이라든지 안전, 돌봄은 결국 개인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공동체의 문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면 울타리를 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활기찬 동네에선 어떤 성인 남성이 어린 여자아이를 억지로 끌고가려고 하자 모두가 언제든 아이를 도울 수 있도록 주시했다고 합니다. (그 성인 남성은 여자아이의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고고한언트 = 부모님과 함께 늙어가는 상황에서 상당히 공감 가는 레터였습니다. 특히 "만년 동안 살았던 아이"라는 책의 내용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하지 못했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어 좋았습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질병이나 간병, 관계 문제에서 예외가 없기 때문에. +)고령자용 주택이나 실버 하우징 프로젝트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년 동안 살았던 아이”는 비록 일본 책이지만 아이가 본 냉정한 세상의 모습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 착잡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고령자용 주택/주거 관련해서도 관련 책을 다룰 기회가 있으면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말자 = 유튜브에서 20~30대 간병인들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어요. 오늘 레터에서 나왔던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언젠가 간병이 끝난 이후의 허탈함 까지 보여주는 다큐였습니다. 또, 건너건너 지인 중에 치매가 있는 아버지와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어머니를 홀로 간병하는 분 얘기를 들었어서 간병이 심정적, 체력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간접적으로 느끼는데요. 이런 분들에게 한명한명당 요양보호사를 다 붙이면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주간보호사 한 명 받는 것도 쉽지 않고, 돌봄받는 분들도 타인의 돌봄을 꺼린다고 하더라구요. 한편으로는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50대 이상 여성분들이 많은데 그들의 처우가 좋지 않다 라는 말도 많이 들어서 참 쉽지 않은 문제구나 싶습니다. 레터에 나온 것처럼 나 자신부터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 레터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스피 = 저번 레터에선 그 부분까진 다루진 못했지만, e말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돌봄’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돌봄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더 많은 사람들이 돌봄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게 되는 사회가 될텐데, 여전히 돌봄 노동 자체에 대한 처우는 엉망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죠.

👤밤빵 = 슬펐어요. 조성국 시인의 <백수연대 記>이라는 시가 떠올랐어요. 끝까지 읽고 차오르는 슬픔에 잠겨서 울었던 기억이 나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 가정을 다룬 이야기도 떠올랐어요.

⏩김스피 = 추천주신 시와 드라마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한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추천 감사드립니다. /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고민을 혼자서만 끙끙 앓는 것보다는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이 자꾸 소리내어 의제화하다보면 조금은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