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e말자 = 평소 관심이 많은 주제였던 미니멀리즘과 다이소를 묶어서 보는 관점이 새로웠어요. 저는 미니멀리즘을 완전히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지향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데요. 이런 생활방식을 지향하게 된 데에는 오랜 원룸 생활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집에서 나와 살게 되면서 기숙사, 원룸을 전전하며 1~2년마다 방이 바뀌면서 살아왔거든요. 때문에 모든 물건이 곧 이삿짐으로 여겨져서 방에 있는 물건들을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워졌어요. 한편으로는 성인이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면서 쇼핑에 맛을 들여서 잘 입지도 않을 옷과 잡동사니들을 마구 사들이기도 했었고요. 30대가 된 지금은 그런 과도기를 거쳐서 내게 필요한 물건과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가려내는 안목이 생겼고, 물건보다 '내 공간'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해져 '다이소'를 멀리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됐어요. 또, 사치 미니멀리즘을 짚어주셔서 좋았어요. 저는 사치 미니멀리즘은 패션이라고 생각해요. 저는새 물건을 들일 때 디자인이나 통일감보다는 최대한 오래,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인지 살펴보고, 좁은 집에 들여서 오랫동안 품고갈 만큼 꼭 필요한 물건인지를 생각하는데요. 넓은 공간에 생활감을 배제하고 통일되고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 물건을 싹 버리고 새로 싹 맞추는 보여주기식 미니멀리즘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생활습관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20대 때 이것저것 소비해봤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게 뭔지 알 수 있었거든요. 지금 다이소에서 물욕을 채우는 사람들도, 그런 잡동사니들을 구매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서 깨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물건이 곧 이삿짐으로 여겨진다’는 대목이 정말 인상적이네요.(지금 집에서 나중에 이사가면 대체 이 책을 다 어떻게 할지 머리가 지끈입니다…ㅎ 아마 온 세간살이 다 합친 것보다 책장이 더 무거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본가랑 대학, 직장이 전부 같은 지역이었던지라 독립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중 뒤늦게 독립을 한 편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 어떤 물건을 두고 어떤 물건을 버릴지가 잘 감이 안잡히는 것같기도 합니다. 그런 기준을 정하지 못하니 제가 정말 아끼는 물건을 고르는 안목도 부족하고요…e말자님의 물건 고르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집니다!! 저도 앞으로 어떤 ‘물건 습관’(?)을 가질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물론 더 많이 우왕좌왕 실패도 해야겠고요.😄

👤khw = 저는 물건 하나하나에 애착이 많은 편입니다. 물건 하나 하나 볼 때마다 얽힌 이야기가 생각나고, 언젠가 쓸모 있을 것 같아 잘 버리지도 못하고요. 다들 미니멀 라이프를 이야기해서 제가 물욕이 많은 편인가 싶었는데, 레터를 읽고 나니 좋은 물건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골라 오래 사용하는게 지구와 환경을 위해서라도, 또 삶을 위해서라도 더 좋은 방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레터랑 비슷한 결에서 모호연 작가님의 <반려 물건> 책이 떠오르더라고요. 작가님에게 소중한 물건들과 얽힌 이야기를 푼 에세이인데요, 물건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맺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에서 오늘 레터에서 이야기하신 미니멀리즘의 반대에 서 있는 삶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김스피 = 물건을 하나하나 볼 때마다 얽힌 이야기가 생각이 나실 정도로 물건에 애정을 주고 계신다면, 아마 이미 균형잡힌 소비+물건과의 균형있는 삶을 살고 계실 것 같아요! 저는 khw님 글을 보고서 책상 주변을 둘러보니 ‘이야기’가 떠오르는 물건이라곤 여행갔다가 사온 ‘숲 향이 나는 성냥’ 뿐이네요.(몇 년 전에 해외에서 사온 것인데 나머지 한 개는 아까워서 도저히 못쓰고 계속 두고 있었습니다 ㅎㅎ 아마 향이 다 날아가버렸을 것 같아요🥲) ‘반려물건’이라는 제목도 흥미롭습니다! 나중에 읽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키키 =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애초에 물욕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각자의 현실이 어느 정도 다를 순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연예인들이 유튜브에 나와 평창동 주택 또는 한강뷰 아파트를 보여주는 걸 보면 '대체 왜 내가 이런 걸 보면서 이 사람들한테 돈을 벌어다 주고 있는 거지?' 싶으면서도 잠깐 쉬려고 유튜브에 들어가면 그런 동영상을 어김없이 보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ㅎㅎ;;; (최소한 지금은) 물질도, 관계도 많이 구하기 어려운 제 생활에 그나마 언어나 지식을 구하는 일이 작은 희망과 위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수준과 삶의 궤적에 맞게 안목을 스스로 발굴해나가야 한다는 내용으로 레터를 끝맺으신 것도 좋았어요. 작은 시도를 몇 번 해봐도 별로 티도 안 나는 것 같아서 좀 움츠리고 있었는데, 다시금 무언가 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 +)(이전 레터에서 다루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코딩 (교육) 붐'에 대해 궁금해요. 요새 프로그래밍 교육을 해주는 곳이 상당히 많고, 그저 컴퓨터 학원 단과 수업 정도가 아니라, 아예 프로그래머로 취업이나 전직을 할 수 있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교육 업체가 상당히 많아진 것 같아요. 지하철 광고에도 보이고, 인터넷 검색을 해도 많이 나오고요. 어떤 기사를 보니 국가에서 IT/디지털 인력을 양성한다고 대대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 같긴 합니다. 마치 70년대 건설 경기 붐이 일면서 건설 인력이 많이 필요해지는 것처럼 지금의 개발자 붐도 기술 변화에 따라 자연스레 인력이 늘어나는 것일까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코딩을 배우고 프로그래머/개발자로 일을 하려는 상황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요.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노동이 없어서 거기로 몰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좀 거친 생각이지만) 인구 감소 및 노령화로 실제 물리적 인프라/사회적 자본을 유지,보수하는 일이 가상의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보다 더 중요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디지털 기술에 혈안인지 싶기도 하고요.)

⏩김스피 = 자신의 수준에 맞는 안목을 갖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은 저도 제대로 안목을 갖춘 사람이라서 저번 레터를 썼다기보다는, 안목이 너무 없는 나머지(…) 예전부터 안목에 대해 여러모로 궁금해하던 차에 썼던 차라 아마도 앞으로 계속 고민을 해가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 ‘수준’에 맞는다는 건 분명 경제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자기만의 삶, 그리고 ‘관심사’도 굉장히 중요하겠죠! 키키님도 키키님의 삶의 리듬에 맞는 안목을 잘 키워가실 수 있다면 좋겠네요. 😊

+) 코딩 붐에 대해서는 사실 크게 관심을 갖진 못했던 부분인데 뒷부분에 말씀해주신 내용과 연결해서 보니(실제 물리적 인프라/사회적 자본 유지 보수의 중요성) 흥미롭네요. 어쩌면 ‘정작 자원이 필요한 곳엔 자원이 가지 않고, 필요 없는 곳엔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쏠리는’ 현상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차후에 기회가 있다면 한번 레터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민트 = 미니멀리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혼자 생각하고 검색해보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어 좋았어요! 저희 회사에는 가습기가 없는데, 먼지를 닦느라 물티슈 대신 수건을 쓰고 오랜만에(?) 손빨래를 하고 널다가 갑자기 예전엔 집에서 건조할때 수건을 적셔서 널어놓곤 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편리함도 좋지만 나는 정말 꼭 필요한 물건을 사고 있나, 굳이 필요하지 않은데 자꾸 짐만 늘리고 있지 않나 하면서요.. 특히 이사할 때 그런 생각을 가장 많이 하고 반성하게 돼요... 저도 꽤 가성비를 따지는 편인데 저희 엄마는 양보다 질을 따지는 편이에요. 물론 옷이 아주 적은 편은 아니시지만 한 번 옷을 구매하면 웬만해선 10년 이상 입으시는 걸 보며 저게 정말 미니멀리즘이지 하곤 해요! 개수가 꼭 적다기보다, 비슷한 물건은 굳이 여러 개를 두지 않는다거나 기능이나 상태가 닳을 때까지 오래오래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ㅎㅎ +)웹툰 <기후위기 인간>이요! 저번 피드백페이지에 기후우울이 언급되어 있어서 추천하고 갑니다~!

⏩김스피 = 역시 ‘이사’가 ‘물건’의 의미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물건을 그냥 마구 쌓아두다가(?) 이사할 때면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세간살이를 한번 가시적으로 꾸려놓게 되니까요. 확실히 자신만의 기준을 기반으로 한 ‘미니멀리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웹툰 추천도 감사드려요. 방금 검색해서 찾아봤는데 그림이 아주 귀엽네요 ㅎㅎ 이런 주제로 웹툰이라니 신선하기도 하고요.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함께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