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지난 회차는 평소보다 연구자님들이 많이 의견을 보내주셨는데요. 제가 레터에 썼던 내용 이상으로 흥미로운 해찰거리를 보내주신 분들도 많아서, 찬찬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거의 레터 한편 분량이 이상이 나온 것 같네요!) 저도 하나하나 보내주신 의견을 읽으며 수다떨듯 즐겁게 답변을 적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다른 연구자님들도 이 코너를 즐겁게 읽고 계시고, 또 많은 도움을 얻고 계신다고 하니 앞으로도 레터를 읽고 떠오른 의견이나 소개할만한 책 등을 부담없이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오 = 최근 혼자 여행을 다녀왔는데, 포토 스팟을 찾아다니고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니 여유를 즐기겠다는 처음의 생각과 달리 꽤 바쁘게 지나간 3박 4일이었어요. 여유롭게 자연을 보다가도 '아! 찍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구도를 잡고 삼각대를 설치하고 우다다다 셔터를 누르는 제 모습이 어느 순간 웃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을 엄청 찍었지만 막상 한국에 오니 한 장 한 장 돌아보지 않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니 다녔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대만의 조용한 동네 카페에서 밀크티를 마시면서 그 가게에 있던 아이와 통하지 않는 언어로 스티커를 주고받으며 놀았던 시간과 프랑스의 어느 정원에서 해를 맞으며 멍하게 누워있다 잠들었던 순간입니다. 사진보다는 온 몸을 다해 순간과 소통하고 또 해의 온도와 바람을 느꼈던 순간이겠네요. 이번 인스피아를 읽으며 이번 3박 4일의 여행을 되돌아봤습니다. 바닷가에서 지는 해를 담고자 애쓰다가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지는 해를 보며 천천히 걸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아마 위에 말한 순간처럼 발을 적시던 바닷물과 바닷물이 빠져나가며 발 밑의 모래가 움푹 파이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순간은 오래 기억이 날 것 같아요. 이번 인스피아를 통해 사진보다 순간에 집중했던 순간이 얼마나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리 많지는 않았던 거 같네요. 그래도 그 순간들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다음 여행에서는 조금 더 순간에 머무르며 감각을 통해 그 시공간을 기억해야 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갓생은 무엇인가(갓생 말고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김스피 = 오오, 묘사해주신 순간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게 되었습니다. 어떤 경험은 정말 사진으로는(사진으로든 글로든) 미처 온전히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각별한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 앞에서는 그냥 온 몸과 감각을 내맡기게 되고요.

저도 지난 레터를 쓰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그냥 적당히 풍경을 둘러보다가 적당히 사진을 찍으면 (즉, 관찰도 하고 사진도 찍고 둘 다 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었는데요. - 레터를 쓰면서는 어쩌면 사진을 찍어서 뭔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나중에 얼마든 다시 꺼내볼 수 있다는 안도감 등이 그 순간의 관찰을 망칠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갓생’ 트렌드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봐도 좋겠네요 ㅎㅎ 죽기 전에 한번쯤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끝내주는 개그를 친다거나… 이런 건 시도해보고 싶은데, 이런 종류의 시도는 갓생이라고 부를 수 없을까요?🥸 흥미로운 트렌드이므로 저도 한번 고민해보겠습니다.

👤무명 = 글을 읽으면서 주변 사람들이 음식을 먹기 전이나 미술관의 작품 앞이나 멋진 풍경 앞에서 습관처럼 휴대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지 못하고 속으로 삭였던 내 모습이 떠올랐어요. 박제가의 여행기의 발췌문을 보고 사진을 찍는 주변 사람들에게 할 말이 생겼네요.

⏩김스피 = 나중에 혹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시면 (사진을 많이 찍는 분께) 인스피아 해당 회차 링크를 카톡으로 슬쩍 보내주셔도 좋지 않을까요😁!

박제가의 ‘묘향산소기’는 지난 레터에 짧게 인용했는데, 전문을 보면 더욱 압도적이므로 직접 <궁핍한 날의 벗>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역자이신 안대회 선생님의 번역도 아주 유려합니다.

👤밤빵 = 전문 사진사의 사진을 찍지 않는 순간이라니! 역설이 담겨 있는 주제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사진이라는 방향에서 접근해서 신선하게 다가온 주제라고 생각했고, 이 부분은 '기록'과 '기억'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인스피아님은 '증거'라는 용어를 사용하셨던데, 개인적으로 약간 '증거'는 어떤 것을 했다, '인증'했다 이런 맥락의 뉘앙스가 좀 더 들어갔다면, '기록'은 내가 그때 뭐 했는지 기억하기 위한 보조장치로 활용되는 뉘앙스로 생각됩니다. 기록은 내가 보존하느냐, 타인에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백지 한장 차이로 '증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네요. 자기 자신에게는 뭔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근데 여기까지 쓰고 또 생각해보니 사람이 자신의 기억력을 잘 못 믿어서.. '증거'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하네요 ㅋㅋ.. 특히나 요즘처럼 기록이 쉬운 시대에는, 너무나도 손쉽게 기록하고 너무나도 손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마치 옛날에는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살았지만 지금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어제 <탐닉의 설계자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닌텐도 전 기획자가 쓴 책이고, 책 자체가 게임디자인에 사용된 원리를 고려해서 디자인되었어요. 되게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직관은 어떻게 해서 생겨나는 걸까, 게임에서 흔히 가져다 쓰는 터부시 되는 것들(성, 도박 등등)은 왜 터부시되는 걸까, 게임세계에서는 그러한 일탈이 허용되는가 등등의 생각을 잠깐 해볼 수 있었고요. 그리고 다른 책으로는 <노화의 종말>이라는 책도 읽었는데, 내용이 무려 500장 이상 되고 과학기술분야 내용이라 좀 어렵기는 하지만, 현대 사회가 많은 문제 예측을 - 사람의 수명이 더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하고 있고, 사람의 수명이 더 많이 늘어나면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많은 문제들이 이제 현실적인 나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기에 좀 더 책임있게 사회문제에 접근할 것이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건강수명이 늘면 나이만으로 겉모습을 판별하기 힘들어서, 나이에 의한 차별이 줄어들 것이라고 저자는 미래를 보고 있는데요 (아마 이 때면 좀 더 연상연하 커플이 많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고, 빈부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지 않을지도.. 생각해봤습니다 (. <인 타임>이라는 영화도 생각났어요. 거기 나오는 은행장 부인과 딸이 거의 똑같이 생겼거든요. ) +)인스피아 구독자 모임 같은 거 열어주시면 재미있게 뉴스레터 토크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항상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스피 = 밤빵님이 말씀하셨듯 ‘증거’와 ‘기록’은 분명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은 지난 회차에 다루었던 내용이 ‘사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꽤 많은 부분에 걸쳐있는 철학적인(!) 질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떤 물건이나 상태, 기억 등을 어떤 형태로 ‘소유’할 것인가 혹은 ‘존재’ 그 자체로 만족할 것인가에 대해서 등이요.

실은 저는 해당 회차를 쓰면서 ‘메모’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게 됐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독서를 할 때도(저는 특히 인스피아에서 책 내용을 많이 다뤄야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메모를 엄청 하고 있습니다 ㅎㅎ) 어디까지 ‘자세하게’ 메모를 해야 하는지, 어디까진 그냥 만족하면서 읽고 그냥 내 생각을 위주로 적어야 하는지 혹은 그냥 메모를 아예 안하고 넘어갈지 헷갈리기도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