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e말자 = 이번 레터도 평소 K축제나 기네스기록에 대해 제가 하던 생각과 맞닿아있으면서도 다른 해석이 곁들여있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써,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문제(저출생, 높은 자살율 등)가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되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지방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그건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안되겠더라구요. 애초에 지방이 죽은 게 지자체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수도권 집적적인 중앙 정책 탓이 크니까요.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스피 = 말씀하신대로 일자리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쾌적한 삶이 있어도 일자리가 없는 곳에는 살 수가 없으니까요😢… 지난 레터의 ‘글속 한문장’ 코너에 실었었습니다만, 강원도의 여고 한반 전체의 삶을 ‘추적조사’해보았더니, 대부분의 학생들(현재 사회인)은 수도권에 있거나 ‘다시’ 수도권으로 가려고 계획중이라고 답했다는데요. 그 핵심 이유도 일자리였습니다.
👤신짱굿 = 몰입해서 읽어서 좋았습니다. 놀이의 쓸모없음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느껴져요 쓸모없다는 유익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사용되는 단어인데 놀이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떤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쓸모 있는 행위가 아닐까요? 더불어 가마솥은 무엇을 끓이는 것, 우편함은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라는 ‘본래의 의도를 다하면서 새로움을 주는 것’이 재미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스피 = ‘쓸모없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것은 사실이죠! 다만 소꿉놀이를 할 때 흙밥을 만들어서 먹는 시늉만하고 버리더라도, 신나게 친구들과 축구 놀이를 하고 그걸로 돈을 벌진 못해도 - 어쩌면 그 쓸모가 없기 때문에 훨씬 즐거울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기본적으로 쓸모없는 것을 좋아하긴 하는데요. 저번 레터에서는 ‘쓸모없음’ 가운데서도 어떤 쓸모없음은 왜 매력이 없는 걸까?라는 질문을 궁리해보았습니다.😃 아마도 그 안에는 진짜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따릉이안전표어공모전수상자(가마솥 쓸모찾기 공모전을 듣고 생각난 자랑스러운 제 수상이력입니다. 제가 만든 표어는.... 도대체 어디에 쓰이게 될까요...?^^) = 좋은 휴식과 여가, 일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잘 만들어진 것과 그것을 알아볼 안목에 대해서도요. 오늘 읽은 레터는 그 두가지 주제를 모두 담아 만들어졌다고 느꼈어요. 도입의 '쓸모없는 가마솥' 얘기부터 억지로 만들어진 지역축제까지, 평소에 가지고 있던 불만이 좋아하는 필진님의 정제된 글로 쓰여있어 즐겁게 읽었습니다. K가마솥으로 대표되는 비효율적인 노력, 그저 '만들어야 해서 만들어진' 물건들을 정말 싫어하지만 한국에서 살면 그런 것을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젠 해탈의 지경에 들어섰습니다. 이상하다 못해 특별할 정도로 구린 지역 축제도, 건축법상 세워야 하니까 구매된 것이 분명한 못생긴 조형물들도, 폭력적인 새빨강과 노랑, 못생긴 글자체가 쓰인 '후렉스 간판'도 정말 싫어요. 거기에 누군가의 품과 소중한 자원이 쓰였다는 사실, 한번 그것들이 만들어지면 언젠가 쓰레기로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이 불편해요. 굳이, 굳~이 만들거라면 좀 잘 만들면 안 되는걸까요? 그런 '구린 것'들을 보고있으면 그것들을 만든 사람들과 의사결정의 과정을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기획의 처음부터, 누군가는 추진 도중에 분명 '아, 이거 아닌데...'하는 깨달음을 얻겠죠. 하지만 이미 예산은 투입됐고, 용역도 체결됐을 것이며, 뒤집는게 더 골치아픈 단계로 진입해버렸기 때문에 결과보고서가 나올 때까지는 그것을 계속해야만 했을거예요. 쓰는데 말할 수 없이 슬퍼지네요. 김스피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지방 주민들의 사정과 마음에 초점을 맞추신 것이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여름에 철원 고석정의 꽃밭에 놀러갔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넓은 꽃밭을 꾸민 것과 친절한 응대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분들, 깡통열차를 만들고 보수하는 분들은 철원의 군민이었습니다. 군 차원에서 조직되고 기획되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관광지였으며, 군민들도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탄력을 받았음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분명 지역축제의 장점도 많을텐데 어쩌면 저는 프로젝트의 미감, 우아함이라는 측면에서만 그 행사들을 바라보며 백안시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스피아에 쓰인 인용만으로 제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전국축제자랑』의 분위기처럼, 한국에서는 이 혼란함을 즐겨야겠지요... 왜 열심히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구린 것을 만들어내게 될까요? 한국의 비효율성의 근원이 궁금합니다. 물론 다른 나라도 그 나름의 비효율성이 있겠지만 제가 경험한 나라는 한국뿐이니까요.
⏩김스피 = 어엇 ‘따릉이 안전표어 공모전’이라니 ㅋㅋㅋㅋ 게다가 수상을 하셨다니, 부럽네요! 어떤 표어를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어째서 수상작인데 활용을 하지 않는거죠!)
정말로, ‘굳이’ 만들거라면 잘 만든다면 좋을텐데요…관에서 무언가 ‘홍보’ 비슷한 걸 하고서 성과가 좋았던 사례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걸로는 국립박물관 굿즈 사례(링크)나 충주맨 유튜브, 관광공사의 ‘feel the rythm of Korea’ 시리즈(링크) 정도네요. 아마 공통적으로는 어떤 지점지점에 묘하게 자신의 취향과 진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더 많이 퍼지기 위해선 ‘개인’에 기대기보다는 역시 시스템적으로도 참신한 시도를 권장하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어 - 보내주신 글을 읽고 있자니 한 재밌는 경험이 떠올랐어요. (약간 사족같기도 하지만ㅎㅎ) 예전에 일본 출장을 갈 일이 있어서 일본 통역분이랑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었는데요. 서로 다녔던 도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둘다 입이 쩍벌어졌습니다. 일본분은 전주, 부산, 울산, 대구, 구미 등 한국의 웬만한 도시들을 거의 다녀오셨고(’아니 대체 거길 왜(어떻게 알고) 가셨어요??’) 반대로 저는 일본의 지방도시들을 살뜰하게 돌아다녔거든요. 그때 새삼, 지역 여행객들이라고 할 때 우리는 보통 내국인 대상의 여행객만 떠올리곤 하는데, 각 지역의 부흥을 위해선 외국인 여행객들을 모으는 게 더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K축제’의 성공도(현재는 ‘내국인’ 위주로 홍보/기획을 하고 있지만), ‘K의 안에서’ - 우리끼리의 축제의 틀을 벗어나는 것을 통해 가능하지 않을까도 싶었습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탕후루 먹고 화장품만 쓸어갈 게 아니라, 전주에 와서 축제를 즐기고 이럴 수 있다면 더 좋겠죠.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 문제 외에도, 말씀하신대로 ‘진정한 매력(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이는 많은 사람들(진정으로 놀이에 진심인 사람들, 그리고 현지의 사람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혜혜 = 휴가때 왜 여행을 떠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주제였어요. 국내 엉망진창인 축제를 보고 바가지논란이 생각났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충주시홍보맨의 뉴스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지역축제의 부실함은 공무원 인력부족, 컨텐츠 부족, 지역 축제 예산을 위한 축제 등등 문제 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책: 회복탄력성 - 이미 너무 유명하지만 최근 사회에서 실패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회복탄력성에 대해 다시 읽어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김스피 = 요새 안그래도 축제철이라 그런지, 아니면 제가 이런 레터를 써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자주 축제 관련 기사나 게시물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안타깝게도 대부분 좋다라는 얘기보다는, 바가지 요금, 묘한 컨셉의 축제 등이 화제가 되곤 하죠. 충주시 홍보맨도 이런 지역 축제에 대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나보군요. 돈 문제도 있지만, 실은 지난 레터에서 다루었던 ‘공공기물’들이 대부분 엄청난 돈을 ‘우르르’ 들이고서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들이었다보니 - 콘텐츠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책 추천 감사합니다. 요새 관심이 있던 주제였는데 한번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