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마늘깡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무엇을 안 읽어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공감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저도 하염없이 유튜브를 틀어놓고 있을 때가 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지금 뭘하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시에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읽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 가면 갈수록 읽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서요, 읽을 때는 항상 메모를 하려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메모를 하는 게 부담이 되어서 글을 안 읽게 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더라고요.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핑계삼아 소형 태블릿을 사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나중에 기억은 정확히 못하겠지만 그 때 읽은 것들도 뭔가 어떤 형태로든 남게 되는 것 아닌가 싶은데 그걸 어떻게 더 자세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항상 좋은 짧은 글 소개해 주시고 여기에 생각해 볼 코멘트를 덧붙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다음 코멘트에서 좀 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는 목소리를 갖기 어렵거나, 혹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아예 목소리가 사라지곤 합니다.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의식적으로 발굴하고,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피해자의 서사가 들려야 된다고 저희가 말을 할 때 그게 (1) 목소리를 기록하는데 의미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2) 가해자의 서사에 내포된 기만을 드러내주기 때문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이 둘이 떨어져 있지 않지만 (2)를 고려하지 않고 (1)만 추구하게 될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찌 되었던 건 간에 소개해주신 기사는 둘 모두를 잘 보여주고 있는 좋은 기사 같습니다. 다시 한번 추천 감사드립니다!

⏩김스피 = 오, 보내주신 글을 읽고 놀랐습니다! 안그래도 최근에 제가 ‘메모’와 관련된 주제에 굉장히 꽂혀서 이런저런 책들을 읽어보고 있거든요. 아직 생각이 명확하게 정리되진 않았고, 막연하게 해찰을 하면서 즐겁게 해찰을 하고 있는 중인데요. 생각보다 메모라든지, 내가 읽은 것을 제대로 소화한다는 건 ‘단순한’ 작업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있습니다. 현재 마감을 하고 나서 쭉 읽고 있는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노트북>과 월터 아이작슨이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 평전>인데, 노트북쪽은 ‘읽는다’라기보다는 그냥 계속 멍하니 보고 있는(?) 것에 가깝지만 - 여튼 메모라는 게 단지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저장’의 측면 말고도 ‘쓰기’ 그 자체에 집중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만간 이런 주제를 한번 다루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ㅎㅎ 요새는 인스피아가 어쩌면 제게는 무엇을 읽을지 고민-선택하고, 그리고 읽은 것에 대한 생각을 갈무리하는 ‘메모’의 일환인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피해자의 서사 관련된 이야기는 말씀주신대로 (1)과 (2)의 측면이 둘다 있는 것 같습니다! 경우, 케이스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요. 가해자의 서사가 ‘다양’한만큼 피해자의 서사도 굉장히 다양할테고요. 최근 이 기사에 실린 - 꾹꾹 눌러쓴 피해자들의 손글씨들을 읽으면서는 왠지 찡해지기도 했습니다.([한국일보]"CCTV부터 확보하라"...범죄 피해자들이 직접 쓴 매뉴얼) 특히 (기사에 포함된)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가 쓰신 글같은 맥락의 내용이 그간 언론에서 얼마나 다루어졌었는지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고요.

👤효목 = 제목이 '40년 후 나는, 나는 오늘 무슨 글을 읽었는지 기억할까?'라는 제목이었잖아욤. 뭔가 연결되는 느낌으로다가 이 콘텐츠를 소개시켜드리고 팠습니다. 어제 (9/27 수욜) 밤에 ebs다큐 책맹인류, 도서관이 살아있다 편을 보았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강력추천드립니다.

⏩김스피 = 오! ‘책맹인류’ 시리즈라니 흥미로운 제목입니다. 방금 목차를 살펴봤는데 재밌어보이는 제목들이 많네요. 마감을 하고 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청해야겠네요 ㅎㅎ 추천 감사드립니다 😃

👤모모 = 이번 레터는 조금 명료하지 않은 느낌이 있어서 여러 번 되풀이 읽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많은 콘텐츠를 먹어치워야 한다는 의무감 -요새 그런 부담에 시달리는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쓸모나 가성비보다 더 큰 즐거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쇼츠는 2시간 동안 보면서 정작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은 보지 못하는”을 보고 <여름 맥주 영화>라는 책이 떠올랐는데요. “썸네일 항해 시간만 차곡차곡 모았어도 벨라 타르의 〈사탄 탱고〉를 봤을 거라는 말이 있다. 내가 만든 말이다. 5초, 10초짜리 쓰레기를 보면서는 1시간을 쉽게 넘긴다. 그러나 1시간짜리 콘텐츠를 앞에 두고는 클릭을 망설인다. 일정 시간 연속되는, 내가 지속해서 경험해야 할 콘텐츠를 이제는 견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쓰고 보니 놀라운 말이네. 영화를 견딘다고 표현하는 날이 오게 되다니.”라는 글이 나옵니다. (이런 내용이 주제인 책은 아닙니다.) 요즘 신호등이 켜져도 길을 건너지 않고, 대중교통을 내리고 타면서도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너무한다는 생각도 들고,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혹 외부와의 단절, 풍경이나 주변 사람들을 살피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도 들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김스피 = 레터의 메시지가 명료하지 않은 경우는, 보통 제가 각별히 개인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온+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 안에서도 아직 관련 고민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 무언가 딱, 떨어지게 말하기는 애매한 것일지도요. 정말로 주목할 만한 것에 집중해 ‘적게 읽자!’라고 외치기엔 일단 저부터가 인스피아를 연재한 이후 엄청 많이(…) 읽고 있는 사람이라서요…(실제로 ‘쪼끔 읽자’ 회차를 쓰고 나서 지인으로부터 저의 이중성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ㅎㅎ무지 많이 읽는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냐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과 ‘호기심’ ‘욕망’을 품고 읽어가자는 다짐을 해봅니다. 앞으로도 연구자님들과 함께 이런 읽기에 대한 고민을 해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핸드폰’ 관련 내용도 흥미로운데요. 요새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만들어내는 청각적 차단’과 관련해서도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던 차라서, 말씀주신 ‘핸드폰을 항상 읽는 습관과 주변을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 태도’와 엮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말자 = 읽을 거리, 볼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라 오히려 뭘 읽고 봐야 할지 몰라 결국에는 잡다한 것들만 넘겨보다 시간을 다 보내는 제 요즘 모습이 심각하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요새는 예전에 읽었던 책들 중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새로운 것들에 항상 손이 먼저 갑니다. 세상에서 뒤쳐진다는 느낌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김스피 = ‘세상에 뒤쳐진다는 느낌’은 아마 오늘날 대부분의 ‘독자’들이 느끼는 초조함일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매체, 유료미디어들이 이런 페인 포인트를 자극해서(?) 읽기를 종용하기도 하고요.

한편 인스피아를 연재하면서, 정말 자주느끼는 점이 있는데요. 의외로 오늘날 ‘최신 이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수십, 수백년 전에 똑같이 일어난 적도 있고, 거기에서 오히려 더 참신한 아이디어,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인스피아 서문에서 다루는 얘기는 대체로 최신 뉴스에서 시작되지만 - 본문에서 다루는 책은 몇십년 전에 나온 것들도 많기도 하고요. 현재에서 눈을 떼지 않되, 균형에 유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