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로롱 = 저는 평범한 회사원인 동시에 작가입니다. 퇴근을 하면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달고 소설을 쓰죠. 그래서 무인도에 책 3권을 가져갈 때, 사전이 있는 것을 보고 '작가들이란ㅋㅋㅋ'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환상 네이밍 사전'과 추리소설 2권을 가져가겠다고 마음 속으로 답하면서 읽었거든요. '환상 네이밍 사전'은 당연히 글감을 얻고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함이고, 추리소설은 수백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분석해 볼 맛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범인을 유추하기 위한 힌트는 어디 뿌려져 있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복선을 끌었고, 어떻게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겼는지 등, 소설도 다시 보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무수히 많이 찾아낼 수 있는 걸요? 재미도 있고요. 그러니 만약 누군가 무인도에 갈 예정이고, 책을 하나 가져갈 생각이니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저는 두툼~한 추리 소설 한 권을 쥐어주겠습니다. 그 사람이 한국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되어 돌아오기를 기대하면서요. 김스피님도 '다시 읽기'를 실천하게 되신다면 꼭 재미있는 소설 책 한 권을 잡아, 분석해 보면서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시점을 찾는 것도 물론 좋지만,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시 읽기의 이유를 '분석'에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어른의 어휘력'을 추천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문해력에 대한 논란이 많이 일고 있어서요. 일단 새로운 단어를 굉장히 많이 접할 수 있고, 그 단어의 올바른 예시를 접하기 좋습니다. 사전처럼 딱딱하지 않은, 에세이 형식의 서술 방식은 술술 읽히고요. 독서와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알고 있던 단어의 새로움을 접하면서요! 독서가 낯선 사람에게는 어휘력에 대해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고, 저처럼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단어를 접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추천합니다.
⏩김스피 =오! 추리소설 두권, 그리고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사전 한권이라니 흥미롭네요. 저도 계속 곰곰 생각해보고 있는데 아마도 저도 무언가 상상력을 자극할만한 책과 백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백지는 책 한권으로 치려나요 < 실제 그 책에는 백지로 된 책을 요구한 작가들도 몇몇 있긴 했습니다 🤣)
책 추천도 감사드려요. 언젠가는 ‘어휘력’ 관련 회차도 다루어보고 싶었는데(꼭 ‘쓸모’나 ‘평가’를 위한 어휘력보다도, 풍요로운 삶과 재미를 위한 어휘력!)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마늘깡(이지원) = 이번 회차보다는 저번 회차 "[230906]가해자에게 ‘사연’이 필요할까? : 어떤 서사"에 대해 피드백도 보고 나서 뒤늦게 책을 한권 추천하고 싶어 이렇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회차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 무인도라는 비유를 통해 사실 우리가 책에 부여하는 가치가 여러 가지이고 그래서 긴 책을 선호하는 마음도 모두 가슴 속 한켠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저라면 이종영 선생님의 책들 <내면으로> <영혼과 슬픔> <마음과 세계> 같은 책들이나 같은 선생님이 번역하신 시몬 베유의 책들 같이 영혼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한 책들을 가져갈 것 같습니다. 뭔가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책들은 무인도에서 읽으면 괴로울 것 같고 영혼에 관한 것은 항상 관심은 있었지만 뭔가 당장 읽긴 어렵다 느껴서요. 또 사람들과의 큰 대화 없이 끝없이 생각하고 고민해도 좋을 주제 같고요! +)저번 회차 가해자의 서사에 관해서 최근 번역한 책 [더 단단한 질적 연구를 위한 안내서(원제: 질적 리터리시)]에서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과 연민sympathy을 구분하고 있는 점이 생각났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인터뷰나 참여관찰 등 질적 연구는 말은 전문적으로 보이지만 취재, 상담, 가십 등 우리가 일상에서 타인과 겪는 일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을 유념하고 있고, 그 결과 질적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인식, 의미, 동기를 그 당사자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게 인지적 공감이 의미하는 바인데요, 이건 그 당사자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동의하는 연민과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책의 내용을 조금 옮기면 "공감과 연민의 차이는 너무나 명확해 보이지만 많은 연구와 언론 보도가 실제로는 연민의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의 작업을 공감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앞으로 더 이야기하겠지만, 사실 많은 경험 연구가 공감보다는 연민에 기대고 있기에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연구 대상이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면 왜 그렇게 바라보는지 이해하기보다 연구 대상의 입장에서의 연대감을 강조하는 것이다." (61-2쪽)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면 안 된다"라는 말은 제 생각에는 "가해자에게 연민하는 서사를 부여하면 안 된다"라고 본다면 동의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반면에 "가해자를 이해하는 서사"는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해야 피해자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측면도 있고 비슷한 문제의 발생을 방지하는 데에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피해자의 서사"는 가해/피해의 결과로 일어난 것이기에 재현과 규범적으로 그 경험을 우리 공동체가 기린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지만 재발 방지에 있어서는 시사점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보는 사람에 따라 곡해의 여지도 남기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스피 = <더 단단한 질적 연구를 위한 안내서>는 안그래도 SNS에서 많은 분들이 추천하시기에 꼭 읽어야지! 하고 도서관에 신청도 하고 구입해둔 상태였습니다. 😃 소개해주신 내용은 ‘가해자의 서사’ 회차를 읽으신 연구자님들께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해당 회차의 피드백란에도 책 소개부분을 인용해두겠습니다.
공감과 연민의 차이도 흥미롭네요. 예전에 레터에서 ‘공감’에 대해 다루기도 했었는데(레터) 당시엔 연민과 공감의 차이에 대해선 면밀하게 고민해볼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그 책을 읽으면 그 차이에도 주목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하기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실제로 사회적 약자의 인터뷰를 할 때 공감과 연민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전문 연구자들에 비하면 정말 거친 인터뷰겠지만, 기자로서 약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때때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가해자를 납작하게 그리는 것만큼이나 피해자 역시 납작하게 그리게 되고마는 딜레마랄까요. 누군가의 서사가 필요하다는 말보다도, 우리 사회를 더 낫게 만들겠다는 목적 하에 ‘균형’을 맞추는 서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해자의 서사’와 관련해서도 ‘추모’의 글과 ‘피해자의 서사’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원래 지난 회차 때 다루려고 했다가 약간 집중하려는 핀트와 맞지 않아서 미루어두었던 <레티시아>(링크)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피해자의 서사’를 잘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추모의 목적도 있지만, 레티시아 살해 사건의 특성 상 피해자가 어떻게 범죄에 ‘처하게 되었는가’ 또한 그리고 어떻게 그의 피해가 언론, 정치권에 의해 ‘이용되게 되었는가’라는 구조적인 분석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고요…여튼 소개해주신 책을 빨리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책과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효목 = 제가 어제오늘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를 붙잡아 읽고 있습니다. 여성 최초 대법관으로 국민원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셨고, 소위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분이지요. 원래 부패방지법이라 불러야 옳은데, 김영란법이라 불리우며 좀 축소된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요. 여하튼 '독서의 달을 맞아, 책음 쪼금 읽자'와 같은 제목과 같이 저는 너무 바빠서 책을 쬐금 읽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저는 무인도에 가져갈 책 추천 세 가지를 하라면 박형남 판사의 <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 김영란의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그리고 <은하영웅전설> 시리즈를 가지고 가고 싶습니다. 두고두고 숙독할 필요가 있는 글들입니다. 얇은 책인데, 철학이 마구 담겨 있죠. (앗, 은하영웅전설은 장편입니다 ㅋㅋㅋ)
⏩김스피 = 바쁠 땐 역시 무언가 붙잡고 읽기가 어렵죠. 저는 그닥 바쁘지도 않은데도 읽을 레터를 잔뜩 밀리는 경우도 많답니다. 😭 그래서 저도 읽기가 버거워진 마당에 한번 조금 한 숨 쉬어가자는 차원에서 ‘쪼끔 읽기’에 대한 회차를 써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책 세권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영란의 <책읽기의 쓸모>는 최근 SNS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언제 꼭 함 읽어봐야겠네요:) <은하영웅전설> 시리즈는 저는 실은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무인도에 가져갈 세 책에 꼽으실 정도라니, 언젠가 휴가에 꼭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