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금귤 = 항상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받은 레터가 너무나도 반가웠어요. 이번 회차도 인스타그램을 하는 1인으로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1. 인스타그램이 유독 뽐내기 게시물을 많이 올리는 공간인데, 이것은 플랫폼 성격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 같아요. 트위터는 좀 더 라이트하고 신변잡기적인 말을 툭툭 내뱉는 공간이라고 알고 있어요(저는 트위터는 하지 않아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는데, 트위터는 짧은 글 위주로 시작해서 좀 더 들여다 보아야 내용이 읽히는 것 같아요. (제 뇌피셜 추정이에요). 피드를 쭉 내려가면서 글은 조금 더 대충 보고 흘러내릴 수 있으니까 좀 더 익명적인 느낌이랄까요. SNS도 토론 구조를 설계하는 것처럼,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 성향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2. 인스타그램은 개인 프로필 피드로 가공되어 올리는 것들보다 스토리로 올리는 것이 좀 더 일상적이고 가볍고(24시간 후 사라지기 때문), 내가 팔로우하는 계정의 댓글에서는 더욱 자기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기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뉴닉 등의 계정을 팔로우했을 때 정치적 찬반이 있는 뉴스 피드를 읽으면서 댓글로 자기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거죠. 댓글에서 인스타그램은 실명이 아닌 id로 댓을 다니까 좀 더 익명성이 짙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잘 나가는 나 뿐만이 아니라,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편하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3)최소한의 규칙에 대해서 또 생각나는 지점이 있었는데, 바로 창의력입니다. 창의성은 적절한 제한과 규칙이 있을 때 발휘된다는 명제가 있는데요. 모네는 그림을 그릴 때 소재를 연꽃과 대성만 주구장창 그리면서 빛을 탐구했었지요. 규칙은, 일종의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가이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 이 부분에 대해서 김스피님이 해찰해서 뉴스레터로 보내주시면 정말 흥미롭게 읽을 것 같아요! +책 추천)지금 읽고 있는 책인데, <가짜노동>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아직 반절밖에 못 읽었지만, (1) 소통과 보고를 위해 문서화를 하는 작업이 진짜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 (2) 진짜 중요한 업무를 하지 않고, 시장조사/리더십 비전 워크숍 등 그럴듯한 업무를 추가로 해서 '있어보이는 것'이 자존감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어요. 약간 이 문제는 AI가 도입되기 전 상태의 노동시장 상황을 그려낸 것 같기도 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현실에도 만연한 문제라고 생각되고, 저도 인턴에게 업무를 줄 수 없어 시장조사 같이 <가짜노동>을 시킨 적이 많고, 저 스스로도 회사에서, 더 중요한 일이 있는데 그거를 하려면 번거롭고 몸이 힘드니까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관성적으로 하던 <가짜노동>을 한 적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김스피 = 의견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플랫폼에서 ‘좋아요’나 댓글 달기 방식, 글자수 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확실히 그 공론장의 성격이 정말 크게 바뀐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최근에 현직 기자가 쓴 댓글에 대한 책(<우리는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을 읽었는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뉴욕타임스 등 다수 해외 언론에서는 기사 댓글란을 굉장히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더라고요. 뉴스 특성에 따라 아예 댓글란을 닫는다든지, 24시간 이후에 댓글기능을 막는다든지 등으로요. 실은 그런 ‘규제’가 있어야 어느정도 댓글을 통해서도 긍정적인 소통이 가능한 것 같아요. 실제 채널 관리자가 까다롭게 댓글을 관리하는 유튜브의 경우엔 댓글에서도 재미난 이야기나 사연을 찾을 수 있듯이요. 그런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긍정적 소통의 경험’을 공익의 차원에서도 주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소개주신 책 컨셉을 보니 예전에 레터에서 다루었던 <불싯잡>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김피망 = 저 역시도 SNS에는 행복하고 좋았던 순간만 기록하거나(인스타그램), 일상글이라고는 하지만 꽤나 정돈된 상태로 글을 쓰곤(블로그) 해서 ‘나를 두고 꾸며낸 자아라고 하는 것인가’ 뜨끔하면서 레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혼자 기록하려고 쓴다고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혼자 쓰는 글의 경우에도 혼자만 보고 태울 작정이 아니라면, 그 글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가닿아 ’논쟁‘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고, 또 마음 한 켠에는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쓴 것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일으키는 레터였습니다. 제가 취준생인데, 지난 상반기에 면접 절차 중 하나로 토론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회차를 읽으며 그때의 토론 순간도 참 많이 떠올랐는데요. 아무래도 평가받는 자리이다보니,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지원자들)일지라도 매우 존중하는 태도로,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아무리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일지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텐데 싶었습니다. 아직 많은 삶을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점점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도 ‘점점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고,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르면 안 만나게 된다’라고 말을 하곤 하거든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살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비슷한 생각만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 저로서는 좀 아쉬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반대되는 생각과 사람들에 정면으로 도전하기에는 겁이 많습니다..) 오랜만에 인스피아를 읽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ㅎㅎ 늘 즐거운 해찰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스피 = 흥미로운 의견 감사합니다! 토론면접의 상황이야말로 정말 많은 ‘제약’이 가해지는 공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낯선 사람들과 자신의 의견을 벼려서 서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다양한 논의의 장소가 생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주 레터를 쓰기 위해 <디베이터>를 읽으면서는, 이런 장소를 마련하는 것만큼이나 이런 장소를 ‘가능하게 하는’ 상세한 규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