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밍 = 바로 어제 저녁에 버거가게를 열고싶다는 친구가 있어서 사업은 워라밸이 없어서 싫다~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럼 저에게는 무엇이 중요한지 물어보길래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한다면 워라밸이 없어도 자기발전을 할 수 있어서 열심히 할 수 있지만, 외식업 사업 등의 반복노동은 오래 해도 커리어로써 자기 발전이 없고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워라밸이 중요한 직업같다.. (하지만 돈을 버는 수단이니까 워라밸이 있기가 힘든...)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마침 오늘 레터 주제가 단순노동이라니.. 반복이 주는 깊이를 절대 무시할 수 없죠... 저의 편협한 사고를 깨는 좋은 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찰은 아니지만.. 3.‘손’으로 그린 설계도와 CAD : 반복이 만드는 지대가 전하는 메세지에 조금 공감을 했어요. 최근 몇년간 아이패드로 필기를 하면서 느낀 답답함이 생각났습니다. 수십장의 종이와 한페이지의 디지털 기기는 한장에 다 들어가지 않는 앞뒤 문맥을 파악하는데에 큰 차이가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지난주제들에도 있었던 아날로그의 경험이 주는 깊이와 비슷한 맥락인 것 같네요.
⏩김스피 = 사실 저번 레터를 쓰면서도 계속 고민했던 지점이고, 여전히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인데요. 오늘날 워라밸이라든지 취미, 일, 쉼, 자기계발 등의 개념/경계는 참 모호한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밍님이 하신 조언도 이해가 되는 바는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일단 ‘장인 노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하지 않는 사회이기도 하니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진정성 있는 노력, 그리고 세상을 분명히 더 낫게 만드는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치루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됩니다. 친구분과 밍님 모두 적정한 워라밸과 노동에서의 즐거움, 보람을 찾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빛의 얼굴들 = 어떤 영상에서 워라밸을 일과 생활의 밸런스가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일과 남을 위해 하는 일의 밸런스라고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주는 말이었습니다. 설령 직장의 일이라도, 나를 위해 하고 있다면 혹은 그렇게 내가 만들어간다면 보다 몰입해서 오랜시간 즐겁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삶을 즐기는 것처럼 보여도 다른이의 시선을 의식하며 하는 일들은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일의 양을 줄이는 것과 함께 일을 즐겁게, 보다 나를 위해 하는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와 같은 생각으로 3년전 퇴사 후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확실히 알 수 있는건 실패해도, 성공해도 온전히 나의 몫으로 두어보는 삶이 많은 것들을 쌓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들에 대해 가끔씩 되돌아보곤 하는데, 오늘의 레터가 저에게 다시금 많은 것들을 떠올리고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에 대한 저의 많은 고민과 궁금증들의 답을 얻는 출발점이 저는 '운과 실력'을 나누는 지점이었습니다. 보다 나은 선택을 위해, 성공을 위해, 또는 사회적인 문제들과 인식들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운과 실력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성공한(혹은 실패한) 사례 혹은 사람을 두고 이 상황이 운에 의해 일어난 것인지, 실력과 노력으로 일어난 것인지 알아야 우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실력으로 둔다면 자신을 과신한 나머지 달라진 상황에 실패를 맛볼 것이고, 모든 것을 운으로 둔다면 자신의 결과에 기여한(혹은 부족한) 지점을 증폭시키거나 고치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최근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에 대한 논란도 이와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또는 실패한) 사람들의 원인을 '운' 또는 '실력' 어느 한 쪽의 극단적인 방식으로 해석한다면 극단적 신자유주의와 극단적 사회주의의 양 측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매직패스'의 공정성 논란도 싸우다보면 결국 이와 같은 인식의 저층부에 다다르게 되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너무 유명한 책이지만)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래질"과 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성공방적식"이 저에겐 좋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30대 초반까지 투자서적에 선입견이 있어 읽지 않았었는데, 이 분야의 책들에서 얻는 영감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아무래도 끝없는 선택의 과정과 정확히 측정 가능한 결과치, 이것들의 반복과 적층이 삶과 사회의 어떤 본질적인 것에 닿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김스피 = 길고 깊은 감상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를 위해 하는 일’과 ‘남을 위해 하는 일’의 밸런스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실은 저도 저번 레터를 쓰면서 새삼스럽게(평소엔 일상에 분주해서 그런 부분을 근본부터 궁리해볼 기회가 잘 없으니까요), 우리가 살아가는-깨어있는 동안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노동 관련이라고 할 때 그 시간이 엉망이면 우리의 삶, 나아가 그런 사람들이 모인 사회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빛의 얼굴들님의 도전이 부디 사회에 의미있고 본인이나 주변에게도 보람과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정과 운, 실력에 대한 말씀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안그래도 최근 저도 ‘매직패스’ 논란을 보며 ‘공정’에 대해 떠올려보고 있었는데요. 소개해주신 책들(제가 이쪽 분야의 책을 많이 살펴보지 못해서, 처음 접하는 책입니다. 추천 감사합니다!)도 후에 기회가 닿으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쟈나 = 저도 저의 일을 사랑합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다들 괴로워합니다. 나만 속편한 소리 하는건가? 나만 복받은 사람인가? 라는 이질감이 있었는데요. 나만 그런거 아니라는 크나큰 위로와 함께, 동료들에게 재미를 찾아줄 수 있는 작은 무언가라도 해내는 하루를 보내보겠습니다. 창업자 정신 -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자 온 국민의 사랑을 받다가 휘청휘청 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반성문 같아 열심히 읽었습니다. 이제는 놀림거리가 된 "주인의식"에 대해 해찰해볼 수 있는 책이었어요. (+해찰스티커를 노트북에 붙이고 뿌듯해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지만 너무 멀어서ㅠㅠ 마음만 보내봅니다. 좋은 반응 기원합니다!)
⏩김스피 = 사실 저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합니다(ㅎㅎ…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왠지 부끄러운 시절이지만요. 물론 마냥 마음 편하고 좋기만한건 아니고 거의 애증의 관계에 가깝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어찌됐든 꾸역꾸역 노력해보고 궁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내 일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어떤 일을 사랑하게 되는 것,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주변 상황의 영향만큼이나 본인의 노력, 헌신도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게 꼭 ‘주변이 아무리 불합리해도 무작정 너만 맞춰라!’라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책임을 감당하는 주체로서의 ’나’라는 정체성도 분명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죠. 딱 노동에만 국한된 이야긴 아닌데, 최근 이모조모 머릿속에 넣고 궁리해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초보 굿즈 제작자인지라, 노트를 너무 많이 만들어버려서 조만간 통신 판매를 진행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ㅜㅜ 통신판매 시작하면 꼭 레터에도 공지하겠습니다!)
👤무명 = 평소에 관심 있던 주제라, 흥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미 아실 수도 있겠지만, 이번 주제와 관련해서 요새 재밌게 읽고 있는 한겨레 21의 시리즈입니다. https://h21.hani.co.kr/arti/COLUMN/2862/ 각 분야의 장인들께서 어떻게 업계에 입문하게 되었는지, 얼마나 힘들게 버텨오며 장인이 되었는지, 장인이 되었지만 이미 쇠락하는 산업 내에서 어떤 고민들을 하고 계시는지가 너무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잘 기술되어 있습니다.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이분들께서 대부분 자신의 일을 좋아해서 입문하고 장인이 되시기 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업이지만 반복과 숙련을 통해서 장인의 경지에 이르고 결국은 그 일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는 못하기 때문에, 레터 마지막에서 언급하신 노동 조건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울러...이 사회의 대부분의 암묵지를 가지고 계시는 장년/노년층이 은퇴하시거나 돌아가시게 될 20년 후가 좀 두렵습니다. 특히 사회 구석구석을 허리처럼 받치고 계시는 50-70대의 여성 노동자들이 안 계시는 세상은 솔직히 끔찍합니다.
⏩김스피 = 오오, 정말 좋은 기획이네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사실 sns에서 몇 편의 기사를 따로 본 적은 있는데, 연속 기획인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추천해주신 덕분에 다른 기사들도 감사히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노인의 경험이 경시되는 시대라는 것이 결국 암묵지, 장인의 경험이 경시되는 시대적 분위기와 정확히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더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그것이 정녕 긍정적일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