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김이아 = 어제 삼일절 휴일을 포함해 며칠간 쉴 기회가 있었는데요, 연휴 전 근무시간동안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고 알찬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 휴일이 되고 제가 한 것은 신나게 따릉이를 탄 것과 침대에 누워서 스타듀밸리라는 농장 돌보기 게임을 한 것이었습니다. 며칠 내내요. 물론 두가지 활동 다 즐거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보단 더 나은 여가를 보낼 수도 있었을 시간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어 오늘 아침 무척 울적했습니다. 노동과 의무적인 학습, 인간관계관리 등의 강제성이 없는 여백의 시간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은 실제로 여가가 주어지면 그 공백에 압도되어 버리게 되네요. 동시에 이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내야한다는 강박 역시 나 스스로의 생각이 아닌 누군가에게 어디선가 주입된 생각은 아닐까 불안해지고요. 아무리 의미있고 대단한 휴일을 보냈다고 해도 이런 마음으로는 후회와 자괴감만을 남기겠죠. 여가를 즐기기 위해 노동을 하고 원치않는 사람들과의 부대낌, 집안일을 해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이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 몸체의 상당수를 떼어버려야 하는 로켓과 닮았다고 느껴져요. 그렇다면 그 더 멀리 날아간 곳이 '아무곳'이 아닌, 정말로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적어도 도착한 그 곳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도록 나 스스로를 준비시키거나요. 그 훈련이 인스피아에서는 '예술을 누리는 것'으로 표현된 것이겠지요. 지루함, 여백을 채우는 더 나은 방법에는 사실 크게 특별한 일이 없을 것입니다.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더더욱이요. 이번 인스피아를 읽으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승화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겐 지긋지긋한 일상, 누군가를 먹이는 일이 바베트에게는 큰 돈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하나의 예술의 과정이었던 것처럼요. 이제 일 할 시간이라 두번 읽어봄 없이 급하게 보내게 되네요😂 항상 현대인의 일상과 맞닿은 깊은 글 감사합니다. +토니 타키타니라는 영화에서는 일상이 온통 그림그리기 뿐인 무미건조한 인물이(이것도 재밌죠, 누군가는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데!) 결혼을 통해 감정적으로 풍성한 생활을 얻었다 상실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번 해찰의 주제가 될뻔했던 '사치'와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고, 일상을 무엇으로 채워야하나 하는 막막함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스피 = 아…보내주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공감됩니다😢 저도 사실 주중에 마구 스트레스를 받고 이번 주말엔 반드시 잘 보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거의 누워서 시간을 보내곤 하거든요. 로켓이라는 표현도 정말 딱 맞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효율적으로’ 몰아서 일하곤, ‘효율적으로’ 쉬려고 하는데 사실 원래 삶이라는 게 그럴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쉼과 사치라는 게 평소 제대로 할 수 있는 나만의 리듬과 방법을 찾지 않으면 영영 누릴 수 없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일상에서 틈틈이 사치하는 법, 휴식을 의식적으로 가꾸어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천해주신 영화(그림만 그리는 무미건조 일상이라는 표현이 정말 재밌네요. 그런데 문득 저도 지금 일상이 책만 보는 무미건조한 일상(!)이라서 뭔가 설정만 보아도 살짝 공감이 됩니다😹ㅎㅎ;;;)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보겠습니다 추천 감사드려요.
👤하르모니아 = 지루함이란 해찰은 저도 종종하기에 친밀한 느낌이 드네요. 2번에서 소개하셨듯 지루함이란 본능에 가까운 감정이란데 동의하면서 다른시각도 가지고 있어요. 지루함의 긍정적표현은 여유가 아닐까 싶어요. 지루함을 갖는다는 것은 여유가 있음을 대변하고,즉 지루하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은밀한 사치, 우월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공존과 우월이 동시에 존재하게 하는 방법같은 느낌이랄까요. 심심해죽겠다라는 표현이 상대적 자유로움 이라는 은밀한 사치로 사용되기도 하는 듯하죠. 최근에 나는 왜 이토록 새로운 사고를 추구하고, 편견을 깨고자 고군분투하는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영장류학자인 리처드 랭엄교수가 가설을 제시하는 인터뷰를 보며 느낀점은 가설이 그분야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동력이 되어 의미있는 듯한 삶을 살게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편견을 깬다가 가설을 제시한다와 비슷하게 되는거죠. 인간존재는 무거움(사회적역할이나 영향력)을 추구하면서도 본능적 우월또한 원하기에 그것이 공존하게 하는 방법이 겸손이나 자해적 발언이 되기도 하기에. 정말 지루한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되네요.. 지루해야 움직이는 나를 인식하고 지루함을 향해 가고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김스피 =오늘 레터에선 아무래도 지루함의 일반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췄는데, 고쿠분 고이치로는 지루함의 역사에서 '한가함'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다같이 지루한 시대에서, 계급화가 발생하면서 '한가함'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되었다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결국 그는 결론에 가서 '나의 지루함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라는 개인적이 질문에 응답하는 것이, '모두가 한가한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라는 공동체적인 질문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이것이 바로 이 책의 부제('~ 윤리학')의 이유라고 합니다. 랭엄 교수의 인터뷰를 제가 보진 못했지만, 인용해주신 맥락을 보니 흥미로운 가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분명 '지루함'이라는 키워드는 보통 우리가 '탕진잼'이라든지 얕은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말이긴 하지만, 분명 인간의 삶의 동인을 결정할 정도로 꽤 중대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실제 고쿠분 고이치로의 책을 보면서, 아니 이렇게 위대한 철학자들이 한번씩 모두 지루함을 진지한 철학적 분석의 대상으로 여겼었다니!하며 놀랐었습니다) 좋은 생각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탠자 = 항상 인생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바베트의 만찬' 부분은 제 사막같이 건조한 마음에 촉촉한 심금을 울렸어요.. 소소한 즐거움을 많이 찾기로 저와 약속했어요 ~ (해찰 아니고 느낀점 (너무 좋아서))
⏩김스피 = 느낀점도 훌륭한 해찰이죠! <바베트의 만찬>에 제가 인용한 저 구절을 다른 책에서 처음 접하게 된 순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저 작품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소개된 것은 아니었지만, 저 한 단락만 읽었는데도 마치 감전된 느낌이었달까요. 우리는 반드시 행복해져야 하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무명 = 시종일관 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버렸어요. 왜냐면 저도 쉼을 잘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바베트의 만찬의 대목이 마음에 와 닿았구요. 적당히 긴장하며 사는것이 지루함을 이기는 방법이라는것도 배워갑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해요~♡
⏩김스피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언가에 집중해서 노력하고 배워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 오히려 TV프로그램을 보는 것보다 때론 훌륭한 기분전환이 될 수 있을 거예요!
👤KS = 부쩍 일외에 운동, 등산, 축구, 식물 등 새로운 취미나 관심사에 몰입하는 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조바심이 나던 와중이었습니다. 그 즐거움을 같이 나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게는 맞지 않아 점차 관계마저 영향을 끼쳐 소홀해질 것도 같구요. 이런 시기가 되면 이상하게 책을 읽고 싶어 지곤 했는데, 왜 그랬는지 이번 레터로 그 이유를 시원하게 대면한 것 같습니다. 책이 기분전환을 위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혹은 빛바랜 경험에 의거해서 어렴풋이 알았나봅니다. 그래서 이번 호의 참고문헌이었던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를 우선 빌려보았습니다. 괜히 읽고나서 스피님께 소감을 전달드리고 싶네요ㅎㅎ P.S 관련해서 흥분/두근거림을 쫓는 멋진,,어른의 사례를 최근에 접해 전해 드리고 싶네요. 'KBS같이삽시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신 여백서원의 주인인 전영애 교수님인데요, 나이에 상관없이, 설렘/두근거림이 없으면 죽은것과 다름없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홀로 여주의 큰 부지를 울창한 숲과 정원과 서원으로 일궈내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꿈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