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무명 =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좀 특이한 방법으로 영화를 빨리 감아서 보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데, 1) 영화는 극장에서만 보고, 2) 유튜브 프리미엄을 제외한 OTT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OTT에 쏟아지는 수많은 컨텐츠를 다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OTT를 통해 영화를 본다고 해도 분명히 1.5배속으로 한손에는 핸드폰을 보면서 볼 것이므로, 그럴 바에야 애초에 포기하는 게 낫지 않는 생각이었습니다. 영화를 극장에서만 보면 적어도 2시간은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1~2주에 하나씩 보면 대부분의 개봉영화는 소비가 가능해서 뒤쳐진다는 느낌도 없고, 은근히 지적 허영도 충족할 수 있어, 이 생활을 거의 3~4년째 지속 중입니다.
⏩김스피 = 자기에게 맞는 자기만의 콘텐츠 소비 습관을 정하는 것은 좋아보입니다. 저도 OTT는 한개만 가입하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사서 보는 편이예요. 다만 제 경우에는 보고 싶은 영화 중에 영화관 상영을 안하는 영화나 옛날 영화들이 많아서(보통은 평이나 인용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보게 되곤 하거든요) 어쩔수없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OTT 중에서도 제가 알기로는 넷플릭스만 빨리감기 기능을 갖고 있어서, 다른 OTT면 괜찮지 않을까요?(물론 건너뛰기는 가능합니다만…) 제 경우엔 집에 빔프로젝터가 있는데, 여기서 OTT를 틀면 비교적 스킵기능을 안쓰게 되더라고요😼(틀고 나서 리모콘을 곧바로 서랍에 가둬버립니다)
👤jh = 저는 독서나 영화 감상이 결국 자신 혹은 타인과의 관계맺음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깊은 교감을 하기 위해선 시간을 오래 들이고 그 사람의 요약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가까워질 필요가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요약본을 보는 것은 소개팅과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김스피 = 오! 저도 사실 이번 회차를 쓰면서 우연히 최근 읽었던 <모던로맨스>라는 책이 계속 떠올랐었어요. 이 책은 코미디언 아지즈 안사리와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가 함께 조사한, ‘데이팅앱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 쓴 책인데요.(아마 소개팅과 비슷하겠죠?) 핵심 메시지는 “우리는 데이팅앱에서 상대에 대한 무한한 선택지를 갖게 되고, 이 때문에 오히려 상대에게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데이팅앱을 통한 만남이 가능성을 넓혀준다는 차원에서 -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고(=이미 신문 시절부터 데이트 상대를 찾는 구인광고(?)가 무지 많았다고 하네요), 다만 진정성을 쏟는 자세가 필요할 것”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단지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 대해 ‘선택지가 적은 상황’을 이상향으로 그리지만은 않고 - 그 경계를 굉장히 사려깊게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적당히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바깥으로 열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응시하려는 ‘산책자’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애인은 한명만 골라야(?)하지만, 다행히 영화나 책은 더 많이 사랑해도 문제 없으니까요!)
👤동글풍선 = 잘 읽었습니다. 안그래도 최근에 슬램덩크를 보러 영화관에 정말 오랜만에 갔었는데, 맨날 코로나 겸 핑계로 OTT만 보다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니까 기분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단지 본다는 것만이라면 OTT라도 별 상관 없을텐데, 영화관에서 보는 경험이 왜 이렇게 좋을까 생각해봤는데..아마 그동안엔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그것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았습니다.
⏩김스피= 저도 영화관을 오래 안가다가 영화관을 조금씩 다니기 시작했는데, 풍선님의 말씀대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확실히 크게 다르더라고요. 제가 본 영화는 굉장히 잔잔한 영화여서 사실 중간에 조금 졸리기도 했는데, 나중에 멍하니 영화관을 나오며 돌이켜보니 ‘(영화는 차치하고라도) 2시간 넘게 내가 핸드폰도 보지 않고 그냥 조용히 앉아있기만 한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