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이말자 = 몇년 전 캐나다와 미국에 여행 갔을 때 들렀던 공공도서관 몇 개가 생각이 납니다. 한국에서는 도서관을 오직 책 빌리는 용도로만 갔는데, 그쪽에서는 도서관이 지역 명소로 소개되고 있어서 구경하러 갔거든요. 인상 깊었던 건 랜드마크가 될 만큼 규모가 크면서도, 따뜻하고 자유로운 건물 분위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건축 디자인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숙해야 하는 독서실 역할을 하는 우리네 도서관과는 달리 자유롭게 앉아서 과제도 하고 얘기도 하는 테이블 공간과 컴퓨터 공간, 장서 공간이 벽으로 구분되지 않았고, 1층에는 잘 되는 카페도 있고 지역 굿즈도 팔고 있고요. 벽과 바닥은 따뜻한 소재로 마감되었고 조명도 은은하더라구요. 어디서나 소음이 들리지만 그 소음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 우리나라도 최근 만들어지는 도서관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는데 그 효과를 더 보기 위해 도서관에서 후원하는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스피 = 말씀하신대로 건축, 공간 디자인의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제가 자주 다니는 도서관들은 무언가 ‘효율적인 정숙 분위기(?)’로 꾸며진 느낌이 강하거든요. 사서분들은 부스에만 계시는 경우가 많고요. 제가 가는 곳 뿐 아니라 대체로 한국의 도서관들이 그런 느낌이 많긴 하겠습니다만…적당히 소음도 있으면서 자유롭고 따뜻한 분위기의 도서관에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아니, 한번 말고 그런 곳이 있다면 매일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썸웨어 = 로스앤젤레스 도서관이 했다는 ‘지식 응답서비스’를 보며 한참을 웃고 흐뭇했습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저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을까 생각하니... 그러면서 서두에 마포구청장의 얘기가 떠올라 그 미천한 생각은 어디서 나온걸까 궁금해졌습니다. 멀쩡한 보도블록 갈아엎을 돈으로 도서관에 식본하는 캠페인을 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듣기로 매년 다음 년도 예산을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보도블록을 교체한다고 하던데요. 보도블록 교체를 도서관 책구매 금액과 동일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김스피 = 저도 책에서 ‘지식 응답서비스’ 대목을 읽으면서 많이 키득거렸었어요🤣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사람들은 엉뚱하구나 싶어서 공감도 되었고요 ㅎㅎ (이왕이면 답도 함께 실렸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마포구 도서관 뿐 아니라 많은 지자체나 대학들에서 도서관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책 구입비를 매년 줄이고 있다는데, 이는 도서관의 본질을 잊은 처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듬 = 안녕하세요. 저는 인스피아의 오랜 팬이자 느티나무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입니다. 이번 레터에서 도서관 이야기가 나와서 정말 반가웠어요. 책들의 보관소가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하는 도서관 사례가 나와서 더더욱 눈 빛내며 읽었습니다.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뉴욕공공도서관 지음(정은문고) 194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뉴욕도서관 이용자들이 사서에게 질문한 엉뚱하면서 기발한 질문을 모은 책입니다. 엉뚱한 질문에 웃음이 나고 진지하게 답변하는 사서에게 신뢰감을 느끼게 돼요. Q. 이브가 먹은 사과는 무슨 종류인가요? 한국도서관에서도 '참고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사서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불러요. 앞광고는 아니지만...(정말 아닙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드린다고 하면 이런 것도 도서관에서 하나요?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http://www.neutinamu.org/page/s1/s4.php?pg=1&&bcode=qna

⏩김스피 = 오옷, 그 유명한(!) 느티나무도서관의 사서 선생님이시군요! 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레터 본문에는 다루지 못했지만, 참고문헌 목록에는 느티나무도서관장님이 쓰신 책(<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을 담기도 했었죠. 그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느티나무도서관에 대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언젠가 한번 꼭 가보고 싶은 이상적인 도서관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음에 인스피아에서 어떤 책을 다뤄야할지 막막해지면, 혹은 그냥 엉뚱한 해찰을 하고싶을 때면 언젠가 몰래(?) 글을 올려 조언을 구하겠습니다😆 좋은 공간, 코너를 운영해주셔서 감사해요!

👤무명 = 지금 꼭 필요한 중요하고도 따뜻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다들 살아가는 데 돈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너무너무 많이 해서, 한동안 그 외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주식, 부동산, 커리어, 직장 외에도 우리가 숨쉬고 살아갈 만하게 해주는 데는 참 많은 게 필요하단 걸 간만에 일깨워준 레터입니다. 읽는 동안 참 따뜻하고 즐거웠어요. 저도 도서관을 참 좋아해왔고 또 좋아하거든요.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전 레터를 쓰면서 도서관의 ‘환대’의 정신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곰곰 생각해보았는데, 저는 어쩌면 ‘완전 공짜’라는 점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새는 카페에서 잠깐 앉아있으려 해도 커피 한잔이라도 사야하는데, 도서관에서는 항상 두팔 가득 욕심껏 책을 들고 읽고 또 가져와도 ‘공짜’니까요.

말씀하신대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회, 어디서든 기본으로 돈이 필요한 사회에서 ‘땡전 한푼’ 없이도 얼마든 그 모든 것을 양껏 즐길 수 있는 공간(=도서관)이라는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예전에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을 읽으면서 옮겨적어 둔 도서관 관련 이야기 대목을 발췌해봅니다. (”도서관 모델이 삶의 다른 영역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해보라. 이를테면 누구나 찾아가서 치료받을 수 있는 무료 병원, …무료 대학, 무료 자전거, 무료 워터파크 등. 도서관은 완전한 사회주의는 아니지만 사회주의화한 기관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준다. 도서관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는 좌파적 길의 전형을 보여준다…좌파는 ‘공짜’를 원한다고 툭하면 조롱당한다. 무료 대학이라니! 세상에 다음은 뭔데? 공짜 조랑말? 뭐라고 비웃든 도서관은 잘 굴러간다. 누구나 도서관을 사랑한다.“-네이선 로빈슨,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

👤진 =도서관에 대한 이번 레터 잘 읽었습니다(물론 평소 보내주시는 레터들도 잘 읽고 있습니다 ㅎㅎ). 최근 읽은 브래디 미카코의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에 나온 도서관 관련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2010년, 정권을 잡은 영국 보수당이 긴축 재정을 실시하면서 각종 공공시설이 폐쇄되는데, 저자가 사는 동네의 도서관도 사실상 폐쇄돼서 어린이 놀이방의 한구석으로 옮겨져요(행정기관의 표현에 따르면 '도서관 서비스는 커뮤니티센터 안으로 이전'됐습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설마 저 위에 계신 분들은 어리석은 민중은 책 따위 읽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걸까"라며 "일하지 않는 기간이 긴 노동자들 중에는 할 일이 너무 없어서 도서관에 다니며 책을 읽고 특정 분야에 별다른 쓸모도 없는 지식을 잔뜩 쌓는 '오타쿠'들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심지어 저자 남편의 친구인 사이먼은 요양 보호사가 어머니를 보러 오는 날 집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을 인생의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도서관 폐쇄 소식을 선술집에서 듣고는 코피를 흘릴 정도로 분노했다"고 해요. 그는 저항의 의미로 어린이 놀이방 옆에 있는 도서실을 이용하는데, 어쩌다 보니 엄마들에게 아이들에게 읽힐 책을 추천하거나 우는 아이를 안아주는 일 등을 하며 놀이방을 이용하는 엄마, 그리고 아이들과 가까워집니다. 마지막에는 아이들에게 부활절 달걀을 선물로 받기도 하고요. 레터를 읽은 뒤 다시 이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여러 생각이 드네요. 안정된 일자리라는 개념이 희소해져서 원치 않는 실업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이 대단히 중요한 공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플랫폼 노동이 확산될수록 이런 필요성이 더 커질 수도 있을 듯하고요), 공공성을 훼손하는 사람들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또 다른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람들의 아름다움 같은 것들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레터 계속 부탁드려요!

⏩김스피 = 적어주신 대목 중 <할 일이 너무 없어서 도서관에 다니며 책을 읽고 특정 분야에 별다른 쓸모도 없는 지식을 잔뜩 쌓는 '오타쿠'들이 있"다>는 대목에서 깜짝 놀랐습니다🤣(혼자 뜨끔ㅎㅎㅎ) 브래디 미카코의 다른 책들을 재미나게 읽었었는데, 소개해주신 책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