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곤지 = 영국 드라마 <Years&years>를 좋아하는데요. 오늘 뉴스레터를 읽고 그 드라마 속 할머니가 말한 대사가 생각났어요. "다 너희 잘못이란 사실은 변함 없어. 은행, 정부, 불경기, 미국, 룩 총리. 잘못된 일은 모두 다 너희 탓이야. 왜냐하면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앉아서 종일 남 탓을 해. 경제 탓을 하고 유럽 탓을 하고 야당 탓을 하고 날씨 탓을 하며 광대한 역사의 흐름을 탓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핑계를 대지. 우린 너무 무기력하고 작고 보잘 것 없다고 말이야. 그래도 우리 잘못이지. 왜 그런 줄 아니? 1파운드 티셔츠 때문이야. 1파운드짜리 티셔츠는 거부할 수가 없지. 우리는 모두1파운드 티셔츠를 보면 이렇게 생각해. '완전 거저네. 맘에 들어.' 그러곤 사지. 좋은 품질은 아니지만 겨울에 받쳐 입을 티셔츠 하나 있으면 좋잖아. 가게 주인은 티셔츠 값으로 달랑 5펜스를 받아. 밭에서 일하는 어떤 농부는 0.01펜스를 벌고. 그래도 우리는 그게 괜찮다고 생각해. 값을 치르고 평생 그 시스템을 믿지. 난 모든 게 잘못되는 걸 봤다. 시작은 슈퍼마켓이었어. 계산대 여자들을 자동 계산대로 바꾼 게 시작이었지."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죠. 저도 늘 싫어했어요." "그렇지만 아무것도 안 했잖아. 20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거리 시위는 했니? 항의서는 썼어? 다른 곳에서 장을 봤나? 안 했지. 씨근덕대기만 하고 참고 살았어. 이제 계산대 여자들은 다 사라졌다. 우리가 이 지경으로 놔둔 거야. 그리고 실은 우리도 좋아해. 그 계산대를 좋아하고 원해. 거닐다가 장 볼 물건을 고르기만 하면 되거든. 계산대 여자와 눈 마주칠 일 없지. 우리보다 적게 버는 여자 말이야. 이제 없어졌어. 우리가 없앴고 쫓아낸 거야. 참 잘했지. 그러니까 우리 탓이 맞아. 우리가 만든 세상이야. 축하한다.”

⏩김스피 = 오 굉장히 인상적인 드라마네요. “우리가 만든 세상이야. 축하한다”라는 말이 큰 울림을 줍니다. 값이 싸니까, 줄이 빨리 줄어드니까, 간편하니까…등의 생각으로 우리 주변에서 포기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도 언젠가 여유가 되면 꼭 보고싶네요🙂

👤무명 = 좋았어요. 근데 그 전 디자인이 더 예뻤던 것 같습니다..!

⏩김스피 = 앗..!! 😹 실은 저번회차는 원래 매달 마지막주의 에세이 회차(*매달 마지막주엔 에필로그 등을 담은 에세이를 보내드리고 있어요!)였는데, 어쩌다보니 일반 회차처럼 무겁게(?) 써버려서 디자인 자체를 바꾸었는줄 아셨나봐요! 기존 디자인은 바뀌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봐주세요😊

👤사막의 별 = 늘 시의 적절한 주제를 잘 다루어 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동일!!! 작년에 읽었던 책 가운데 앤드루 양의 '보통사람들의 전쟁'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 그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김스피 = 4차산업혁명-기계화의 대안은 보통 ‘기본소득’의 의제와 연결되어 논의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번 레터에서도 짧게 언급했던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 책의 결론도 유사한 메시지이기도 했고요. 지난 레터에서 ‘기본소득’을 다루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다루어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드려요!

👤Gogreen = 나이들며 깊이 고민이 되는 부분을 해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에서 도퇴되지 않고 짐이 되지 않으려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나의 태도는 어떠해야하나는 질문을 계속하게 됩니다. 오늘은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바뀌는 기술에 대해 어느정도 개인의 적응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한편 사회적으로 기술 자체를 최대한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처럼 기술이 좀더 사람-친화적이 된다면, ‘타깃 수혜자’ 외에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득을 보게 될테니까요.

👤전공F맞은휴학생 = 공장 근로 이야기를 듣다보면 빠짐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계에 맞춰야 한다.'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됐는데요,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 하는건데 거기에 사람이 필요하고 기계에 맞출 거면 기계를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주야 2교대 12시간 근무하는 곳이 많습니다. 여기도 기계는 널렸는데, 정교하고 빠른 공정만 기계가 하고 결국 사람이 뒤치다꺼리를 해야합니다. 기계를 도구로 보니까 그런걸까요? 그 내막에 제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저는 자동화 혁명에 매우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노동이 줄어들면 창의력이 각광받는다는 선전에 가진게 창의력밖에 없는 저는 환호했지만 창의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곳, 전문성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곳, 기계에 완벽히 대체될것 같은 곳이 오히려 노동자를 더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창의력도 또다른 빈부 격차에 편입되는 게 아닐지 궁금하네요.

⏩김스피 = 보내주신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르포 책 <뭐든 다 배달합니다>(링크)가 떠올랐습니다. 기자 출신의 저자가 200일동안 배달, 쿠팡 물류센터 등 다양한 플랫폼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을 리얼하게 쓴 책이었는데요. PDA(기계)가 모든 것을 지시하고 인간들은 그저 ‘기계의 손발’이 되어 움직일 뿐이라는 서술을 인상적으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사람이 완전 필요 없는’ ‘완전 자동화’란 어느정도 환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