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공부하기싫은공대생 = 시험 공부하다가 지겨워서 잠깐 숨 돌릴 겸 오랜만에 메일함을 확인해 봤는데 주제가 꽤 재미있었네요. 주변에 미대 준비하느라 재수하는 친구들이 많고 해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이 얘기가 나와서 이야기가 길어진 경험이 있네요. 최근 서브컬쳐 계(친구들이 다 덕후라서/ 저는 아닙니다;;;;;;;)에서 말이 많았던 '노벨ai'도 그렇고 '미드저니'도 그렇고 인간 만의 영역이라 평가 받던 창작 영역까지 넘보는 거 같기도 하고 해서 생각이 많이 났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ai 예술에 대해 '변화'의 관점에서 봤는데 결국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기가 2차 산업 혁명 당시의 과도기(?)의 시기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차 산업 혁명 때도 증기 기관 등의 기계의 발명으로 인해 일자리와 산업 구조에 다양한 변화가 생겼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계의 능력이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으면서 반기계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 않았습니까? 그러한 운동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는 막지 못했고 인간이 이에 맞춰서 '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ai 논란도 마찬가지라고 보는 이유가 ai 창작에 관련해서 제 친구들 중에서도 이에 비판적인 시선을(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넘어서 이것이 옳은가에 대하여) 가진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러한 기술들이 나왔고 산업혁명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인간은 또다시 '변화'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건 완전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 틀릴 가능성이 아주 높은데 어쩌면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어떤 선택을 하든 변화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학 뿐만 아니라 순수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의 학문이 발달하면서 이 시대는 필연적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는 변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대에 머문다는 선택을 하면 변화를 할 수 밖에 없고 변화의 시대를 벗어나서 현 상황에 머무르겠다고 선택을 하여도 그것 또한 '변화'의 시대에서 '유지'의 시대로의 변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지나가던 공대생 1이 공부하다가 지겨워서 한 203847423번째(아마도?) 딴생각이라서 틀릴 수 있지만 말입니다요........

⏩김스피 = 보내주신 의견을 읽다보니 처음 사진기(카메라)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충격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카메라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실을 ‘감쪽같이’ 모사하는 화풍들이 유행했지만, 카메라가 나오고 나서부터는 그런 화풍이 사라지고 카메라가 따라할 수 없는 추상적이거나 독특한 화풍이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말씀하신대로 어쩌면 그림이든 어떤 분야든 미래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분야/대목에 주목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명 = (*의견을 시의 형식으로 보내주셔서 별도의 코멘트 없이 소개합니다.) 인간이 자랑할 만 한 것은 지식, 창조 이런 것인데 이것을 AI가 넘보고 있다니... AI의 발전 속도로 보면, 이러다가 AI에게 지배 당하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 인간이 AI보다 부족하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똑똑한 AI에게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감정(Feeling)'이다.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을 말한다. AI는 알고리즘에 의한 '모방적 감정'이 있을 순 있겠지만 마음속에 우러나오는 '진실한 감정'은 결코 가질 수 없다. 즉, AI는 '마음'이란 게 없다. 예술작품을 칭송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창조성도 있지만 그 작품을 보고 들으며 다양한 '감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라. 감상은 이성으로 가 아닌 감정으로 한다. 감정은 결코 1과 0으로 나타낼 수 없다. AI가 창조한 예술작품을 AI에게 보여줄 때, AI는 그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까? 그 감상을 딥러닝을 통해 '배워서' 가질 수 있을까? 인간이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감정은 배워서 되는게 아니라 그냥 인간이라서 타고 나는 것이다. ** 두 개의 기찻길에 한 쪽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다른 한쪽에는 한 명의 사람이 있을 때,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가 그 둘 중에 하나의 길을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한다고 할 때, 어느 길로 지나갈 것인가를 AI와 사람 A에게 물어본다면 AI와 사람 A는 한 명의 사람이 있는 곳으로 지나간다고 대답할 것이다. 매우 이성적인 결론이다. 그런데, 그 기찻길 위의 한 명이 사람 A의 아이라 하고 다섯 명은 죄수들이라 한다면? 아마, AI는 그래도 한 명이 있는 기찻길을 선택할 것이고 사람 A는 다섯 명의 사람이 있는 곳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게 바로 인간의 본 모습이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우리는 처음엔 한 명이 있는 길을 택했다가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게 된 후 선택을 바꾸게 된다. 이성이 아닌 감정에 휩쓸린 선택. 이게 잘못된 선택이라고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이때 과연 AI는 인간보다 나은 창조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AI는 그 순간 최소한의 '고민'도 하지 않는다. 그냥 딥러닝으로 배운 '이성적' 선택을 실행할 뿐. 변화무쌍한 인간의 감정은 인간의 최대의 약점과 동시에 강점이다. AI는 흔들리는 감정 없이 냉철한 선택만 할 것이다. 때론 AI의 냉철함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변화무쌍하지만 따뜻한 감정이 좋을 때도 있다. AI는 AI가 잘하는 것을 하고 인간은 인간이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아무리 AI가 발전한 들 인간의 감성까지 침범할 순 없다. 마치 인간이 신의 영역에 접근조차 못하는 것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