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율 = 글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저런 글을 혼자서 쓰고 있는데, 그 어떤 글도 읽는 사람을 위해 써 본적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제 마음과 생각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왔었는데 이번 회차 글을 읽고 다음에는 읽는 사람을 위한 글을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글도 결국 소통을 위한 도구니까요. 감사합니다.

⏩김스피 = 저도 사실 인스피아를 쓰기 전에는 ‘내’가 중심이 되는 글들을 많이 써왔던 것 같아요. 내가 읽었으니까 쓰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그대로 말하고…물론 사람이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나온 글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글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좀 더 이모저모 더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게 재밌지만 이게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만약 이런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 때문에 반대할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등으로 여러 측면으로 생각을 뻗어가야 하거든요. 혹은 친구에게 재밌는 책을 추천해주듯, 재밌는 부분을 일부러 하나라도 더 찾아서 적거나요. 그런 과정에서 때로 ‘나’만을 독자로 놓고 쓸 때보다 글이 더 풍부해지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명 = 안녕하세요. 이번 레터 읽고 든 생각 적어봅니다. 최근 친구와 대화 중에 요즘 긴 글을 읽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 공감했답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더라도 제목 만 읽거나 뉴스의 앞 몇 줄을 읽고 말죠 그리고 댓글 창에 뭐라고 썼는지 확인하러 가죠, 댓글은 짧으니까. SNS에 올라온 글을 볼 때도 길이 길다 싶으면 안 보게 되더군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 친구도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읽을 건 차고 넘치는데 시간은 부족하니 그런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자꾸 반복되니 진득하게 앉아서 독서를 하는 것이 잘 안되기 시작해서 걱정입니다. 스마트폰 사용 전에는 전화번호를 수십 개 외우고 있었는데 지금은 전화번호를 못 외우고 있는 것처럼, 짧은 영상과 짧은 글 만 접하다가 어느 날 긴 글을 못 읽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특히 지금 젊은 세대는 저 보다 더 그렇게 될 확률이 높을 것 같네요. 물론 지식을 글로만 접하는 게 아니긴 합니다 만 글로 접하는 지식과 영상으로 접하는 지식은 조금 다를 것 같은데 그 부분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보내주신 글 고맙게 잘 읽고 있습니다.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사실 레터를 쓰기 위해, 정좌하고 책을 보는 시간 이외에는 말씀하신대로 똑같이 긴 글을 잘 못읽습니다… 특히 눈이 나쁘기도 하고, 핸드폰이나 모니터로는 긴 글을 잘 못읽어서 항상 출력해서 줄을 치며 보곤 해요😹 어쩌면 스마트폰에서 긴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마치 기름발린 미끄럼틀을 올라가듯) 일은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은 언제든 ‘뒤로가기’를 누를 수도 있고, 귀찮은 광고가 훅훅 튀어나오고, 언제든 게임을 켜거나 영상을 켤 수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제 경우엔 억지로 폰을 멀리둔다(?)는 의미에서 종이책을 읽기도 해요.

영상으로 접하는 지식의 경우 - 저 역시 낯선 주제를 처음 접할 때 유튜브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만,(특히 TED나, 저자 인터뷰 영상, 현지 뉴스, 해외 대학 주제 강연, 어떤 주제에 대한 전문 채널 등) ‘지식을 압축 설명해주는 영상’의 경우 필연적으로 한 사람을 거친 정보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원본을 보는 편을 선호하긴 합니다. ‘영상 보다 책이 무조건 좋다!’라기보다는 적절하게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관련해서는 예전 레터에서 다루었던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를 다룬 대목에도 짧게 소개한 부분이 있으니 참고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지난편지:리터러시 부족은 ‘요즘 애들’ 문제일까?)

👤럭키탱 = 오늘 왜 레터가 아쉬울까.. 사실 끝까지 읽지 못했고 어느부분부터이며, 왜 그럴까를 생각해봤어요. 우선 저자가 아니기에 왜 쉬운글을 써야하는지 공감하지 못했고, 다만 쉬운글에 대한 정의가 궁금해졌어요. 저도 비슷한 방식으로 정의하는데요. 쉬운글을 어렵지 않은글로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좋았습니다. 상관성에 대해 공감하는데 이글이 상관성 배려에 부합한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왜 읽을수 없는가. 왜 읽지 못하는가. 라는 제목에 우선 공감할 수가 없었어요. 나의 말로 소화해낸 개념을 전달하는 것이 독자에게 와 닿는다 라고 기술되어있지만 전문가의 인용구가 더 많은 글이었어요. 여기까지 생각하고나니 지금 내가 왜 이렇게 부정적 사고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과 왜 끝까지 읽지 못했지? 라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추석을 앞에두고 벌어질 부정적 상상과 상황에 대한 잡념이 있는것 같아요. 부정적 상상은 글을 부정적으로 읽게 했고, 잡념은 집중을 방해했어요. 온전히 제 TPO에 따른 부분이었던거죠. 추석에 대한 글로 시작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지금 이 피드백을 작성하는 공간이 제공되기에 남은 글을 마저 읽었고, 제 글의 내용을 보면 김스피님의 본문을 많이 인용하고 있죠. 매번 좋은 영향력을 제공받고 있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레터 계속 부탁드립니다.

⏩김스피 = 우선 진솔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인사이트가 굉장히 많았던 의견이었습니다. 저는 때로 주변에서 레터에 대한 의견을 받곤 하는데요. 지난 레터가 내용은 좋았던 것 같은데(?) 눈에 잘 안들어왔다는 의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통 ‘어렵다!’ ‘안읽힌다!’는 반응을 하면 결코 놓아주지 않고 끝까지 집요하게 캐묻거든요 👤🥄(왜?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디가 어려워?…) 그래서 캐묻다보니 럭키탱님께서 하셨던 말씀이랑 비슷한 의견을 주더라고요. 안그래도 태풍 때문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 추석도 앞두고 있는 등 여러모로 싱숭생숭한 와중에 + ‘내 이야기라는 생각이 덜 들어서’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회차는 여러모로 제가 너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서 Too much talker가 되었던 회차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상관성에 대한 회차였으면서도 정작 제가 ‘상관성’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했던 아이러니한 회차가 되기도 했네요😿 ‘꼭 시의적이진 않아도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이야깃거리를 해찰해본다’는 취지의 레터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독자분들의 글읽기 경험을 더 고려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럭키탱님 의견을 듣고, 미리 진행됐던 인터뷰에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두 차례 더 진행하고 저자 선생님과 메일을 주고 받으며 독자 입장에서도 인사이트를 얻을만한 내용을 많이 추가했어요! 결과적으로 제가 보기에도 추가 인터뷰를 통해 풀어낸 고민과 이야기가 훨씬 더 풍부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어린 조언 감사드립니다😊

+ps.) 인용구는 제가 사실 정말 좋아하는 구절들을 아껴아껴 하고 있는데 많았다고 느껴지셨다면 아마 ‘상관성’ 차원에서 제가 연결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어서인 것으로 보입니다🥲…그리고 사실 저만 해도 어떤 시기에는 별로 와닿지 않던 글과 책이 어떤 시기에는 마음에 확 달라붙기도 하더라고요. 레터에 썼듯 글을 사이에 둔 소통은 항상 ‘두 사람’ 간의 일이니까요. 필자에겐 절실한 문제가 때론 독자에게는 큰 일이 아닐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죠. 다만 혹시 훗날 럭키탱님께서 읽기와 쓰기에 대해 문득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어지실 날이 온다면, 그때라도 꺼내어 보았을 때 새롭게 와닿는 글이 될 수 있다면 기쁘겠네요!

아래 휴학생님의 댓글에서도 이어지지만, ‘어려움’과 ‘쉬움’의 경계는 참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이 돼요. 제가 해당 레터에서는 ‘쉽게 쓰자’에 초점을 맞췄지만, 실은 제가 인스피아에서는 항상 의도적으로 ‘제게 어려운’ 책을 꺼내어 읽고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 ‘어려움’ 혹은 ‘낯섦’을 극복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봤던 김우재 과학자의 책 <플라이룸>에는 “이 책이 어렵다면 그것은 내가 독자를 존중하기 때문이다”라는 띠지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매번 아주 쉽기만 한 글, 혹은 아주 어려운 글 사이에서 항상 고민합니다. 그런 자세로 앞으로도 영감이 될만한 이야깃거리들을 그 경계선 상에서 조심스럽게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물론 무엇보다도 그런 태도 안에서 쉽사리 ‘독자’에 대한 고려를 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공F맞은 휴학생 = 기생충의 이동진 평론가 한줄평을 생각하다가 문득 '그니까 결국 영화 하나 잘 뽑았다는 말 아닌가'생각 이 들었습니다. 지식이 짧아서 그런진 몰라도 빈부 격차를 세련되게 잘 표현해냈다는 말밖에 못 들었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유퀴즈>에 나온 설명을 들으면 (기생충이 그렇듯) 저러한 감상의 모든 부분을 최대한 담으려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정말로 쉽게 쓰는것만이 능사인가, 혹 표현의 가치를 퇴색시키는 건 아닌가 두렵더군요. 저는 이쪽 분야의 지식이 전무해서 뾰족한 수 나 방법론을 떠올리진 못하지만 잘못 썼네 이해를 못하네 하기전에 저자는 좀 기다리고 독자는 찾아보면 이렇게 박터지게 싸울 일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싸움이 생겨야 혁신적인 무언가를 만들 기회가 생기는 거라면(애석하게도 그 기회를 잡을 만한 사람이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런 낙관론은 타도의 대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김스피 = 저는 기본적으로 ‘명징하게 직조됐다’는 식의 표현을 비교적 거부감없이(?) 읽을 수 있는 종류의 독자인데요(뜻을 잘 아는지와는 별개로요). 저번 레터에 실었던 김현호씨의 칼럼 ‘함께 한자를 공부하자’(링크)를 읽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명징한 직조 역시 자세하게 그 뜻을 파고들어봤을 때 저자 입장에서도 제대로 알고 쓰고 있는 단어가 맞았을까!하는 반성을 하게 해주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