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유징 = 너무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1인가구 비혼의 삶을 지향하고 있으나 뉴스에서 고독사 얘기를 들을 때마다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야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촘촘하고 느슨한 공동체가 노년이 될수록 중요하다는 걸 알게됐는데요, 과연 노인이 됐을 때, 또는 치매에 걸리거나 병에 들었을 때, 우리 동네에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어떤 공동체가 있는지 그 정보를 지금처럼 찾아보고 접할 수 있을지 또 새로운 걱정이 생겼습니다.
⏩김스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에노 지즈코의 책 등 일본 사례를 보면서 느낀 점은, 분명 사회적인 제도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민간 차원의 자조 커뮤니티 형성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으로 지역 사회 차원에서 이러한 모임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그런 단체들도 많이 생겨날 수 있겠죠.
돌봄과 삶, 질병 등에 대해 꾸준히 좋은 강좌와 글을 나누어온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에서 곧 돌봄 관련 강의를 진행한다는 알림을 최근 봤는데요. 혹시 관심이 있으실까해서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okeesalon.org/notice?uid=283&mod=document&fbclid=IwAR3zAHcEAD5mjhcJaRmGx7gmLlmed3wIuw-IQUNr1tzB3rBLgxTQQnZy9Pg
👤무명 = 죽음을 생각할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특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마지막을 정리하는 삶.
⏩김스피 = 레터를 통해 의미있는 생각의 기회를 드릴 수 있었다니 기쁩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선 ‘좋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공론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각자에게 각자의 ‘좋은 삶’이 있는 것처럼 ‘좋은 죽음’ 역시 한가지 모습만 존재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명 = 평소에 결혼 출생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죽음까지 생각하고 고독사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보게되어 궁금하던 주제였는데 이렇게 다양한 자료들과 의견들을 볼 수 있어서, 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안심이 되는 글들이여서 너무 좋았어요
⏩김스피 = 지난 레터에 다룬 시사인 책(<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의 저자분들이 주변에 ‘어떻게 죽고싶나요?’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굉장히 조심스러웠다는 이야기에 저도 공감을 많이 했는데요. 죽음이라는 말이 너무 개인적이고 입에 올려선 안될 금기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죠. 저도 사실 ‘죽음’을 키워드로 잡고서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취지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곧 ‘나이듦’ ‘질병’ ‘죽음’ 등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활발하게 오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토리 = 저는 30대 중반인데, 요즘 부쩍, 죽음을 생각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단 20대 때와 달리 이른 나이에 갑작스레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 소식이 주변에서 크게 늘었고요. 올해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이 문제가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식구 모두에게 존경받는 분이셨는데 코로나 국면 2년을 결국 요양원에서 보내시면서 자식들의 사랑과 케어를 거의 받지 못하고 떠나셨어요. 배우자의 할머니도 두 분 모두 지금 요양원에 계시고요. 할머니의 죽음이 몹시 슬펐는데, 장례식장에 모여 슬픔을 나누고 있는 이모들과 이모부들, 그리고 나의 어머니 아버지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모두 이미 '노인'의 시간에 접어든 분들입니다. 이제부터는 이 분들을 잘 챙겨야 하겠구나, 우리 앞에 켜켜이 이런 슬픔이 놓여 있다고 생각하니 사촌들과 묘한 동지 의식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조부모들께서 세상을 떠나시는 것을 볼 때, 나의 부모님이 존엄하게 죽음을 맞으리란 상상이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상황에서 나라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부모의 죽음, 나의 죽음, 혹은 형제 배우자의 죽음을 존엄하게 대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혼자의 죽음'을 새로운 각도로 살펴본 것도 너무 좋았고, '집에서의 죽음'을 이야기해 주신 것도 참 좋았어요. 우리 되도록이면 집에서 죽고 싶잖아요. 사회가 지금처럼 가도록 그냥 둔다면 지금 30대인 저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으니까, 이런 논의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김스피 = 깊은 생각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의견을 보며 저도 정말 많이 공감을 했습니다. 사실 본인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우리 주변, 부모님, 조부모님 등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사실 죽음이나 질병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적은 것 같아요. 제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조금 더 당사자로서 좋은 삶, 좋은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우리가 모두 ‘늙어도 괜찮은’ ‘병에 걸려도 괜찮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