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K = 매우 좋았습니다.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포인트였는데, 오전에 커피를 마시면서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어요. 글도 읽기 쉽고 깔끔하게 쓰여서 좋았습니다.

⏩김스피 = 감사합니다! 이번 회차의 경우 사실 ‘수리할 권리’라는 단어 자체가 국내에선 낯설 수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잘 읽어주셨다니 다행이네요😊

👤수미안 = 늘 생각하고 고민할 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오늘 레터는 저도 많이 공감되네요. 최근 저도 멀쩡한 선풍기를 버린 일이 있답니다. 선풍기를 감싸는 플라스틱 가이드링이 부러졌는데 부품을 구하는 일이 너무도 어렵더군요. 사이즈도 제각각이라 결국 맞는 것을 찾지 못하고 버려야 했습니다. 불과 몇천원에 불과한 부품을 구하지 못해 잘 돌아가는 선풍기를 버리면서 이 사회가 사람도 다르게 대하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며 조금 소름끼쳤었지요.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라지만 물건은 고쳐쓰고 다시쓰는 당연한 일이 권리화 되기를 바래봅니다

⏩김스피 = 정말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물건이나 부품들이 규격화돼서 교체가 쉽게 만들면 덜 버리고 오래 쓸 수 있을텐데, 저도 이번 레터를 준비하며 새삼 그런 고민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수미안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인간, 노동을 ‘쓰는’ 문제에 있어서도 그런 태도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토리 = 오늘 아침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한참 전에 산 선풍기 앞면 가리개 테두리가 부서져서 뚝 하고 떨어져 나왔는데요. 이 부분만 사려고 검색을 해보니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다른 모든 부분이 멀쩡한데, 이 뚜껑부분의 결함만으로 이걸 버리자니 너무 아까웠어요. 하지만 부품을 검색해 보니, 규격도 다 다르고 알아봐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았어요. '이럴 바엔 새걸 사지' 싶을 만큼요. 물건을 새로 사고 내일 아침 문앞에서 발견하는 게 너무 쉬운 일이잖아요. 하지만 멀쩡하게 돌아가는 선풍기 본체를 보니 도저히 버리기가 아까웠어요. 일단 그냥 두고 출근했는데 김스피님 메일을 보게 된 거예요! 선물같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시 쓰려면 일단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하고, 우리 삶의 방식이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일이 지금처럼 바쁘지 않다면 선풍기를 고치는 태스크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게 가능할까요?

⏩김스피 = 역시 계절이 바뀔 즈음이라 선풍기가 말썽인 경우가 많군요. 저도 최근 창고에 처박아두었던 선풍기를 분해해서 씻다가 하마터면 앞면 플라스틱을 부러뜨릴 뻔 했는데요. 그랬다면 꼼짝없이 새것을 사야했겠죠. 만약 제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오래오래 쓸 투박하고 튼튼한 책상과 탁상전등 등을 제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풍기 제작은 조금 무리…겠죠?

👤밤샘 과제하다가 기절한 공대생 =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졸업하고 기계 설계 방향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레터였습니다. 제품의 기능이 많아지고 부품이 정교해질수록 내구성이나 유지 및 보수의 용의성 같은 요소들은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겠지만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에 대해 나름 미래의 기계공학자로서(아직 학부 1학년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기계나 제품 설계에 있어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스피 =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계시군요! 제 레터가 생각할 거리를 드렸다니 정말 기쁩니다. 수리할 권리 관련한 문제가 기계를 디자인한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시스템이 기계를 오늘날같은 형태로 만든 주된 원인이겠죠.

지난 레터를 보낸 뒤에 ‘VR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재런 러니어의 <가상현실의 탄생>(링크)을 읽었는데요. 스티브 워즈니악의 Cameo 인터뷰 연장선상에서 ‘오픈소스’ 이슈에 대한 1세대 실리콘밸리 기획자의 생각을 엿볼수 있어서 흥미로운 독서였습니다. 저자는 1960~80년대 실리콘밸리에선 ‘영업비밀’이란 있을 수 없었고, 고로 저작권 경쟁 체제가 아닌 큰 공동 작업같은 것이었다고 당시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수리할 권리’를 반대하는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지적재산권 관련 문제이기도 합니다. 혹시나 관련 이슈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훌훌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닉네임이 굉장히 슬픈데요. 제가 책추천을 해서 괜한 짐만 더해드리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만😿…힘내세요!)

👤무명 = 초반에는 권리 관련 일자무식인 관계로 '대체 어디까지 무슨 명분으로 권리라고 하고 법제화 한다는거야..?' 라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중반에는 어렸을때 버리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저도 모르는 이유로 아득바득 고쳐쓰던 것이 생각나고, 한편으로는 정말로 신제품의 내구성이나 성능조차도 옛것에 비해 뒤쳐질 때(대체로 기능이 많을수록 고장도 잘 납니다.)가 있던 것이 기억나 서운하다가 더 많이 팔기위한 상술이라는 말을 듣고 거대 버블경제의 비효율적 측면이 실감돼서 (경제학 문외한이라면 돈을 찍어서 화폐가치 하락을 자초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무식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 구조와 닮은 다양한 시스템들에서 하자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착잡했습니다.

이를 바꾸려면 이미 서비스중인 온라인게임을 리모델링 하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세세한 일을 해야하는데 그런 사람은 안보이고 바꾸자 바꾸자 소리만 들려서 더더욱 한탄스럽더군요. 후반에는 제가 최근까지 직업으로 삼을 생각을 한 적정기술이 나와서 반가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적정기술에도 버블(자본 버블이 아니라 적정기술이 인류를 구할거라는 환상 비슷한 것을 의미합니다.)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려되었습니다. Q드럼과 라이프스트로우는 현지에 분란을 재촉시켰고 플레이 펌프는 유명 무실로 전락하는 등 대표적 사례만 봐도 적정기술은 완벽해야 본전인 기술입니다. 그리고 태양광 패널부터 가축 은행까지 그 범주도 굉장히 다양한 게 '적정 기술' 하나로 불립니다. 의도하신 바가 '조금 덜 좋아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것 임은 짐작했지만, 이걸 표현하자고 적정기술을 가져다 쓰기에는 적정기술이 너무 막연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적정기술 정신의 상당 부분이 저것이긴 합니다.)